멀고느린구름 141건이 검색되었습니다.

미투 운동과 교육 2 - 아들아, 성범죄자가 되지 말아라

멀고느린구름 | [맘편한 세상을 위하여] 이 폭력적인 세상에서, 아들을 잘 기른다는 것(경향신문) 지난 3월 16일, 경향신문 토요일판에 실린 위 기사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사를 쓴 임아영 기자는 딸을 키우고 싶었지만 두 아들을 키우게 된 양육자의 고민을 담담하게 술회하고 있다. 양육자의 고민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성에 의한 성폭력이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두 아들을 미래의 성폭력 가해자로부터 거리가 먼, 올바른 어른이 되도록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 사회는 진작 시작했어야 할 이 질문을 이제서야 묻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결국 30년, 40년 전에는 어린이였던 이들이 자라서 만들어내고 있는 문제들이다. 우리가 미래를 바꾸자고 한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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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어 보기 - 새 구두를 사야 해

멀고느린구름 | 다시 찾아올 봄의 빛 속으로, 새 구두를 신고 새 구두를 사야겠군. 내 낡은 구두를 볼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다. 구두가 낡게 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저 오래 신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구입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도 자주 신어서 빠르게 낡을 수도 있다. 혹은 계단 턱에 걸려 넘어져버렸거나, 홧김에 하루 종일 거리의 음료캔을 차고 다녔을 수도 있다. 어쩌면 구두 신고 등산하기 동아리의 회원이 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들 자신처럼 구두도 삶 속에서 여러가지 일을 겪는 것이다. 나카야마 미호가 연기한 ‘아오이’가 새 구두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우연히도 파리에 온 여행자의 여권에 미끄러져 구두굽이 부러져버렸기 때문이다. 같은 고국을 지닌 여행자 센(무카이 오사무 연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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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과 교육 1 - 남자 아이들은 왜 "-년"이라고 욕할까?

멀고느린구름 | 뭔가 이상하게 욕하는 아이들 욕은 10대의 언어다. 새로운 언어들처럼 새로운 욕들도 10대 청소년들에 의해서 탄생한다. 기성 세대에게 대항할 실질적 힘도 권력도 가지지 못한 아이들이 말이라도 날카롭게 벼르고자 하는 것이 아마도 그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10대가 지나고 기성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몹시 친밀한 관계(그 또한 상호 욕설이 합의된 관계) 외에는 욕설의 사용이 현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함부로 욕을 했다가는 사회적 지위가 크게 흔들려버리고, 일을 그르치게 되거나, 적어도 됨됨이가 부족한 사람으로 단번에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과거에 '욕하는 아이, 어쩌면 좋아(욕 좀 제대로 하고 삽시다)'라는 글을 통해 아이들의 욕설은 하나의 통과의례이며, 잠시의 문화이기에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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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열어 보기 - 먼저 태어났을 뿐인 나

멀고느린구름 | 언젠가 우리는 누군가의 교사가 된다 수많은 일본드라마 가운데 이 작품을 시청하게 된 이유는 교육 현장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오이 유우가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거나,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안경 미녀로 나온다거나 하는 부수적인 것들은 작품 선택에 결코 결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 메인 사진을 남주인공인 '사쿠라이 쇼'로 하지 않고 아오이 유우로 한 것도 공연한 오해를 살 것 같으나 이미 그렇게 해버린 것을 돌이킬 수 없다는 차원에서 넘어가도록 하자. 이 일로 내가 적폐청산의 대상이 된다고 해도 별로 할 말은 없다. 앞서 소개한 '사쿠라이 쇼'가 연기한 남주인공 '나루미'는 35세의 평범한 영업사원이었다가 사내 정치에 휘말리며 갑자기 사립 케이메이칸 고등학교의 교장으로 발령이 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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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된 미래교육, 이화여대에서 다시 만난 세계 1

멀고느린구름 | 구시대의 종언을 알린 첫종은 이화여대에서 울렸다 우리 역사에 분명히 기록해야할 것이 있다. 지난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 피씨 보도가 있기 전, 언론에 최순실과 정유라의 이름을 올리게 한 것은 이화여대생들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생들은 7월 28일에 '미래라이프대학 단과대 신설 반대'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최경희 이대 총장은 경찰 병력 1600여명(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제시 자료)을 학내에 투입시키며 충돌을 빚었고, 이대 학생들은 졸업생까지 합류해 대대적인 항쟁에 나서며 결국 8월 3일 최경희 총장의 '미래라이프대학 백지화' 선언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은 끝나지 않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 대한 언론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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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어 보기 - 도올, 나의 살던 고향은

멀고느린구름 | 도올 선생을 대다수의 사람들이 존경해마지 않던 시대도 이제 저문 것 같다. 최근의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 보여졌던 주최측의 갈등 양상(도올 선생이 관계자의 양해를 구한 뒤 사회자 김제동의 진행 중간에 올라와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는 과정에서 발언이 길어지자 주최측에 의해 발언을 중단 당한 일)에 대한 것도 어느 쪽이 더 결례를 범한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창 노자 과 공자의 를 공중파에서 강의하고, 노무현 대통령과 시국대담을 나누던 시절이라면 아마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해는 저물고 저녁은 오게 마련이다. 청춘의 전반기 대부분을 도올 선생 밑에서 가르침을 받으며 보낸 제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한 '문제적 인간'을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는 그 자체로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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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의 교육 정치

멀고느린구름 |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는 그의 정치적 브랜드이자 한국의 대표적 불가사의로 꼽히기도 했던 표어였다. 오랜 시간 동안 정치에 관심이 있는 대중들은 그의 새정치가 대체 어떤 내용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했다. 대표직을 내려놓은 안철수 의원이 그 내용성을 보강하기 위해 요즘 SNS상에서 활발하게 꺼내고 있는 화두는 바로 '교육'이다. 그는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구상을 최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이른 바 '교육 정치'를 새로운 카드로 꺼낸 셈이다. 안철수 의원은 교육을 정책의 중심으로 내세우며 현재의 교육부를 '교육통제부'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 교육에 대한 그가 가진 비전의 단초는 아래의 동영상과 인터뷰를 통해서 엿볼 수 있다. [인터뷰] 안철수 전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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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어 보기 - 소설과 소설가

멀고느린구름 |  파묵의 소설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그가 쓴 소설 창작론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파묵의 본서 가 하버드대학교에서 그가 한 특강의 강연록인 점, 창작론의 내용이 일정한 보편성의 범주에 포함되는 점 등을 든다면 다소 작가 개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한 마디 쯤 거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하버드 마케팅은 비단 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아주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던 책 판매 전략 중 하나다. 오르한 파묵의 이번 강연록이 번역되어 나온 맥락도 그에 맞닿아 있을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라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일종의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1등 대학의 이미지, 천재들만 가는 최고의 교육기관이라는 인상이 있다. 따라서 그 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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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어 보기 - 카페 소사이어티

멀고느린구름 |  개봉하던 첫 날 바로 영화 를 보았다. 추석 연휴 기간이었다. 지금은 윤상의 음악을 듣고 있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우디 앨런 감독을 우디 앨런 감독이라고 불러본 일이 없다. 나는 항상 그를 우디 '알렌' 감독이라고 호칭했다. 지금까지 나열한 말들 사이에는 서로 아무런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단지 나라는 사람 속에서 자연스러운 순서에 따라 흘러나온 말들이라는 것 외에는 말이다. 에 대해 단 한 줄의 평만이 허락 된다면 이렇게 말하고 말겠다. 그 영화요? 첫사랑의 추억에 사로잡힌 사람의 흔한 연애담이지요. 지겹게 반복되고 변주되어 온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허락된 것은 한 줄이지만 결국 두 줄에 걸쳐 이렇게 말하고 말 것이다. 영화관을 나서며 '쳇, 뭐야?' 라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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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 마음으로 부르는 가르침의 노래

멀고느린구름 | 아이들의 미래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는 시대다. 어떤 어른은 괜찮다 괜찮다 위로하고, 어떤 어른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훈계를 한다. 이러쿵 저러쿵 많은 어른들이 '자기계발서'라는 카테고리의 책들을 끝없이 양산해내며 자기들의 부를 축적해가는 동안에도 아이들과 청년들의 삶은 실질적으로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어른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최근 '판타스틱 듀오'라는 음악예능 프로그램에서 울려퍼진 한 곡의 노래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어른의 말보다도 깊고, 다정하며, 엄했다. 노래의 주인공은 바로 양희은 가수다. (이제는 그를 가수라는 직업명으로 호칭해야 할지, 선생님이라는 말로 호칭을 해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의 소재는 노래이니 가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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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어 보기 - 여름을 지나가다

멀고느린구름 |  "수는 이번에도 10미터 간격을 유지하며 여자를 따라갔다. 여자는 딱 한 번 멈춰 서서 휴대폰으로 누군가와 오랫동안 통화를 하긴 했지만 그 외엔 쉬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부지런히 여자를 따라가다 보니 여자가 어디로 가는지 어느 순간 분명해졌다. 바람이 신선했다. 바람이 가는 곳은 여름의 끝일 터였다. "- 조해진 194P여름을 지나가고 있다. 바람은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곳을 향해 분다. 대류 현상 탓이다. 공기는 풍부한 곳에서 희박한 곳으로 움직인다. 뜨거워진 공기가 대기의 상층부로 올라가버린 빈 자리에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흘러와 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바람이 가는 곳은 여름의 끝"이라는 말을 한참 동안 생각했다. 여름의 끝은 어디일까. 지구의 적도 부근이 역시 여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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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와 창의교육이라는 함정

멀고느린구름 | '포켓몬 고'의 성지가 된 속초 속초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포켓몬의 성지가 될지는 말이다. '포켓몬 고(Go)'는 일본 게임 기업 닌텐도에서 개발한 증강현실 게임이다. 포켓몬이라는 귀여운 형태의 몬스터가 실제 세계 곳곳에 숨어 있고, 실제 세계를 탐방하며 숨어 있는 몬스터들을 찾아내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다. '닌텐도 DS'라는 휴대용 게임기를 제작한 회사로 우리나라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닌텐도 DS는 스크린 터치 기능을 당시 선도적으로 게임기에 탑재하여 '뇌가 젋어지는 두뇌트레이닝'과 '이라는 게임으로 세계적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이 닌텐도는 사실, 훨씬 더 유서 깊은 게임계의 원로 기업으로 최초의 대중적 가정용 게임기 패미컴(패밀리컴퓨터)을 80년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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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조영남, 집단지성의 낄끼빠빠

멀고느린구름 | 브렉시트, 조영남, 박근혜, 집단지성 '집단지성'이라는 말이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집단지성은 1910년 개미 사회를 연구하던 학자 윌리엄 모턴 휠리에 의해 창안된 개념이다. 이후 '피에르 레비'라고 하는 프랑스 미디어 철학자가 사이버 공간에 이 개념을 적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집단지성을 단순히 소개하자면 한 사람의 전문적인 개인의 지성보다 여러 다양한 계층이 모여 이룬 집단의 지성이 보다 더 훌륭한(?) 지성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표방된 웹 2.0은 이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광고문구였고, 2003년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역시 '집단지성'의 핵심 키워드인 참여를 내세운 정부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고안했다는 '민주주의 2.0'이라는 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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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어 보기 - 악어 프로젝트

멀고느린구름 |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에게 침투한 악어 바이러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약 2억년 전 중생대에 서식했던 악어의 조상 '테레스트리수쿠스Terrestrisuchus'(이름이 복잡하니 '테레'라고 하자)가 멸종하지 않은 채 인류와 금단의 이종교배를 이루어 인류의 한 부류로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 '테레'들은 인간 남성들을 다 잡아먹어버리고 남자 사람의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이 괘씸한 테레놈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0. 대부분 수컷이다.1. 고등생물체로서의 성욕 조절 능력이 없다. 2. 인간 여성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잡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인간 여성들을 다른 테레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내가 잡아먹기 위해서다. 4. 인간 여성들이 테레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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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미래의 교육을 생각하다

멀고느린구름 | 대안교육 정체현상의 내적 요인, 세대교체 불발 미래의 교육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안교육 20년을 주로 외적인 측면(철학이나, 교육내용 등 내적인 가치가 아니라)에서 살펴 보았던 지난 글과 최근 혁신학교의 바람(?)이 조금 주춤하는 듯한 모습, 그리고 여러 사회현상의 징후들을 살펴보며 앞으로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또는 세상이 어떤 교육을 요청하고 있을까 새삼 고민에 휩싸였다. - 솔직히 말하자면 올해 독립해서 재창간하긴 이전까지 이 개구리웹진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던 대안학교의 내부적 위기 상황에 또한 고민의 큰 계기를 제공했다 - 전술한 것처럼 대안학교는 거의 그 존재 증명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고, 혁신학교는 한 회가 돌고나서 기존에 혁신학교 모델을 실천했던 교사진이 정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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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20년, 더 이상 '대안'이어서는 안 된다 2(완)

멀고느린구름 | * 본 글에서 제가 통상적으로 '대안학교'라고 지칭하는 대상은 '대안철학형 대안학교'를 뜻합니다. 대안학교들의 과오, 순정주의와 시대착오 순정주의란 한 마디로 말해 '진심을 다해 행하면 사람들이감동하리라'는 신념이다. 다시 진보정당의 예를 들어보자. 사회당은 민주노동당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정당이다. 이 분들은 정말 신심을 다했다. 그러나 죄송하지만 사회당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아마 이 글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분들도 많을 것이다. 대안학교를 예로 들어볼까. 간디학교는 아직도 생존해서 설립 20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 학교야말로 진심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간디학교'를 알고, 그 학교를 대안학교의 선두주자로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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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20년, 더 이상 '대안'이어서는 안 된다 1

멀고느린구름 | 대한민국 대안교육 역사 20년 내가 대안교육, 대안학교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나는 그때 문예부실에 있던 문예부 담당선생님의 교육 관련 잡지를 우연히 펼쳐보고 그 속에서 '간디학교'와 '풀무학교', 그리고 '서머힐'이라는 명칭을 처음 접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아직 학생이었기에 그 기사를 보고 굉장히 두근두근 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꿈의 학교, 이상적인 학교, 학생들의 유토피아. 아직도 내가 마음 어딘가에 품고 있는 '대안학교'는 그런 곳이다. 1997년에 간디학교가 문을 연 후로 벌써 20년이 지났다. 대안교육의 역사가 어느새 20년이 된 것이다. 20년이면 이제 부모의 품을 떠나 홀로 자립할 때가 되었다. (물론, 대한민국 현실은 30대까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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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어 보기 - 동주

멀고느린구름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산다는 일어떤 말로 글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부끄럽지 않을까. 오직 그것만을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는 뷰러 형태의 책상 선반에는 윤동주 시인의 가 언제나 놓여 있었다. 파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제목이 쓰인 정음사  1968년 초판본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나는 종종 글을 시작하기 전, 또는 마치고 나서 손을 뻗어 시인의 시집을 아무렇게나 펼쳐 본다. 그러면 매번 다른 시가 내 앞에 펼쳐진다. 오늘의 시는 '창窓'이다. 쉬는 時間마다나는 窓녘으로 갑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나 역시 학생시절 쉬는 시간마다 창녘으로 가던 소년이었다. 중학생 시절부터 나는 윤동주를 몹시도 사랑하였다. '별 헤는 밤'은 어머니와 함께 살지 못했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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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어 보기 - 남과 여

멀고느린구름 |  함께 설원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일에 대하여오래전 나는 혼자 대관령의 설원 속을 거닌 적이 있다. 아무도 사랑하고 있지 않을 무렵이었다. 적어도 내게 사랑은 연애심리학 책에서 말하는 것들과는 달랐다. 인내하고 배려하는 선의 속에서 싹트는 것도 아니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고 재밌는 말을 주고 받는다고 해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사랑은 어디에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에는 시나브로 눈이 쌓여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차갑고 하얗게 덮는 눈. 눈 덮인 마음을 품고 설원 앞에 섰을 때, 나는 가슴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그때의 나는 잘 몰랐다. 아무 것도 모르겠어서 그저 설원 속에 자박자박 발자국만 새기며 백지 속을 휘 돌아보고 나왔다. 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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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인권 교육을 생각하며 1

멀고느린구름 | 글을 시작하며 아마도 웹기사를 자주 보거나, SNS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오늘이 '세계 여성의 날'이라는 사실을 잘 모를 것이다. 내가 여성의 날을 분명히 기억하게 된 것은 한 정치인 덕분이다. 그 정치인이란 바로 정의당 소속의 정치인 '노회찬' 전 의원이다. 노회찬 의원은 내가 알기로 국내 최초로 여성의 날마다 원내의 여성 국회의원들에게 장미꽃과 축하 편지를 선물한 정치인이다.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나는 이후로 '세계 여성의 날'을 기억하게 되었다. 여성의 날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열악한 노동 환경과 저임금, 낮은 인권 상황에 신음하던 유럽권의 여성들이 1908년 단결하여 여성 권리 신장을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체트킨이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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