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느린구름 |  




아이들의 미래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는 시대다. 어떤 어른은 괜찮다 괜찮다 위로하고, 어떤 어른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훈계를 한다. 이러쿵 저러쿵 많은 어른들이 '자기계발서'라는 카테고리의 책들을 끝없이 양산해내며 자기들의 부를 축적해가는 동안에도 아이들과 청년들의 삶은 실질적으로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어른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최근 '판타스틱 듀오'라는 음악예능 프로그램에서 울려퍼진 한 곡의 노래는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어른의 말보다도 깊고, 다정하며, 엄했다. 노래의 주인공은 바로 양희은 가수다. (이제는 그를 가수라는 직업명으로 호칭해야 할지, 선생님이라는 말로 호칭을 해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의 소재는 노래이니 가수라는 호칭으로 부르겠다.)


양희은 가수는 요즘 음악 예능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번에 양희은 가수가 후배 가수인 '악동뮤지션' 자매와 함께 부른 노래는 '엄마가 딸에게'라는 곡이다. 음악그룹 동물원의 김창기 씨가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김창기 씨는 현재 소아정신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가사에는 아이들의 정신을 치료해온 그의 고민이 녹아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대부분 자신이 부르는 노래의 노랫말을 써왔던 양희은 가수가 그의 가사를 고스란히 받아 안은 것은 마음이 일치한다는 뜻이 아닐까. 어떤 연예인이 아무리 잘 생겼다는 말을 들어도 한 번 직접 본 것과는 다르다. 노래도 먼저 듣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 




엄마가 딸에게 불러주는 이 노래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너의 삶을 살아라."


어른이 다음에 올 젊은 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 중에 이보다 최상의 것이 있을까. 이 한 줄의 가사는 마치 비틀즈의 노래 '렛잇비'에 비견된다. 영어식으로 표현하자면 "져스트 비 유어 오운"이다(문법에는 자신이 없다). 단지 너 자신이 되라는 것이다. 이 한 마디의 가사는 그래서 엄마가 엄마 세대 자신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으로서 살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성찰의 고백이기도 한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조언의 말을 던지기 이전에 자기 자신의 삶을 먼저 성찰하는 것, 이것은 자기계발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난도 교수도 하지 못한 일이다. 


우리가 인품을 갖춘 원로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그들의 말이 자기 성찰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양희은이 부르는 이 노래에는 오직 어른들의 성찰만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도 자조적이지 않다. 성찰을 이겨낸 묵직한 조언을 남긴다. 그래서 더욱 더 다음 세대의 가슴을 흔든다. 눈물을 떨구게 만든다. 나는 매번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눈시울이 젖는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내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내 삶을 진정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시대의 아이콘 양희은은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노래하며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노래가 세상을 바꾸는 시대는 끝났다고들 한다. 아니다. '어떤' 노래는 여전히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사람을 흔들고, 멈추게 하거나, 나아가게 하고 있다. 양희은은 여전히 당대의 가수다. 


2016. 9. 26.



날짜

2016. 9. 2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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