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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의 종언을 알린 첫종은 이화여대에서 울렸다



우리 역사에 분명히 기록해야할 것이 있다. 지난 10월 24일, JTBC의 태블릿 피씨 보도가 있기 전, 언론에 최순실과 정유라의 이름을 올리게 한 것은 이화여대생들이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생들은 7월 28일에 '미래라이프대학 단과대 신설 반대'를 주장하며 본관 점거 농성을 시작했다. 최경희 이대 총장은 경찰 병력 1600여명(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제시 자료)을 학내에 투입시키며 충돌을 빚었고, 이대 학생들은 졸업생까지 합류해 대대적인 항에 나서며 결국 8월 3일 최경희 총장의 '미래라이프대학 백지화' 선언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 농성은 끝나지 않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최경희 총장의 비리와 연루되어 최순실, 정유라의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대 부정입학 및 특혜 정황이 발견되고, 이례적으로 10월 19일 이대 교수들이 총장 사퇴 시위에 나서게 되면서 최순실과 정유라는 정권 실세로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를 일자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7월 28일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생들 본관 점거 '미래라이프대학 백지화' 시위 시작

7월 30일 | 경찰병력 1600명 학내 투입

8월 3일 | 최경희 총장 '미래라이프대학 백지화' 선언

8월 3일 |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 - 졸업생 1만여 명 합동 시위. 최경희 총장 퇴진 요구 / 점거 농성 지속

9월 28일 | 국정감사 '최순실의 딸, 정유라' 이대 특혜 입학 의혹 제기

10월 19일 | 이대 교수들 최경희 총장 퇴진 시위 합류

10월 24일 | JTBC 최순실 국정 농단 보도




다시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한 시위



지난 7월 30일, 이화여대 본관 복도에는 소녀시대의 데뷔곡이기도 한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퍼졌다. 유행가로서가 아닌 투쟁가로서 말이다. 지도부와 운동권이 없는 투쟁, 직접 민주주의 시위라는 새로운 방식은 항해와 표류 사이를 오고 가며 3개월 가까이를 견뎠다. 결국 문제의 도화선이 되었던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늘날 대통령 탄핵 소추안 통과까지 이르게 된 국정 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이 전면에 등장했다.



몇몇 남성 네티즌들은 최순실과 그 자녀의 비리가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이대생들은 시위도 하지 않고, 흔한 대자보 하나 붙이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은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낡은 선입견에 기댄 평가였다. 하지만 정말 무관심한 것은 글을 올린 그남들이었다. 지난 7월 30일부터 시작된 이화여대 학생 전원과 졸업생 전원의 투쟁은 주류 언론의 외면과 여론의 따가운 눈총(이화여대생들의 '학벌 중심주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이 다수 있었다)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학내에는 새로운 대자보들이 계속 붙었고, 본관 점거도 지속되었다. (*참고 기사 


* 오히려 늦게 합류한 것은 이화여대 교수들이었다. 앞으로 이야기할 이 시위가 촉발된 최초의 원인인 '미래라이프대학'설립 시점에는 말을 아꼈던 교수들이 정작 자신들의 명예가 걸린 문제로 사건이 확대되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우리사회의 자화상을 미묘하게 보여준다.



물론, 여러 사람들, 시민단체, 언론이 다각도에서 노력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수면 위에 드러날 수 있었던 것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생들의 이 점거 항쟁이 큰 역할을 했음을 기억해야 하겠다. 이들의 시위는 결국 우리가 다시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대학생들은 왜 '미래교육'을 거부했나?


최근 고려대학교과 동덕여대에서도 '미래'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단과대 설립 반대 투쟁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잠시 화제가 되었다. 


미래대학이 뭐기에... 고려대. 동덕여대서도 논란(한겨례)

*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환기시켜 보자. 박근혜 게이트를 알리는 첫 종소리였던 이대 시위의 도화선은 바로 최경희 총장이 밀어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문제였다. 


미래라이프대학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신설을 추진하고자 했던 단과대학이다. 평생교육을 장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나? 왜 대학생들은 이 단과대 설립을 반대했을까? 우리가 다시 새로운 세계를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미래교육의 이야기를 풀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 2화에 계속 



2016. 12. 27. 



날짜

2016. 12.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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