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과연 진짜 보수가 될 수 있을까?

- 금안당


 

지난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개정 국회법을 거부함과 동시에 여당 지도부, 특히 원내대표인 유승민을 향해 폭탄 발언을 했다. 원내 대표가 대통령인 자신과 정부를 돕지는 않고 오히려 '자기 정치'와 '패거리 정치'를 하는 배신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권분립을 위배할 소지가 있어 국회법을 거부한다고 하면서, 정작 대통령 자신은 행정부의 국무회의 자리에서 입법부 선출직인 원내대표를 물러나라 마라 하는 것이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 행위인 줄 모른다. 게다가 이 자리에서 박대통령은 노무현 전대통령의 경우에는 대통령 탄핵감까지 되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대통령이 '구태정치인'이라고 규정한 정치인들을 국민들이 선거에서 심판해달라는 대목, 따라서 '친박 인사'만 당선시켜 달라는 취지??)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에서의 이번 발언은 읽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객관성과 논리성, 사실성이 결여되고, 너무 주관성이 강해서, 열이면 열 가지 다 반론에 직면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은 국회가 정부가 제시한 경제활성화법안들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나라 경제가 침체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30여개의 관련 법안 중 23~25개가 이미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고 한다.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주도해 입법했던 '국회선진화법'

더 나아가 다수당인 여당의 원내총무가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도록 만든 '국회 선진화법' 같은 경우는 박근혜 대통령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밀어붙인 법률이라고 한다. 또 대통령은 800억원에 달하는 예산만 낭비하는 아시아문화도시법이 여야 의원들의 '빅딜' 혹은 야합으로 처리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이 또한 정부측에서 2013년 9월에 발의하면서 정부가 통과를 독촉한 법률의 하나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사실 이번에 거부권이 행사된 국회법도 박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당시에는 본인 또한 개정을 요구했던(그것도 두 차례나, 그것도 이번 개정안보다 더 강한 강제성을 띄고) 법률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매번 이런 식이다. 이런 걸 두고 사람들은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니, 아전인수니, 적반하장이니 하는 표현들을 쓰지만, 문제는 이번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한 비난에서 드러났듯이, 대통령의 이런 행동들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정상'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보수 언론들도 대통령의 질타에 반성문을 읽는 원내대표의 행동이 '해외토픽감'이라느니, 배신감을 느끼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이라느니, 이번 정쟁이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 비박 간의 '아귀다툼'이니 하는 평가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번 과정에서 이런 '정치적'인 의미를 넘어서는 좀 다른 측면을 본다. 그건 박대통령의 '독점욕'이다. 사실 이번 국회법 거부의 발단이 된 사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연금 개혁이 발등의 불인 것처럼 시한을 정해 한시바삐 이루어지길 여당에 요구해왔다. 그래서 김무성 대표가 명분 있는 대통령제 개헌론을 들고 나왔을 때도 공무원 연금법 개정이 더 우선이라며 개헌논의를 가로막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지부진하던 공무원 연금법은 유승민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고 나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유승민 원내대표는 정부가 제시한 마감 시한에 맞춰 야당과의 합의로 연금법 개정을 이뤄냈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 문제가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워낙 전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던 터라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해 새누리 지도부의 능력과 성과가 돋보이기 일보직전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대통령은 이 1차 합의에 시비를 걸었다. 겉으로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끌어올린다는 연계 조항 때문이라고 했지만, 청와대가 뒤늦게 1차 합의를 거부했다는 건 청와대 정무수석을 나중에 유야무야 해임시킨 데서도 드러난다. 또 어차피 30, 40년 후면 동이 날 국민연금을 놓고, 대체율을 50%로 높이면 향후 80년간 재정 적자가 얼마라는 둥의 엉터리 통계를 들이댄 것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거의 다 이룬 1차 공무원 연금 개혁법을 강제성도 별로 없는 부차 조항을 핑계로 청와대가 갑자기 무산시키는 과정을 보면서, 대통령이 단순히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이거나 국무적인 모든 주요 성과는 자신이 독점해야 성에 차는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말하자면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하는 정도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방해해서 사촌이 논을 못 사게 만드는 강력한 질투심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야당도 아닌 같은 아군인 여당 대표가 그 사촌이라 해도 말이다. 어쨌든 내 사고나 논리로는 공무원 연금법 개정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던 대통령이 애써 이룬 1차 합의를 무산시키는 이유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의 이런 의구심은 이번에 사단이 난 국회법 개정안이 연계된 2차 공무원 연금법 합의에서 더욱 짙어졌다. 왜냐하면 똑같은 과정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로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이룬 성과 자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개정 국회법이 위헌이니 아니니 하는 문제로 비화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라졌다. 왜냐하면 갑작스럽게 벌어진 메르스 사태에서 박근혜 정부가 워낙 죽을 쑤는 바람에 국민들은 물론이고 보수 언론조차 청와대의 행태를 불만스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언론이 전달하지 않을 수 없는 국회의장의 노력과 입장(국회법의 위헌 소지를 최대한 없앴을 뿐만 아니라 행자부 장관을 비롯하여 헌법학자들로부터 개정 국회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확인까지 받았다는)도 있었다. 따라서 대통령이 국회법을 거부해도 여당 내에서조차 대통령의 뜻이 쉽게 관철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와 함께 여당 지도부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감히 내 뜻에 토를 달고 유보를 하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태도로.

 

그런데 만약 나의 의구심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다시 말해 공무원 연금법 개정에서 시작하여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강력한 비난과 사퇴요구로 이어진 이번 사태의 근저에 대통령의 독점욕이 깔려 있는 것이라면, 이는 나라를 위해서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는 세월호 침몰이나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이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같은 이념적 편향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정권도 김정은 외 2인자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모든 중요한 성과는 김정은이 독점하고, 모든 과오는 아랫사람이 뒤집어쓴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북한의 이런 특이한 통치구조를 단순히 독재국가라고 표현하지 않고, 왕조국가 혹은 김씨왕조라고 지칭한다. 

 

물론 대한민국은 일당독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북한과는 다르고, 설사 대통령의 독점욕이 있다고 해도, 이는 여당 혹은 여권 내의 범위로 한정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특이하게도 다른 사람들, 심지어 친박 인사까지도 포함해서 다른 사람의 공(功)을 띄워주는 일이 거의 없다. 아니, 공을 띄워주는 건 고사하고 극소수의 측근을 제외하고는,  또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도자로서 자기 사람을 보호해주거나 변명해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 반면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거스르거나 다른 의견을 내면, 이를 '배신'으로 규정하고 그야말로 끝장을 보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도자로서는 특이한, 박대통령의 이런 행동방식을 놓고 온갖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돈 교수는 "흔히 대통령이 2인자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것보다도 박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자신을 오래 알아온 사람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본다. 부담스럽고 싫은 거다."라고 분석했고, 한겨레 신문은  박대통령이 "'배신' 트라우마를 거쳐 '복수' 콤플렉스"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아마도 대통령의 심리까지 분석하고 배려해야 하는 이런 상황이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할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이한 분이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으로 있는 이상, 나는 그 정치적 함의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는 나라의 운명과도 연관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박대통령의 특이한 심리상태는 심리학 용어는 아니지만, '극단주의'라는 용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극단주의냐 하면, 자기 중심적 극단주의가 아닐까 싶다. 물론 사람마다 일정 정도의 자기 중심성은 있기 마련이지만, 자기 중심성이 극단화하면,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여긴다.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지 않으면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에는 모든 권한이 국회에 집중되어야 하고,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국회야 무력화되든 말든 (행)정부가 우선이다. 그리고 여당은 입법활동이라는 독자적 역할이 아니라 정부를 지원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국회의원이던 시절의 대통령의 주장이나 행동이 대통령인 지금의 그것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자기 중심적 극단주의의 당사자에게는 이런 상황이 모순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 주장은 어차피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게 만들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위치가, 아니, 자신이 이동했다는 것뿐이다. 세상은 자신의 이동에 맞춰서 바뀌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세상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여긴다. 알아서 맞춰주지 않고 토를 달거나 딴지를 거는 사람이 있어 두 번 말하게 하면, 그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쓸모 있는 사람과 손을 잡을 수는 있지만, 협력 관계는 용납되지 않는다. 무조건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그 관계는 일시적으로 끝나고 말 뿐만 아니라, 원한관계가 되고 만다. 

 

정두언 의원이 말했듯이 박근혜 정부 들어 당정 관계라는 말 대신 당청관계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 '내 사람'이라는 범주 때문이다. 아무래도 공무가 매개가 되는 정부 관계자들을 완벽하게 내 사람으로 만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와대 인사들이라고 해서 그들 모두가 믿을 만한 '내 사람'은 아니다. 실제로는 입 안의 혀처럼 눈빛 하나만으로도 대통령의 심기나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대통령의 입과 손발이 되어주는 극소수의 측근들만이 대통령의 사람들이다.(그래서 청와대 안의 수석비서관들조차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의 인사 범위는 한없이 축소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 정부각료직을 비롯하여 몇 개월씩 궐석인 고위직들이 대거 존재하게 되었다. 이 또한 정상적인 정부의 모습이 아니다.

 

또 자기 중심적 극단주의인 사람에게 이념이나 철학, 혹은 소신은 별반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세상을 내 중심으로 돌아가게 만들 힘, 권력을 갖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하면 북한을 방문하여 독재자 김정일을 칭찬할 수도 있고, 보편 복지나 경제민주화를 선거캠페인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 다만 과거사 평가나 세월호 대국민사과처럼 절대지존으로서 자신의 권위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정 어쩔 수 없을 때만 허리를 굽힌다. 하지만 그 모욕감을 절대 잊지 않는다. 그러니 자기 중심적 극단주의인 사람에게는 절대 사과를 요구하면 안 된다.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대통령의 태도에서도 보듯이, 어설프게 엎드려 절받기를 요구했다가는 나중에 더 큰 분노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극단주의적 성향을 가진 지도자를 제어하기는 누구라도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국무회의 발언에서 보듯이, 이런 지도자들은 정상적인 게임의 룰을 파괴하거나 무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거나 지키기 때문이다. 그러니 게임의 룰을 제대로 지켜가면서 온건하게 전투를 하는 사람은 질 수밖에 없다. 이는 소수의 주사파들이 예전의 민노당을 비롯한 대중조직들과 통진당을 장악해간 과정을 보아도 알 수 있다.(극과 극은 통한다.)

 

게다가 정치에 문외한인 나같은 사람이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게임의 룰도 무시한 이런 과격한 행동방식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미국대통령들도 다른 나라가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릴 때면 '전쟁' 불사 같은 강경책을 내놓을 때 더 많은 국민적 지지를 얻곤 했다. (선진적인 정치의식을 가진 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그렇지 않지만.) 분단국가인 데다가 아직 대중적 차원에서 민주주의 의식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미국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무능해도, 아무리 서민의 이해에 역행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해도 여전히 박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위 콘크리트 지지율 30%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답게 자신의 지지자들을 적극적으로 만들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이번 국무회의 발언에서도 대통령은 대통령인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감히 "배신"하고, 한걸음 더 나가 대통령인 자신과 대립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원내 대표를 국민들이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얼마나 선동적인가!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배신'이라는 잘못을 저지른 원내대표를 심판할 확실한 명분과 명확한 행동지침을 제시했다. 이 정도면 유승민 원내대표가 정말로 대통령을 배신했는지 아닌지, 원내대표도 정치인인데 왜 '자기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지 등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하지만 아무리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인사들이 막강하고 집요하다 해도 새누리당 비박계가 살아남을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어쨌든 대통령의 임기는 반환점을 돌고 있으니, 시간은 대통령과 친박의 편이 아니다. 게다가 총선은 내년 봄의 일이니, 그때가 되면 대통령의 임기가 4년차이다. 유권자들이 임기 4년차의 대통령을 여전히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고 볼지, 아니면 이제 그만 됐다고 볼지는 아마도 비박계가 유권자들을 어떻게 설득해내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의 극단주의 성향에 굴하지 않고 원칙을 고수하는, 그리고 친박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정의화 국회의장도 있다.

 

어쨌든 극단주의에 맞설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양보나 후퇴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박계 여당지도부는 얼마 안가 각개격파 당하고 말 것이다. 그보다는 국회의장과 야당과 손잡고 입법부의 이해관계를 지키는 편이 삼권분립이라는 헌정질서를 지키는 데  좀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에 비박계 여당 지도부에게도 일반국민들에게도 가장 나쁜 상황은 비박계가 각개격파 당해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거수기 역할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 상황이 왜 일반국민들에게도 가장 나쁜 상황이냐 하면, 국회까지 극단주의 성향이 강한 지도자의 거수기로 전락하게 되면, 우리 사회에 극단주의 성향이 더욱 만연해지리란 건 불 보듯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집권 여당의 지배적 입장이 유승민 원내대표가 내세우는 식의 합리적 정통 보수가 되면, 우리 사회는 극단주의가 불러온 여러 '비정상'들을 정상화시키고, 다양성이 공존하는 진짜 민주사회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수단 하나를 갖게 되는 셈이다.

 

지난 24일 글로벌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공개한 '2014년 세계 웰빙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전세계 145개국 중 전년도인 2013년 75위에서 117위로 무려 42단계나 추락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수준을 생각하면 2013년도의 75위도 심각한 수치이지만, 현재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시리아나 기니보다 더 낮은 117위란 건 정말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순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박근혜 정부 집권 이후로 불행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중인 셈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절망으로 곤두박질 치는 이 상황이 앞으로 적어도 2년 동안은 더 계속되리란 걸 알고 있다.(혹은 앞으로 2년이나 더 남아서 사람들이 그만큼 더 절망스러워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사람은 절망스런 상황일수록 희망의 비전을 보기를 간절히 원하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새누리당의 내분 사태는 단순히 여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이런 정치평론을 굳이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2015. 6. 29. 



날짜

2015. 6. 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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