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메르스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 금안당
전국이 메르스의 공포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5월 하순부터 시작된 생소한 전염병, 메르스 공포가 이번 주말이면 확실하게 한 풀 꺾이려나 싶어 지켜보았지만, 어제 오늘 전해지는 소식은 오히려 메르스 전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을까란 의구심만 더 강하게 키우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된 건 선데이저널 USA가 지적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삼성병원의 오만 때문이다.(* 기사 참고)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야 진작에 알고 있었던 터라 뭐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의료 전문성을 자부한다던 삼성서울병원이, 아니 최고의 전문성은 놔두고라도 전염병이든 다른 병이든 병을 치료하는 것이 본업인 병원이 오히려 전염병의 숙주 역할을 하여 병원체를 대규모로 전파하다니, 정말 기가 찰 일이다.
대한민국, 정말 기본이 안 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특히 이 나라의 정치와 경제 등에서 힘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층에서. 물론 이렇게 만든 건 박근혜 대통령이고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정부이다. 현대국가를 운영하는 데 있어 기본과 상식이 전제되지도, 통하지도 않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문제만 하더라도, 의료기록도 남아 있지 않은 모호한 병명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을 굳이 총리로 지명하는 이유를 나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이 여성이라 아무래도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미숙할 수밖에 없고, 안 그래도 병역 미필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게 현 내각의 문제인데, 총리까지 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아니, 군대를 다녀온 우리나라의 일반 남자 국민들보다도 모르는) 사람을 지명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다. 전쟁 발발의 위험성이 항상 상존해 있다. 사실 나는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군에 다녀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이 정부하에서 전쟁이라도 나면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아, 전시작전권이 주한미군에게 있으니 차라리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였지만…… 이번에는 미군의 탄저균 배달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이다. 잘못하면 한반도가 생화학전의 실험장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건만 군사문제의 최종 결정권이 미군에게 있다 보니, 대한민국 정부는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한다. 국민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건만 군사 문제에 문외한인 총리가 이런 문제에 무슨 판단력이 있을 리 없다.
어쨌든 군 문제에 대해 무지한(하긴 황교안 후보자는 자신이 법률 문제라면 기본적으로 다 이해하고 있어야 할 법무부 장관 지위에 있으면서도 세법을 '몰라서' 세금을 늦게 냈다고 뻔뻔스럽게 말했다) 황교안 후보자 같은 총리는 행여 한반도에 전쟁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지휘부임을 포기하고 대통령과 함께 지하벙크에 들어가기 바쁘거나, 아니면 박근혜대통령을 전쟁이 터지자 국민들을 속이고 제일 먼저 달아난 이승만 대통령 꼴로 만들기 딱 좋은 인물이다. 따라서 설사 진짜로 병역을 면제 받을 정도로 심한 담마진으로 병역 면제가 되었다 해도, 그래서 병역면제가 '합법'이라 해도, 황교안 후보자는 그 정치적 입장은 놔두고라도 총리로서의 기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 총리 자리를 계속 공석으로 둘 수 없으니, 따지지 말고 황 후보자를 총리로 인준하자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지만, 황교안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메르스 대책이 최선을 다한 것이고 기본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강변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황교안이 총리가 된다 해도 메르스 확산을 저지할 지금보다 더 나은 대책이 나올 거라고 보기도 어렵고, 심하면 지금의 총리대행 체제처럼 대응 실패로 오히려 메르스를 더 확산시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병역면제와 전관예우 등 심각한 비리 혐의가 있는 사람을 굳이 이 시점에서 총리로 인준할 이유가 없다. (아니, 역으로 생각하면, 메리스가 계속 확산되는 상황에서 총리가 공석이면, 총리 인준을 안 해준 새정연이 욕을 들어먹겠지만, 황교안이 총리가 되고서도 메르스를 못 잡으면, 국민의 비난을 들어야 하는 건 정부 여당일 테니, 새정연 입장에서는 총리를 인준해주는 게 오히려 면피하는 데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의 메르스 사태를 포함하여 흔히들 박근혜 정부가 위기관리 능력이 없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 그 이유는 무엇보다 현장의 판단력을 중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현 정부의 운영 시스템 때문이다. 장관조차 아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까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이번 메르스사태에서도 첫번째 환자가 발생했을 때 평택성모병원은 메르스 검진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환자가 다녀온 곳이 메르스 발생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진 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내렸다. 그 사이 평택 성모 병원에서 30여명이 넘는 인원이 감염되었다. 그리고 이중 한 명이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복지부(질병관리본부)는 삼성 서울병원에 이 환자의 감염 가능성을 전달하지도, 평택 성모병원이 메르스 발병 병원이라는 사실을 전달하지도 않았다. 그 덕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지금까지 60여명에 가까운 감염자들이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의 일개 과장이 국회에 나와 삼성병원이 아니라 국가의 방역망이 뚫린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린 건 이 때문이다.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를 인지한 것은 6월 1일의 초기대응 부족에 대한 지적, 그리고 6월 3일에 열린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대책회의'에서이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에서다. 문제는 전염율과 치사율이 높은 신종 전염병이 국내로 유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자 중 어느 누구도, 그리고 단 한 번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도, 보건복지부도, 삼성서울병원도, 그리고 대통령도... 민간병원인 삼성병원은 놔두고라도 대통령을 포함해서 나머지 '공무원'인 이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고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업무가 이런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뭐,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고 모든 사건사고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대통령이 사후에 '철저히 수색해서 생존자를 최대한 구하라'는 지시를 했는가 아닌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사고가 일어난 해상에서 몇 백 킬로 떨어진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이 무슨 수로 현장 상황을 알아서 구체적인 구조 지시를 내릴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 정부하에서는 현장 상황과 사태의 진행에 맞추어 나름의 판단을 내리고 시행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백발을 양보해서 전염병 문제에 문외한인 복지부 장관이 판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했던 것까지 봐준다 쳐도, 이 신종 전염병에 가장 적합화되어 있는 정부 부처인 '질병관리본부'가 신종 전염병의 유입에 이렇게 무능하게 대처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일반 국민이 보기에는 이들이 월급 받아 밥 먹고 해야 하는 업무가 바로 이런 일일 텐데 말이다. 설사 확진 과정이 좀 뒤늦었더라도 일단 확진이 났으면,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전염 차단을 위한 신속한 조치를 강력하게 제안했어야 했다. 또 복지부 장관은 자기 입으로도 비전문가라고 했으니, 메르스 사태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여 정부와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했어야 했다. 그리고 만일 대통령과 전문가의 의견이 다르다면, 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비전문가'인 대통령을 설득했어야 한다.
이런 게 정상적이고 기본적인 현대 국가 시스템 운영의 상식이다.(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국민 모두가 알다시피 비전문가 중에 가장 비전문가인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리는 것말고는 이 긴급상황을 인지하고 관련 조치를 취할 것을 주장하거나 시행한 관료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유진룡 전장관 등 예전의 고위 공무원들처럼 조금이라도 대통령의 뜻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가는 목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관료와 공무원들의 입을 닫아놓은 대통령이 희안하게도 죽자고 컨트럴타워 역할은 맡지 않으려 한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권한은 100% 다 갖지만 책임은 절대 안 지겠다는 이야기다.(나는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국가 중에 다른 나라에도 이런 대통령이 한명이라도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그래서인지 대통령을 대신해 처음에는 질병관리본부장이 나와서 사태 보고를 하더니, 그 다음에는 복지부 장관이 나오고,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국민 여론에 마지 못해 총리 대행이 총대를 매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최경환 총리 대행은 경제부총리이기도 하니, 메르스 사태 확산 방지보다 메르스 사태로 경제가 위축되는 데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돌고 있는데, 게다가 아직 감염경로도 밝혀지지 않은 측면이 많은데, 경제를 살린답시고, 외국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어쩌고 하는 게 외국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정말 국제적인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대한민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와도 된다고 판단할 때까지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외국 대사관들에 통보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책임 지는 자세이고, 신사적인 태도이다.
정작 대통령과 정부가 현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기민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기지역이 아닌 서울에서 확진환자(삼성병원 의사)가 나온 상황을 파악하고, 서울시장의 입장에서 확산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하면서이다. 그것도 SNS에서는 떠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은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조치를 배려하여 서울시민의 안전과 관계된 사항만 공개했다. 그런데도 복지부 장관과 대통령은 박원순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쓸데없이 사람들의 공포심을 조장했다며, 박 시장을 공격하는 데 나섰다. 하지만 5일 들어 국민 여론이 박시장의 메르스 상황 공개에 호의적이고, 더불어 대통령 지지율은 추락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마지못해 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거쳐간 병원 이름들을 공개했다.
이렇게 하고서야 국민들도 어느 정도 사태를 파악하고,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확진 판정이 나오면 병원 전체를 폐쇄한 다른 병원들과 달리,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는 병원 자율에 맡겨놓았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조처가 메르스 확산에서 대단히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징후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삼성병원의 이송요원이 메르스 증상이 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일간이나 업무를 보았고, 자가격리 대상에 빠져 있어 계속 환자를 진료하던 삼성 병원의 의사 한 명도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 때문에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메르스 확산 3차 파고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과연 진정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지 적어도 1주 정도는 더 지켜보아야 할 듯하다.
나는 메르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물론 정부와 종합 병원들의 초기 대응 실패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가장 밑바닥에는 신종 전염병을 바라보는 관점의 오류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대통령과 정부와 일부 여당 인사들과 보수 세력들은 메르스가 치사율이 좀 높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감과 유사한 기관지 전염병일 뿐인데, 국민들이 과하게 정부에 책임을 묻고 과하게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혹은 SNS 등을 통한 유언비어에 주목하는 걸 보면 일부러 사람들의 공포를 조장하는 특정 세력이 있는 게 아닐까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신들이 앞장 서서 메르스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제스처를 보여주면, 사람들의 공포심이 진정될 거라고 여긴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도 자기 목숨을 걸고 일단 걸렸다 하면 치사율이 10%에 이르는 전염병에 걸리는 실험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설사 치사율이 1%에 불과하다 해도 괜히 안 걸려도 될 전염병에 걸려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싶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점에서 집권 세력은 전혀 잘못 생각하고 있다.(글을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이 조언도 잘못된 게, 예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김선일이라는 단 한 사람의 목숨을 살리지 못했다고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던 전력이 있다.) 그리고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국민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국민들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 번도 자신이 세월호 유가족이면 어떤 심정일까라든지, 자기 가족 중 한 명이 우연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에 들렀다면 지금 얼마나 불안할까라는 가정을 해보지 않는다.
게다가 전염병이란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병균에 의해 병이 옮는 것이다.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으니, 한 번 병균이 침투하고 나면, 그냥 병을 이겨내는 것말고는 아무런 방도가 없다. 더우기나 메르스는 신생 전염병이라 아직 감염경로 등 밝혀지지 않은 측면이 너무 많다. 그러니 사람들이 메르스 감염에 대해 불안과 공포심을 갖는 건 당연할 뿐만 아니라, 정부 견해와 달리 오히려 합리적인 태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 중에 "조심, 또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는 구절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지배세력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대집단을 이루며 사는 현대사회에서는 대중의 '심리'도 현실이라는 것이다. '심리'라고 해서 부정하거나 후 하고 불면 쉽게 흩어지는 뜬구름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모든 심리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회 대중의 지배적인 심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니, 이런 충고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지배세력은 대중의 심리를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중의 심리를 이용해서 집권도 하고 대중의 심리를 조장하여 정적을 공격하기도 해왔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만 유독 대중 심리를 '근거 없는 것'으로 보는 이유는 이번의 대중 심리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심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이나 여당 대표가 앞장 서서 동대문 상가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식당 등을 방문해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으로 대중의 심리를 바꾸어 보려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내 보기에 아직 메르스 감염 경로가 100% 확실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르스 확산 방지라는 측면에도 역행하는 위험한 행동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는 분열적 정치 행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손님이 줄어들어 마음이 다급해진 상인들은 겁을 먹고 소비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다른 국민들을 원망할 수 있다. 대통령도 안전하다고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면서.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자신이 감염된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잠재 감염자들이 늘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메르스는 더욱더 진정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지금은 전국민이 적어도 2주 정도는 필요한 동선을 최소화해서 어떻게든 메르스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드러났듯이 지금까지의 방역에 너무 구멍이 많아, 의심 환자로도 격리대상으로도 포함되지 않았던 사람 중에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민이 일치단결해서 다른 사람과의 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면, 설사 예상 외의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한다 해도 그 피해는 최소한이 될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들도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고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정치 일정 등은 당분간 유보시켜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건 가능하면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소위 말하는 성숙한 사회의식이다. 승용차가 있는 사람은 되도록 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은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며, 필요 물품 구입시에는 인터넷 쇼핑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단, 택배 기사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물건을 인수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직장과 학교 등 꼭 필요한 경제 사회 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물론 조금이라도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은 자진해서 자가 격리를 하거나 메르스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런 기본적인 사회 생활 단위들까지 가동이 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직접 손님이 줄어들어 피해를 보는 경우들도 있겠지만, 하지만 메르스가 확실하게 잡혀야 외국인 관광객들도 안심하고 한국을 방문하고, 내국인들도 예전처럼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2주를 희생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어찌 보면 손실을 최소화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 이런 방법일 수 있다.
물론 전국민이 이렇게 일치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망상이라고 비판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IMF 때에도 국난극복을 위해 일치단결된 마음으로 금 모으기 운동 등을 전개한 전례가 있다. 이 당시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보여준 단결력과 애국심에 놀라워하고 감탄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국격이 높아지던 순간이었다.
사실 메르스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국가 체제가 무너지고 나라가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되리란 건 너무나 명확한 사실이다. 아마 우리 국민 누구도 이런 상황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내탓 네탓을 하기 전에 우선 일치 단결해서 이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책임을 묻는 건 이 위기상황이 해결되고 나서 물어도 늦지 않다.
어떤가? 앞으로 2주 동안 동선을 최소화하고 차분하게 생활하면서, 그동안 바빠서 읽지 못했던 책도 읽으며 보내는 건?
아,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 '감기'처럼 컨테이전이라고 전염병이 퍼지는 상황을 다룬 영화가 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봐두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의 화두는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누구도 만나지 마라'이다. 그렇다고 내가 메르스가 이 영화에 나오는 전염병만큼 전염성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이런 태도가 미지의 전염병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인 건 분명하지 않을까?
P.S. 방금 인터넷 기사를 보니,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어떤 단체가 박원순 시장을 고발했다고 검찰이 박원순 시장을 수사한다고 한다. 정말 할 말이 없다.
2015.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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