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상 어때요? 


 이런 세상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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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신장 장애인들의 롤모델 마이클 애인 교수 

 3. 서울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더불어 살기'



3. 서울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더불어 살기'

- 금안당 



* 사진 인용이 문제될 시 바로 삭제 조치하겠습니다.


경향신문, 11월 28일자 보도이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 두산아파트 입주민들은 최근 입주민대표회의에서 내년 경비노동자 임금을 19%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100% 보장을 적용하고 추가로 일부 임금을 인상한 결과다. 경비노동자 30명 전원이 내년에도 변함없이 일을 하게 된다."

 

얼마 전까지 김부선씨의 난방비 사건이나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떠들석했던 터라 이건 또 무슨 홍보기사인가 싶어 기사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파트 주민들이 전기 아껴서 경비원 임금 올리고 고용 보장(경향)

*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니다, 단기간적이거나 일회적인 에피소드가 아니라 2010년도부터 이루어져온 주민들의 노력의 결실이다. 이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인 심재철씨는 "관리비에서 경비비 비율은 10%가 안되지만 난방비·전기요금 비율은 60%를 넘는다. 무엇을 아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 다수가 전기료 아끼기에 나섰다. 그리고 전기료를 아껴서 경비노동자들의 임금을 제대로 보장해주고도 관리비는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효과를 거두었다.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서는 개개 주민들이 약간의 불편과 수고를 감수해야 했지만, 다수의 주민들이 더불어사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보았기에 이 문제를 놓고 불만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경비원 분신 사건이 일어난 압구정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은 기존의 경비원들 전원에게 해고 예고 통보를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 단지의 경비원들은 현재 파업을 결의한 상태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는 것 같다. 2006년 말부터 8년 가까이 이 아파트에서 근무했던 경비원 한 분이 해고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이별편지'란 걸 썼는데, 이 사람을 인터뷰한 기사(*바로 보기)에서 보면 경비원과 주민과의 관계가 꼭 상하관계만도 아니고, "사실 고마운 주민들이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정년을 넘겨 촉탁근무 대상이 되었을 때, 해당 동의 주민 전원의 찬성으로 근무연장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부자 아파트까지 포함하여 우리 사회는 아직도 경제적 지위 여하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서 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이야기이다. 다만 분신 사건을 촉발시킨 한 아주머니같이 목소리 크고 잘난 척하는 소수의 사람들, 자기 이익은 악착같이 챙기면서 다른 사람의 권리는 배려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침묵하는 다수의 선의가 드러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분위기까지 각박해져가는 것일 뿐이다.

 

얼마 전에는 고용업체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요금을 받는 징수원들의 업무 태도를 CCTV로 녹화하여 근무평점으로 평가하는 관행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사실 대다수 운전자들은 오히려 징수원들이 과도한 친절을 보이는 게 더 부담스러울 것이다. 가전제품을 수리하러 온 서비스 기사가 너무 친절하게 해주는 모습을 보면, 기분 좋은 느낌보다는 안쓰러운 느낌이 먼저 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소비자들 중에는 징수원이나 서비스 기사의 태도가 좀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굳이 회사에 연락하여 항의를 하는 소위 '진상고객'들이 꼭 있다. 그러면 고용주는 만만한 피고용자에게 이런 진상고객들의 불만까지 일체 일어나지 않게 하라는 과도한 요구를 한다. 사실 이별편지를 쓴 위의 경비원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촉탁근무 연장 여부를 묻는 설문지를 엘리베이트 안에 붙여놓고 주민들의 찬반을 물었을 때, 비록 주민들이 전원찬성을 해주긴 했지만, '인민재판'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업체의 입장에서는 정년이 지난 촉탁근무인데, 주민들의 동의를 확실하게 받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가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들을지 불안했을 것이다.(하지만 이건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사회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 진상고객을 너무 무서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들의 무리한 요구에 맞추려다 보니, 불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 분신한 경비원만이 아니라 이런 진상고객들에게 상처받은 감성노동자들이 자살까지 하는 경우들이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사실 우리나라 진상고객들의 횡포는 그 도가 한참을 넘었다. 내 보기에는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만 좀 낮아져도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덜 각박할 것이다.

 

석관동 두산아파트의 경우에도 심재철 회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처음부터 모든 주민이 전기료를 줄이고, 대신 경비원 임금은 제대로 지급하자는 안에 찬성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반대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한참이나 거쳤다고 한다. 말하자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더불어사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다수가 그냥 다수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다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2014. 11. 28. 



날짜

2014. 12. 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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