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가 대안학교 법제화, 무엇이 문제인가? 

- 금안당


 LIST 

 ⑴ 사건의 경과 

 ⑵ 법률안 분석 

 


지난 6월 23일 교육부가 미인가 대안학교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와 함께 '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해 미인가 대안학교들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대안교육연대를 비롯한 대안교육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학교로의 인가조건을 충족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미인가 대안학교들의 경우, 그간 대안교육연대 등이 앞장서서 학교 '등록제'를 추진해온 반면, 오히려 교육부는 등록제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양쪽의 입장이 바뀌었다.


어찌된 연유인지, 또 법률의 구체적 내용과 쟁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대안학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1) 사건의 경과

 

* 아마 더 자세한 내막은 대안교육연대 관계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왜냐하면 대안교육연대는 교육부가 법안 시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와 협의를 진행한 주체인 데다가 그 이후의 법안 저지 활동 등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안교육연대가 정보를 아무리 많이 갖고 있더라도 어쨌든 이 갈등의 한쪽 당사자라는 점에서 보면, 연대측의 정보만으로는 사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언론이나 인터넷에 실린 데이터들, 말하자면 어느 정도 공식화된 자료들을 가지고 상황 전개를 재구성해보는 것이 사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배경으로 말하면, 2012년 3월부터 시작된 우리 학교(파주자유학교)와 인근 모텔 간의 분쟁에 파주교육지원청이 개입, '초중등 교육법 65조' 등에 위배된다는 명분으로 학교를 폐쇄하려다 오히려 역풍을 맞은 사건과 5월에 있었던 '늦봄 문익환 학교'에 대한 동아일보의 왜곡보도와 그에 이어진 고소 고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교육부는 파주자유학교 사건을 통해서는 미인가 대안학교들이라도 함부로 폐쇄하거나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기는 힘들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늦봄학교 사건을 통해서는 미인가 대안학교의 사상적 색채(이런 게 있다고 하면)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해 하반기에 있었던 교과부 지원금 교부 대상 선별에서 '부적절한 편향성'(?)을 가진 학교는 제외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하지만 올해 5월에 내려진 늦봄학교와 동아일보의 민사 소송 결과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왜곡보도였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교육부가 법원의 판결을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나름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해 8월 27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아래와 같은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지도감독이 강화되고,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등록제 도입도 추진된다. 정부는 27일 오후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1차 교육개혁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의 '대안교육 발전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대안학교 설립에 걸림돌이 돼온 위치ㆍ토지환경ㆍ대기환경ㆍ주변환경 등 교육환경에 대한 평가서를 간소화할 방침이다. 현재는 대안학교를 세울 때도 일반학교와 같은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 국가 재정으로 대안학교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손질, 학생 부담을 완화하고 교육환경을 개선한다."

 

등록제는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대안교육 관련 법률안(김세연의원 '대안교육기관 지원법안', 김춘진의원 '학교 밖 학습자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에도 제시된 안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대안학교 인가'가 아닌 '등록제'를 거론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말기에 나온 정책안인 데다가, 후속 대책의 하나로 나온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 제도 개선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보니, 이명박 정부의 나름 야심찼던 '대안교육 발전방안'은 그냥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교과부는 교육부로 다시 개편되고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의 수장이 되었다. 하지만 미인가 대안학교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방안을 찾으려는 교육부의 방침은 그대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우선 전국에 존재하는 미인가 '대안교육시설'들에 대한 현황 조사를 실시했다.(이 당시는 대안교육연대도 교육부의 법제화에 긍정적이었으므로, 230여개에 달하는 대다수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이 조사에 응했다.)

 

그리고 이 현황 조사를 토대로 교육부 산하 '대안교육 정책연구팀'에서는 '새로운' 대안교육 모델의 입법화 과정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지난해 11월 새누리당 김재경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종북 성향 대안학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 라고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에게 따졌을 때, 서 장관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의무 등은 대안학교에도 마땅히 적용돼야 한다"라면서 대안학교 등록제 도입 등 대안을 강구 중이라고 답했던 것이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미인가 대안학교들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싶어하는가는 작년 12월 20일 한국교육문제연구소(소장 박주호)가 주최하고 교육부가 후원한 '새로운 형태의 대안교육 모델 개발을 위한 토론회'에서 드러났다.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토론회에는 교육부 대안교육 정책연구팀 소속의 김성기 협성대 교수와 이덕난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두 사람이 발제자로 나서고, 류성창 국민대 교수, 정선임 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 김선옥 꿈틀학교 교장 등 4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관련기사)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우리학교뉴스


 

(역시 교육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중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성기 교수는 현재 185개 대안교육시설의 운영 현황을 정리하고, 대안교육시설 등록제를 단계적으로 도입(4단계)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1단계에서는 설립부터 3년 간 예비등록 기간을 두어 '예비등록 대안교육시설'로 운영하고, 2단계에서는 학생의 학습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는지 교육과정 운영 등 교육의 질을 평가하여 요건 충족 시 '(등록) 대안교육시설'로 등록하게 된다.


구체적인 등록 요건으로는, △교원 요건 관련, 교사 자격증은 요구하지 않되, 성폭력범죄 등 범죄 경력자는 제외 △자가 시설을 원칙으로 하되, 다문화·탈북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및 공공시설 임대, 장기임대(10년 이상)의 경우는 예외 인정 △학생은 최소 10인 이상을 원칙으로 하되, 미혼모, 특수교육·다문화·탈북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예외 인정 △그 외, 일정 비율의 위탁교육 학생 참여,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 활용 등이다.


예비등록 대안교육시설이 정식 대안교육시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1년 간 등록 유예 기간을 두고, 재차 요건 불충족 시에는 시설 폐쇄 조치가 이루어지게 된다. 한편 정식으로 대안교육시설로 등록하게 되면, 교육과정 자율 운영, 취학의무 유예, 학교 명칭 사용 등의 법적 효과를 가지게 된다. 다만, 등록 후에도 교육과정 운영 상 문제가 있거나 학교 운영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 등록 취소, 시설 폐쇄 등이 이루어지게 된다.


3단계에서는 일정 기준에 의한 평가 결과에 따라 재정지원을 하게 되며, 4단계에서는 인가 대안학교 등 학력인정 기관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김성기 교수는 이러한 등록제 도입 방안에 대한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등록제 도입을 통해 대안학교다운 교육공간은 대안학교로서 제대로 인정받고, 무늬만 대안학교인 문제 시설에 대해서는 관리·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번째 발표자인 이덕난 입법조사관은 "대안교육기관의 법제화는 대안교육의 특수성에 의해 주어지는 '자율성'과 학교라는 제도의 틀에서 요구되는 '공공성'이라는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안교육의 자율성과 공공성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헌법이 보장한 학습자의 교육 받을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제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토론회의 발제 요점을 이렇게 길게 인용한 것은 나중에 보듯이, 교육부에서 제시하고 대안교육연대측에서는 반대하고 있는 '(가칭) 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위 두 발제자가 제시한 기본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이런 방침이 위 토론회의 주최자인 '한국교육문제연구소'를 통해 법률시안으로 확정된 것은 4월 말 경이다. 하지만 진행되고 있는 대안교육 법제화에 먼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대안학교 대표자'들이었다.  3월 20일 대안교육연대 소속 40개 현장학교들은,


"대안 교육 현장의 폐쇄를 전제로 하고 있는 법제화는 등록을 통한 제도권 편입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

"교육부가 등록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교육의 중립성'은 교육과정에 대한 왜곡과 정치적 판단에 의해 대안교육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반대한다",

"교사의 정치활동 금지는 대안학교 교사 이전에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이 사회 시민의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앞으로 법제화와 관련한 '설문조사'와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예정되어 있는 '비인가 대안교육시설 실태조사'는 악용될 우려가 있으므로 전면 거부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리고 이 입장을 받아 4월 2일에 열린 대안교육연대 연석회의도 대안학교 대표자회의 결정 사항을 지지하기로 의결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건으로 모두가 황망해하던 4월 28일 경에 문제의 위 법률안이 하나의 시안으로 대안교육연대에 검토 의뢰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기존 대안학교들의 경우 법률 시행 후 3년 이내에 대안교육시설로 등록하지 않으면 학교를 폐쇄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대안교육연대에서 항의를 한 덕분인지, 아니면 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수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틀후인 4월 30일 연구소는 수정된 법률안과 시행령안을 보내왔다. 그런데 등록이 아닌 신고를 의무화하는 안으로 바뀌어 있었다. 최초의 초안에서는 '신고' 절차가 따로 없어서 모든 대안학교가 '등록'을 해야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지만, 수정안에서는 신고와 등록을 구분하여, 신고는 의무로 하고, 등록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단 재정지원 등은 등록한 학교에 한해서 주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벌칙과 학교 폐쇄도 미신고나  불법행위 등에 한정되어 있다. 오히려 등록한 학교를 폐쇄하고자 할 때는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법률안의 문제점에 대한 자세한 검토는 2부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안교육연대는 신고의무제도 대안교육의 다양성과 기관운영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것이라고 보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대안교육연대는 5월 초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현재 제안된 대안교육 법안은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법안보다 상당히 후퇴한 법안이며, 이는 대안교육 본래의 취지를 구현하기보다 오히려 저해하는 법이 될 것으로 대안교육연대는 매우 우려하는 바이다. … 따라서 현재 한국교육문제의 법률(안)을 대안교육연대는 전면적으로 거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으며, 새로운 법안을 대안교육기관들과 국회가 힘을 모아 재입안할 것을 제안한다."고 선언했다. 요컨대 법제화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부 주도의 법제화가 아닌 대안교육진영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야당)를 통한 법제화에 나서겠다는 결정이다.

 

한편 교육부는 이렇게 연구소에 법안 입안을 의뢰하는 한편, 세월호 사건 때문에 '안전'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면서 '2014년 미인가 대안학교 실태조사'를 5월과 6월에 광범하게 실시하여, 7월 21일에 그 결과를 언론에 공표하였다.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현황.hwp


전국 230여 미인가 대안학교들 중 조사에 응한 170여개 학교들의 현황을 놓고 교육부가 언론에 방점을 찍은 부분은 미인가 학교들의 '낙후한 시설'과 '안전 문제', '평균 연 620만원이라는 과도한 수업료(?)', '사실상의 사교육 기관으로 운영하는 고가의 국제형 대안교육시설' 등이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법적 근거가 없이 운영되고 있는 대안학교들에 대하여 등록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법제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종의 여론 전술이다.

 


설립 목표에 따른 대안학교 현황



그런데 이 현황조사 결과를 언론에 발표하면서 교육부가 공공연하게 표적으로 삼은 것은 기독대안학교들이다. 이는 교육부가 조사에 응한 170개 학교 중 '종교 선교'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들과 '국제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들을 따로 범주화한 데서도 알 수 있다. 두 범주 모두 기독 대안학교들이 주축일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고가의 국제형 대안교육시설, 일명 귀족학교에 대해서는 대안교육의 성격에서 벗어난 것이므로 법적 제제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대안교육시설로 등록하면 기독대안학교들의 '종교 선교'도 대안교육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생긴다.

 

이러니 전체 대안학교 중 학생 비율에서 40% 정도를 차지하는 기독대안학교들도 대안교육 법제화가 마뜩찮다. 이 때문인지 지난 8월 20일에 80여명의 기독대안학교 관계자들이 모인 심포지움에서 참석자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과 교육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한 법제화를 진행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자율성이 보장된 법제화'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교육부가 현황조사와 안전점검에 응하지 않는 대안학교들에 대해서는 대안교육 위탁교육지정에서 제외시키고 재정지원 사업에서도 제외시키겠다고 협박하고, 법제화의 필요성을 여론몰이하는 식으로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대안교육연대를 중심으로 한 대안학교들은 좀더 적극적인 법제화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10일부터 18일까지 세종시 교육부 청사 앞에서 9일간 천막농성을 전개했고, 7월 31일에는  ‘2014 광명 세계민주교육한마당(IDEC 2014)’ 참가하고 있는 18개국 100여명의 외국인 참가자들과 함께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교육부 법제화 저지 대안교육살리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렇다면 교육부의 입장은 어떤가? 교육부는 어쨌든 겉으로는 "대안교육시설과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큰 저항감이 없는 선에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일반대안교육 진영만이 아니라 종교계 대안학교들까지 반대여론이 거센 상황이니, 무리해서 추진해봤자 실익은 없고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테니 말이다.

 

사실 공교육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대안학교, 대안교육운동을 법제화를 통해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교육부의 방침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하에서 추진된 초중등 교육법 60조 3의 대안학교 조항 신설과 이 조항에 근거한 '대안학교의 설립, 운영에 관한 시행령' 또한 정부의 이런 시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법령에 따르지 않는 대안학교들에 대한 규제 조항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위 시행령을 개정하고, 이 시행령에 따르지 않는 미인가 대안교육 시설에 대해서는 초중등 교육법 65조 2항 등을 들어 규제를 하려고 했으나, 자율적 민간 단체의 성격을 띤 대안학교들을 공권력이 규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공교육 붕괴 시대에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행하는 긍정적 역할은 이미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은 터라 정부가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었다. 이 면은 정부 스스로 무너지는 공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대안학교'란 것을 공교육 영역 내에 받아들인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미인가 대안학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미인가 대안학교라는 이유만으로 학교를 폐쇄하는 '야비한' 짓을 하면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여튼 정부로서도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달리 보면 법제화는, 혹은 이 사회에서 정식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것은 대안교육 진영의 숙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1998년부터 실시된 특성화 중고등학교 법에 따라 산청간디학교를 비롯하여 여러 대안학교들이 특성화 학교로 인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에 신설된 대안학교 법으로는 그 이전부터 존재하던 미인가 대안학교 중 인가를 받은 학교들이 단 한 곳도 없다. 말하자면 법률 시행의 본래 취지가 현실적으로 전혀 구현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대안교육연대에서는 이 법률을 대안교육을 궁지에 몰아넣은 '악법'의 하나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안교육 진영으로서도 '어떤 법제화인가'의 문제이지, '법제화'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닌 건 사실이다. 이 때문에 대안교육연대도 산하 대안학교 대표자회의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법률안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 의사를 정하기 전까지는 교육부와 협의를 계속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행 법률안에 대해서는 거부하더라도 따로 국회에서 대안교육 진영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된 법률안이 제정되게 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기독 대안학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앞서 보았듯이 기독대안학교들은 '교육선택권과 학교의 자율성'이 더 많이 보장된 법안을 정부에 요구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그렇다면 현재 거론되는 법률안 '(가칭) 대안교육시설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의 문제는 무엇인가?  과연 완전히 폐기하고 다시 입안해야 할 정도로 대안교육 진영의 이해와 배치되는 법인가? 아니면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대안교육진영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게끔 수정될 수 있는 법인가? 이에 대해서는 2부에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to be continued...



날짜

2014. 8. 2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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