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안학교 모델 중 하니인 영국의 '서머힐' 역시, 지난 1999년 영국 정부에서 내려진 폐쇄명령으로 법률분쟁에 휘말렸었다. 이 사건은 2008년 BBC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었다.
미인가 대안학교 법제화, 무엇이 문제인가?
- 금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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⑵ 법률안 분석 |
(2) 법률안 분석 1
앞에서 말했듯이, '한국교육문제연구소'에서 수정된 법률안[(가칭)대안교육시설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시행령안을 대안교육연대에 검토 의뢰한 것은 지난 4월 30일경이다. 그리고 5월 9일경 연대는 법률안에 대한 세부 분석과 입장을 각급 학교에 메일로 발송한 바 있는데(첨부파일 참조), 이하에서는 연대의 입장도 참조하여, 쟁점별로 법률안을 분석해보기로 하자.
교육부 법안(수정안) 내용에 대한 의견-5.5(연대).hwp
대안교육기관의 설립운영법안에 대한 입장[1](연대).hwp
a. 법명의 문제
가칭이긴 하지만 위 법안은 적용 대상이 될 미(비)인가 대안학교들을 '대안교육시설'이라 칭하고 법명(法名)에서도 이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2006년에 대안학교가 초중등 교육법의 각종학교 중 하나로 인정되자 대안학교라는 명칭은 법정용어화가 되었고, 대신 인가를 받지 못한 기존의 대안학교들은 교육부와 교육청 등에 의해 '대안교육시설'로 불리게 되었다.(물론 대안교육 주체들은 이 명칭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 법안은 '시설'로 불리던 비법적 조직을 법적 조직으로 만드는 데 그 의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명칭을 예전과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법적으로 신고, 등록한 경우와 비법적인 경우가 구분이 되지 않는데, 입안자들이 법명을 이렇게 붙인 이유를 알 수 없다. '한국교육문제연구소'가 처음 보낸 법률안의 명칭은 "대안교육기관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소가 이 용어 외에 대안이 없었던 것도 아닌 마당에 말이다. 게다가 2013년 3월에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던 두 국회의원(김춘진, 김세연)의 법률안에도 모두 '대안교육기관'으로 지칭되어 있었다.
사실 법적으로 보면, '시설'이란 명칭이나 '기관'이란 명칭이나 크게 차이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의 정서상으로는 그렇지 않다. 부모라면, 내 아이를 '시설'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시설'은 뭔가 잘못된 상태를 고치는, 사회 '주변부' 조직, '수용'시설 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보통 사람들로서는 거부감이 드는 명칭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 환자나 노약자, 장애인도 아닌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조직인데 굳이 '시설'이란 명칭을 쓴다? 미인가 대안학교 소속 학생들을 굳이 '학교 부적응 학생', '학업 중단 학생'이라 칭해온 것과 함께 교육부 관계자들의 의도를 의심케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 법률안에서 요구하는 '대안교육시설'의 등록조건은 학교 인가 조건과 유사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데, 기껏 '시설'이란 명칭으로 불리자고 교육적 재정적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까다로운 등록조건을 충족시키겠다고 나설 대안학교들은 내 보기에 거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되면 대안학교 관련 법령이 그러했듯이, 이 법도 애초의 입법 취지가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대안교육연대가 발표한 법령에 대한 입장은 이 명칭문제를 지적하고 있지 않지만, 연대의 성명서가 '대안교육기관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관한 대안교육연대의 입장'이란 제목을 달고 있는 것에서 보면 '시설'이란 명칭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하에서 사용되는 '대안교육기관'이란 용어도 미인가 대안학교와 같은 의미이다.
b. 기본이념의 문제
법률안은 제3조 기본이념에서 "대안교육의 다양성과 대안교육시설의 자율성 및 공공성은 존중되고 신장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대는 이 조항에 대해서는 "선언적"이어서 막연하다는 이상의 문제 제기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릇 모든 견해 차이는 이 막연한 추상성에서 싹트기 마련. 여기에는 3개의 추상화가 있다. 즉 "다양성"과 "자율성", "공공성". 이중 초중등 교육법 60조의 3에서도 대안학교를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치, "다양성"에 대해서는 의견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자율성" 또한 교육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대안학교들로서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니 이견이 있을 리 없다. 문제는 "공공성"이다.
나는 이 집중기획의 첫번째 글에서 공청회의 두 번째 발표자인 이덕난 입법조사관이, "대안교육기관의 법제화는 대안교육의 특수성에 의해 주어지는 '자율성'과 학교라는 제도의 틀에서 요구되는 '공공성'이라는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안교육의 자율성과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헌법이 보장한 학습자의 교육 받을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제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는 교육부 보도자료를 인용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법안에서 말하는 자율성과 공공성은 이 발표자의 주장이 그대로 옮겨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공공성이란 어떤 의미일까?
대안교육의 자율성과 공공성이라는 2개의 축 문제는 대안교육기관의 법제화와 관련하여 교육행정가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온 것으로 보인다. 2013년 3월에 국회에서 열린 위 공청회에서 '진술인'의 한 사람으로 나온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연구실장은 "대안교육기관 법제화 등 관련 법제 구축 및 정비의 궁극적 방향은 일차적으로 ‘자율성’과 ‘공공성’의 유연한 조화에 두어야" 하고, " 공공성’은 학습자의 학습권보호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하면서 2007년에 발표된 이병환 교수의 논문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국가나 지역교육행정기관에서 요구하는 학교의 기준에 따라 공공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대안학교의 자율성을 그만큼 구속하게 되어 본래의 이념 및 철학을 구현하는 데 저해된다. 반대로 전적으로 자율성에 따르게 되면 학교라는 보편적 인식에서 이탈되어 제도로서의 학교를 벗어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대안교육 법제화의 논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즉, 자율성은 단위 대안학교에서 대안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며, 공공성은 교육이라는 공적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국가에서 요구하는 최저수준을 의미하는 가치이다." (2007, “대안학교 관련 쟁점 분석-관련 법령에 대한 대안학교 교원들의 인식을 중심으로-”)
쉽게 표현하면 자율성은 대안교육기관의 자유재량권이고, 공공성은 '학습자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국가 규제이다. 대안교육기관이 법적 형식을 갖춘다는 건 어느 정도의 국가 규제를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법적 형식이 없다는 건 규제는 없이 자유재량권만 있다는 이야기다. 어느 사회조직이든 규제는 받지 않고 자유재량권만 가지면 좋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되면 국가가 그 조직을 보증해주지 않으므로, 다른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그리고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국가가 아무런 책임을 져주지 않는다. (역으로 말하면 그 비법적 조직이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
법적 형식에 관계없이 뜻이 같은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를 법적 용어로는 '결사'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결사들이 많이 있고, '결사의 자유'는 헌법으로도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비인가 대안학교라고 해도 '불법'적인 단체는 아니므로, 비인가 대안학교들의 합법화를 위해서 법제화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자율적 결사인 비인가 대안학교들이 일정 정도의 국가 규제를 감수해야 하는 법제화를 수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교육부와 법제화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학습자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교육이라는 공적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규제는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저수준"으로만 이루어질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아마 이 정도면 비인가 대안학교 법제화의 명분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래세대의 '교육'은 부모와 교사, 국가기관을 포함하여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 모두가 엄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대해야 하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위 법률안이 정말로 "학습자의 학습권" 혹은 "교육의 안정성"을 보호하면서도 대안교육의 자율성은 훼손하지 않는 최저한의 규제만을 규정하고 있는가이다.
c. 국가(지방자치단체 포함)의 책무와 대안학교의 책무
법안에서 제시하는 대안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4조)는 다음과 같다.
1. 대안교육 관련 프로그램 등의 연구ㆍ개발
2. 학교교육과 대안교육시설 간 연계체제의 구축
3. 그 밖에 대안교육시설의 지원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
그리고 대안교육기관들의 책무(5조)는 다음과 같다.
1. 교육기본법에 따른 교육이념 구현
2. 학생 인권 보장, 교육여건 구비
이에 대해 대안교육연대는 프로그램 개발이나 학교와의 연계 체제 구축은 오히려 대안학교,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대안교육기관들은 이미 민주교육을 잘 하고 있으니, 따로 대안학교들의 책무를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내가 보기에도 위 법에 규정된 국가의 책무는 대안교육을 지원하기보다는 방해하거나 훼손할 소지가 더 큰 것 같다.
이보다 더 이상한 건, 이 법안에서 국가의 책무는 '구체적'으로, 대안학교들의 책무는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원'보다는 '규제'에 역점을 둔 법안(물론 사회 분야에 따라 때로는 이런 식의 규제 중심적 법안도 필요하다)일 때, 이런 식의 책무 규정이 나오는 것 같은데, 예를 들어 <평생교육법>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임무'를 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평생교육법에서는 "①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교육 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평생교육진흥정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한다, ②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그 소관에 속하는 단체·시설·사업장 등의 설치자에 대하여 평생교육의 실시를 적극 권장하여야 한다"를 국가 등의 책무로 두고 있다. 규제보다는 지원 중심이다. 반면에 위 법안은 국가 등의 '구체적' 책무를 규정함으로써, 그 성과를 지원용으로도 쓸 수 있고, 규제용으로도 쓸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반면에 대안교육기관의 책무는 추상적이다. 교육부가 미인가 대안학교들은 '기본'도 안 되어 있다고 보고 있는 게 아닐까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설사 법조문에서는 기본 전제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도 당연히 듣는 쪽에서는 기분 나쁘다. 나중에 법률이 시행되면, 대안교육기관들이 마치 법적 필요에서 '민주적 시민 교육'을 하고, '인권 교육'을 하게 된 것처럼 오해될 소지도 있다. 말하자면 대안학교들이 힘들여 스스로 이룬 성과를 국가가 자기 공인 듯이 가로채갈 수도 있다.(사실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정부측에서는 대안교육을 모델로 하여 공교육 내에 '대안학교'란 학교 유형을 만들었고, 진보 교육감들은 비인가 대안학교의 프로그램들을 모방하여 '헉신학교' 유형을 만들었다. 이렇게 대안교육의 '단물'을 빼먹고 나서는 이제 필요가 없어진 미인가 대안학교들에 대해서는 '불법' 이라는 칼날을 휘두르며 협박을 하곤 했다.)
물론 대안학교, 대안교육이란 이름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안교육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 교육부 말대로 '사실상의 사교육 기관으로 운영하는 고가의 국제형 대안교육시설' 등이 그 한 예일 것이다. 하지만 위 법률 조문(기본 교육이념, 학생 인권)만으로는 이런 학교들을 걸러낼 수 없다. 오히려 대안교육기관으로 인정받으려면 '전체 수업 시수의 30%(?) 이상을 비인지 교과 수업을 해야 한다'거나 '연간 교육비는 천만원(?) 이상을 초과할 수 없다'는 식의 규정이 대안교육의 특성을 반영한 합리적 기준일 수 있다. (사실 해당 법안은 읽으면 읽을수록 대안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교육관료가 마음에 안 드는 비법적 형태의 교육기관들을 규제하기 위해 입안한 법이 아닐까란 염려를 지우기 힘들다.)
그리고 국가의 책무 또한 한국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대안교육의 성과를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한 후에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대안학교들이 국가로부터 가장 바라는 것은 재정적 지원이다. 아니, 대안학교 소속 학생들도 공교육 소속 학생들과 똑같은 정도로 교육재정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일반 학교를 벗어나도 대안학교로는 올 수가 없다. 다문화가정이나 저소득층 또한 마찬가지다. 교육비가 무료인 의무교육을 받으면서도 일정 정도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는데, 공교육 학교를 나오면 모든 지원이 끊기고 만다. 교육비가 따로 필요한 대안학교는 올 엄두도 내지 못하고, 결국 거리를 떠돌거나 직업 전선에 뛰어든다. 그 아이는 두 번 다시 교육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다. '교육의 기회균등'을 이야기하는 <교육기본법>의 정신에 어긋나는 상황이다.
지난번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현황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교육부는 '평균 연 620만원이라는 과도한 수업료'를 대안학교들이 받고 있다고 언론에 발표했다. 이 620만원 안에는 점심 급식비 등도 포함되어 있어 부당하게 과다 계산되어 있다는 대안학교 관계자들의 반론도 있지만, 그건 차지하고라도 내가 제안하고 싶은 건 교육부가 어느 한 공교육 학교를 정해서 수업료 연 620만원의 예산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실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교사의 보수도 따로 지급하지 말고, 학생 1인당 지급되는 보조금도 따로 지급하지 말고, 오직 수업료만으로. 한번 그렇게 해보면 평균 620만원의 수업료가 과한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처럼 국가가 자신의 의무를 방기하는 바람에 학부모, 교사, 출연자 등 대안학교 관계자들은 지금까지도 경제적으로 많은 희생을 해왔다. 하지만 대안학교에 소속된 학생들은 미성년자들이고, 그중 다수는 의무교육 연령대의 아이들이다. 이들의 교육에 대해 국가는 책임질 의무가 있다. 그래서 대안학교들에서 "학습자의 학습권"이 보장되는지, "교육의 안정성"이 유지되는지 국가는 확인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의무는 저버린 채, 혹은 책임을 대안학교들에 떠넘긴 채 감시, 감독만 하겠다고 하면, 누가 그것을 용인하겠는가? 먼저 국가의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고, 이 면에서 해당 법안 제4조 대안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에는 무엇보다 먼저 재정적 지원이 명시되어야 할 것이다.
d. 의무신고제와 선택등록제
앞에서 말했듯이 수정된 법률안은 신고는 의무적으로 하고("제6조 ① 대안교육시설을 설립․운영하려는 자는 학생을 모집하기 시작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교육감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등록은 원하는 경우에만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제7조① 대안교육시설로 등록하려는 자는 ……서류를 교육감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는 신고하지 않고 학교란 명칭을 사용하고 학교형태로 운영할 경우에는 학교 폐쇄가 가능하다고 규정(24조)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어쨌든 이 문제와 관련해서 법적 제재가 직접적으로 가해질 수 있는 건 미신고의 경우밖에 없다. 등록이 의무가 아니라 신고가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고만 하는 경우에는 미인가 대안학교들의 현재 상황과 별반 달라지는 게 없다. 겉보기에는 지원도 없고, 대신 규제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신고만 하는 경우와 등록하는 경우, 지원이나 규제의 차이를 표로 나타내보면 다음과 같다.
신고 |
등록 | |
강제성 |
의무 |
선택 |
서류 기재사항 |
목적, 명칭, 위치, 설립연월일, 교직원 및 학생 현황, 설립자 성명, 주소, 기타(??) |
목적, 명칭, 위치, 학칙, 경비와 유지방법, 설비, 교지 교사의 확보 및 유지방법, 설립연월일,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교직원 배치계획서, 학생선발계획, 설립자의 성명 및 주소, 기타 대통령령 규정사항 |
증서 |
교육감이 발부하는 신고증 |
교육감이 발부하는 등록증 |
변경 신고 |
없음 |
의무 사항(미이행시 과태료) |
최저 기준 |
없음 |
정원 10명 이상, 학급당 1명 상근교원과 직원 1명 이상,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해진 시설, 설비 기준에 맞아야 함. |
설립자의 결격 사유(9조) |
해당 안 됨 |
해당 |
심의 |
불필요 |
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위의 심의 |
실태조사와 교육감의 지도 또는 지원, 교직원 연수 |
해당 |
해당 |
위탁 교육 |
가능 |
가능 |
학생의 건강검사 등 |
해당 |
해당 |
교육비액수와 반환요건게시 |
해당 |
해당 |
시설 폐쇄 등록 취소 |
초중등 교육법 65조 1항 준용(불법적 상황, 3개월 이상 수업을 하지 않을때) |
동일 등록 취소 시는 청문 후에. |
시정 또는 변경 명령 |
적용여부 불확실 |
해당 |
다른 법률의 적용 배제 |
적용 여부 불확실 |
해당 |
국가나 지자체의 교육비 지원 |
× |
가능 |
회계 |
별도 계좌 관리 |
내부 공개와 관할청에 자료 제출
|
교원 자격(자체 규정이나 공무원법 등에 준함) |
적용 여부 불확실(교육비 지원이 없으므로) |
교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 형사법 전력 제한 적용 |
먼저 의무제인 신고의 경우를 보면, 신고 사항은 간단하다. 대신 신고로 받게 되는 혜택도 학생들의 건강 검진 정도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명시되지 않지만 법적 단체가 되면, 학부모의 교육비 공제와 교직원의 4대 보험 가입 등도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100% 확실한 건 아니다.) 반면에 신고했을 때 지게 되는 규제는 겉보기와 달리 따져보면 꽤 만만치 않은데, 3년마다 한 번씩 이루어지는 '대안교육시설' 실태조사를 받아야 하고, 필요할 경우 교육감의 지도를 받아야 하며(교육감의 지원과 교직원 연수는 규제인지 혜택인지 알 수 없다), 교육비 액수와 반환 요건을 학생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시설폐쇄를 당할 수도 있다. (미신고의 경우에는 무조건 시설폐쇄)
우리 학교(파주자유학교)에서는 예전에 이 법 조항들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개선안'(?)을 정리한 바 있다.
"법 16조 ⇒ 일반학교의 장이 대안교육기관에 위탁교육 의뢰시 대안교육기관측의 거부권이 표기되어야 함.
법 17조 ⇒ 건강 검사만이 아니라, 공교육 학교에 대해 무상급식을 하는 지역의 교육청은 대안교육기관 소속 학생들에게도(신고와 등록 모두 포함) 같은 수준의 무상급식이 제공되어야 함.
법 18조 1항 ⇒ 교육비와 그 반환에 관한 사항을 학생이 보기 쉬운 곳에 게시하여야 한다는 대목은 미성년자인 학생들로 하여금 대안교육시설을 영리업체인 학원 등과 유사하게 여기게 만드는 비교육적 행위임. 학부모들에게 공식적으로 고지하는 행위로 대체할 필요. 또 이 행위를 위반할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27조)도 문제
법 18조 2항 ⇒ 학생의 교육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은 대단히 모호함. 국가 지원이 필요한 학생(새터민, 저소득계층, 다문화가정 등)들의 교육비 지원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
법 22조 ⇒ 1항은 7조(등록)에 따라, 2항은 6조(신고)에 따라 타 법률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모순. 신고와 등록 대안교육기관 둘 다에 적용 배제되어야 함. 미인가 대안학교들은 자체 교육과정상 만 5세 아동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아교육법 32조 2항도 적용 배제되어야 함."
그 다음 시설폐쇄의 문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법안은 미신고의 경우에는 초중등 교육법 65조 2항, 신고의 경우에는 초중등 교육법 65조 1항에 준해 시설폐쇄를 명령할 수 있는 것으로 하고 있는데, 문제의 <초중등 교육법 6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다.
- 초중등교육법 제65조(학교 등의 폐쇄) -
① 관할청은 학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학교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
1. 학교의 장 또는 설립자·경영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
2. 학교의 장 또는 설립자·경영자가 이 법 또는 그 밖의 교육 관계 법령에 따른 관할청의 명령을 여러 번 위반한 경우
3. 휴업 및 휴교 기간을 제외하고 계속하여 3개월 이상 수업을 하지 아니한 경우
② 관할청은 제4조제2항에 따른 학교설립인가 또는 제50조에 따른 분교설치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학교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하여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는 자에게 그가 설치·운영하는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
그러니까 미신고는 무조건 시설 폐쇄라고 보면 되고(따라서 이 법에는 비인가 대안학교 길들이기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신고한 학교를 폐쇄하는 경우는 수업을 못하는 자체 문제상황을 빼면, 해당 법의 명령을 위반하거나 관할청의 명령을 위반한 경우이다. 이중 해당 법의 명령은 실태조사 등 해당 법에 규정된 의무사항이고, 관할청의 명령이란 '교육감의 지도'를 말한다.
하지만 관할청의 명령에 대한 거부 혹은 위반이 신고한 대안교육기관을 폐쇄시킬 만큼 강력한 명분이 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원을 받지 않는 신고 대안교육기관인지라 국고 지원금 등을 횡령하는 형사 사건을 일으키거나 하지도 못할 텐데 말이다. (교육감의 지도가 '대안교육 프로그램의 강요'일 때,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대안교육기관을 페쇄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라면 더 유치하다.) 게다가 이 법에 규정된 실태조사라고 해도 이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신고 대안교육기관을 폐쇄한다? -- 만약 이 경우라면,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인정하겠다는 이 법의 기본 이념과 모순되지 않는지 묻고 싶다. 또 아무리 미신고 학교라고 해도 자발적 결사의 하나인 대안학교를 폐쇄하겠다는 건 결사의 자유를 인정한 헌법 정신과도 모순된다.
요컨대 해당 법 24조의 시설 폐쇄 조항은 위헌의 소지가 있는 조항일 뿐 아니라, 이 법을 입안한 교육부의 의도만 의심하게 만들고 실효성은 없는 불필요한 조항이다. 애초에 자발적 결사인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강력한 국고 지원과 국가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공교육 학교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중등 교육법>의 조항에 준해서 처벌하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예전에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은 우리 학교를 포함한 몇몇 대안학교들에 대해서 초중등 교육법의 이 조항에 의거해서 시설폐쇄를 하거나 학부모에게 과태료를 매기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해당 대안학교의 운영자가 자진해서 시설을 폐쇄한 경우 말고는 현실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불가능했다. 또 검찰은 이와 유사한 법률적 근거로 '불교대학'의 운영을 못하게 막으려 했지만, 법적으로 패소했다. 역으로 말하면 교육당국과 검찰이 오히려 비민주적 사고방식에 물들어 있어서 함부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사실 24조는 이 법안을 '악법'으로 만들 독소 조항이다. 따라서 이 조항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아마 교육당국은 이 조항을 폐지하면 신고 의무제의 실효성이 없어질 것을 염려할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 법으로 인한 의무보다 혜택(예를 들면 위에서 말한 '개선안')이 더 크면, 신고하지 않으면 폐쇄하겠다는 위협을 하지 않아도. 아마 거의 모든 대안학교들이 '신고'를 할 것이다. 굳이 불리함을 무릅쓰고 불안정한 비법적 상태로 남아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의 염려와 달리, 미인가 대안학교들은 정치단체도, 운동단체도 아니다. 따라서 정부와 대립하지도 않는다. 그냥 아이들 교육에 뜻을 같이 하여 모인 단체일 뿐이다. 그러니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규제하는 데 역점을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 법안에 따라 신고하는 것이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나도록 법 조항을 구성하면, 국민들도 교육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고, 대안학교 식구들도 정부의 교육 정책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요즘 병영 문제가 사회적으로 한참 화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군대 못지 않게 학교도 전근대적 제도라 할 만큼 규제 일색이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여 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 교육당국은 민주적 학교 운영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약화시키고 '교권'을 훼손시킨다는 식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보여주곤 했다. 민주적 병영 운영이 군기를 약화시키고, 군의 사기를 꺾는다는 군대식 사고방식과 일맥상통하는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규제 중심적이고 경직되고 강압적인 사고가 가져온 결과를 우리는 군대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미 충분히 목격했다. 더 이상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당국자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버릴 때가 되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규제'들을 푼다고 하는데, 왜 군대나 교육에는 이 방침이 적용이 되지 않는지 알 수 없다.)
- to be continued -
*등록 관련 조항 외 나머지 법안 조항들에 대해서는 다음 번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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