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쳬계가 세계 1위? 

- 멀고느린구름 



며칠 전 우리나라가 한 영국의 출판기업(이하 피어슨그룹)이 실시한 교육체계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관련 기사)가 웹상에 도배됐다. 많은 언론들이 OECD가 3년마다 조사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와 이번 조사를 혼란스럽게 섞어놓아서 처음에는 두 평가가 동일한 평가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두 조사는 별개의 조사이고, 피어슨그룹의 조사는 2012년의 첫 조사에 이어 이번이 불과 두 번째 치러진 조사이다. 첫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위를 했고 핀란드가 1위를 했다. 


많은 언론들이 우리가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것에 주목하여 높은 순위의 성과를 보도하는 것에 그치고 있으나, 정작 피어슨그룹의 보고서가 좀 더 깊게 파악하고자 했던 것은 어느 국가의 학업성취도가 1위인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학업 성취도는 이미 지난 2012년 PISA 평가에서 수학 1위, 읽기 1~2위, 과학 1~2위로 종합적으로 1~2위에 가까운 평가를 얻은 바 있다. 피어슨그룹의 이 평가를 그대로 참고하여 이번 평가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선 PISA의 평가를 근거로 하여 한때 '핀란드 교육' 열풍이 불었었다. 하지만 최근의 모습을 보면 핀란드교육 열풍은 한때의 계절풍에 그치고 마는 것 같다. 한국 교육이 세계 1위를 먹었으니, 이제는 핀란드가 오히려 우리 교육을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의 잦은 한국 교육 극찬은 그런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성과'가 각종 국제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성과 이외의 것들을 들여다보면 조금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 할 성과는 우리 교육체계가 훌륭하다기보다는 강압적으로 아이들의 시간과 노력을 거의 착취하다시피 해서 얻어진 성과기 때문이다. 


PISA는 OECD 회원국 외의 국가까지 포함한 평가자료도 발표한 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성과만으로 실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중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 평균점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중국의 교육체계를 훌륭하다고 극찬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가 PISA 평가에서 수학 분야 1위를 했으나 수학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자제 평가는 아래와 같다. 



이와 같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PISA는 15세 연령의 고교생들을 표본으로 측정하는 평가이다. 여기서 최고로 우수한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가 16~65세를 대상으로 작년에 OECD가 조사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평가에서는 PISA에 비해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의 교육이 학창시절의 지식을 실제적인 삶의 역량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고의 아이들을 보통의 어른으로 만드는 교육인 것이다. 현재 PISA의 순위가 비슷한 핀란드, 일본 등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PISA의 지난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이미 2000년에도 세계 2위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교육체계는 그후 14년이 지나도록 큰 변화가 없다. 단지 아이들의 고혈을 짜내어 세계 평가순위를 유지하는 것에 교육부가 급급해왔던 것이 아닌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근본적으로는 피사니 피어슨그룹의 평가니 하는 대다수의 교육 성과에 대한 평가들이 '인지수준'에 대한 평가를 그 중점에 두고 있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은 어느새 그런 잣대에 익숙해져서 '교육=시험성적 높이기' 라는 등식을 진리처럼 여기고 있다. 정말 그런가? 교육이란 것이 그저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만들어내면, 시험성적이 높은 아이를 만들어내면 그만인 것이었나. 


우리가 한때 핀란드교육에 열광했던 것은 단순히 핀란드교육이 세계 1위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핀란드교육에 열광했던 것은 핀란드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보다 훨씬 더 행복한 상태에서 세계 1위를 했기 때문이었다.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언제까지고 세계 시험성적 1위에만 연연하는 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내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 같다. 세월호의 아이들도 학창시절의 아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한 채 떠난 것은 아닐까. 교육자로서 나는 그것이 가장 부끄럽고 미안하다. 


2014. 5. 13. 


  

* 아래 링크는 참고하면 좋을 기사. 


한국 교육이 세계 2위? 내용보니 창피하다 - 오마이뉴스




날짜

2014. 5. 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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