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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과연 가능한가?
- 금안당
2012년 12월에 대선이 있었으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도 이제 1년을 향해가고 있다. 대선 당시 현재의 여와 야를 대표하는 두 정치세력은 교육분야에서도 각자 나름의 ‘교육개혁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런 ‘정책’이나 ‘법률’과 관계없이 진행되어오고 있는, 미약하지만 새로운 제3의 교육 흐름인 ‘대안교육’도 있다. 본 웹진에서는 구 ‘파자웹진 섬머’가 ‘교육웹진 우물을 나온 개구리’로 재창간되는 것을 계기로 첫 번째 집중기획 시리즈 ‘교육개혁, 과연 가능한가?’를 다음과 같은 순서로 연재한다.
LIST |
⑴ 과연 공교육은 정상화될 수 있을까? ⑵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표준모델이 될 수 있을까? ⑶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대안이 아닌 비전이다! |
⑴ 과연 공교육은 정상화될 수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은 대략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공교육 정상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개별 가정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이다. 첫 번째의 공교육 정상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사교육의 기세가 좀이라도 꺾여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학생들이 입시 위주의 공부 스트레스에서 좀이라도 벗어나 학교 수업 혹은 교육과정에 흥미를 느껴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과 당선자 시절, 사교육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선행학습 금지나 대입전형의 간소화 등을 공약과 정책안으로 제기하였으나, 박근혜 정권 출범 1년차인 2013년의 과정을 지켜보면, 이런 정책안들은 거의 용두사미로 끝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선행학습 금지법의 경우,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 둘 다가 발의는 하였으나, 여당은 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선행학습만을 금지하였을 뿐(‘학교 학기 중 선행교육 금지’, ‘초중고 학교 시험 및 고입/대입 전형에서 선행학습 유발 시험 출제 금지’ ― 공교육정상화 촉진특별법), 학원 등 사교육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선행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5월에 있었던 학원총연합회가 학원수강생들의 가정에 보낸 ‘선행학습금지법안’ 반대 서명서 사건에서 보듯이, 선행학습 금지법안에 쌍수를 들고 반대한 사교육 관련자들과 일부 학부모들의 압력에 밀려서일 것이다.
대입전형의 간소화 역시 처음에는 문ㆍ이과 통합 같은 획기적인 안이 나오는 듯하다가, 3000여개에 달하는 입시전형을 1200여개로 간소화(?)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3000개든 1200개든 이런 복잡한 입시전형으로 이득을 보는 쪽은 누구일까? 입시전형이 이렇게 복잡하면 고등학생인 수험생 당사자의 능력으로는 자신에게 맞는 대학, 학과를 찾아내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고, 반드시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사설학원 진학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 있고 능력 있어 진학전문가의 아이디어를 얼마든지 현실화시킬 수 있는 잘 사는 집 부모를 둔 자녀와 비교했을 때, 자신의 진학을 도와줄 어른이 고3 담임선생밖에 없는 가난한 집 자녀는 거의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1200여개에 달하는 복잡한 입시전형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본래 의도했던 사교육 억제 → 공교육 정상화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일 것이다.
그 다음 박근혜 정부는 아이들의 공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초등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폐지하고, 중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도 5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초중고대 모든 연령대 학생의 ‘수험생화’ 추세는 이 정도의 시험 축소로 전혀 수그러들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난 몇 년 동안 국제중학교나 예술중학교처럼 입시를 치르고 들어가는 중학교들이 늘어난 데다가, 특목고나 자사고 등 입시를 요구하는 고등학교들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는 이른 나이부터 입시 준비체제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주요 교육정책 한 가지는 학교 교육이 아이들의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도록 중학교 단계에 ‘자유학기제’를 두는 것이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3년 과정 중 한 학기 동안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지필 시험을 보지 않고, 인지수업에 할당된 수업 시수 중 20% 정도를 빼내어 요리, 목공 등과 같은 체험 수업을 실시하고, 이런 체험 수업들이 진로 설정과 연관될 수 있도록 진로 지도를 강화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제도이다.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여러 교육정책 중 유일하게 변색되지 않고 처음 말했던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공약이기도 하고, 아이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집단 ‘학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교육 광풍’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줄 수 있는 참신한 발상 같기도 하다. 또 어찌 보면 공교육에 충실한 독일 교육이나 북구 교육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아 더 기대가 커지기도 한다.
하지만 2013년 2학기는 시범학교들만 운영되고, 2014학년도는 원하는 학교들 위주로, 본격적인 시행은 2015학년도부터 하겠다고 하니, 아직 시범학교들의 운용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단정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불길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교육 맹신론자들은 벌써부터 자유학기를 학교 시험의 방해를 받지 않고 사교육(주로 선행학습)에 올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선전하는가 하면, 자유학기제의 긍정성을 인정하는 온건한 입장조차도 “지필고사가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것은 1학기뿐입니다. 자칫 학습 공백으로 인해 이후 학교 내신성적 관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불안과 염려를 감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학부모와 학생들, 그리고 사교육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는 건 자유학기 자체가 아니라, 자유학기를 중학교 학습능력 향상에 기여할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학교 단 한 학기의 체험만을 가지고 자기 인생의 진로 혹은 전공을 정할 수 있다고 보는 어리석은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학기제의 시행이 과연 정말로 ‘꿈과 끼와 열정을 살리는 교육’을 가져올지는 참으로 미지수이지만, 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박근혜를 포함한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내걸었던 고등학교 무상교육, 반값 대학등록금제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교육비 경감 혹은 교육비 지원이라는 항목으로 포괄되어, 0~5세 유아 보육료 지원, 초등 방과 후 돌봄 교실 강화, 저소득층 자녀 교육비 지원, 다자녀 대학 등록금 일부 지원 등의 정책으로 드러났지만, 2014년 예산안을 보면, 유아 보육료 지원과 초등 온종일 돌봄학교 지원 등은 모두 지방재정에 떠넘기고, 그렇게 떠넘길 수 없는 교육복지 필요 예산들은 거의 편성되지 않았다는 소식이다. (아래 표 참조).
이처럼 교육비 지원 혹은 교육비 경감이라는 교육정책 역시 전반적인 세수 부족 때문인지, 박근혜 정부의 의지 부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별 신통한 진척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교육정책의 더 큰 문제는 공약대로 하고 있지 않는 것, 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초중고 학교들의 서열화를 방조 내지는 조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학교 서열화의 심각성은 고등학교 유형별 학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도 현재 고등학교는 1422개의 일반고와 631개의 특성화고, 117개의 특목고, 그리고 112개의 자율고가 있고, 고등학교 유형별 학생 수는 일반계고가 1,351,025명(69.5%), 특성화고 415,398명(21.4%), 특목고 61,685명(3.5%), 자율고 115,696명(6.0%)라고 한다. 이 중 특성화고를 빼면 일반고가 아닌 특별교에 다니는 학생의 비율이 10%에 달한다.
여기에다 각 대도시 교육특구들의 인문계 고등학교들은 일반고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특별교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특성화고들 중에도 일반고보다는 특별 학교 범주에 넣어야 할 일부 학교들이 있을 것이다.(게다가 통계자료도 2년 전 수치이다.) 결국 전체 고등학생 중 15~20%의 학생들이 무너진 공교육이 정상화되든 말든 상관없는, 아니 공교육이 이토록 심각하게 무너지는 데 크게 일조한 특별고 소속이다.
사실 중고등학교의 서열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이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외국어고등학교의 존재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 때문에 한때 외고는 제도의 존폐 위기에 몰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기득권은 언제나 쉽게 물러서지 않는 법. 외고는 그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는 한 발 더 나가 국제고, 자사고, 마이스터고 등으로 고등학교 서열화 구조를 확실하게 정착시켰다. 이중 자사고 같은 경우는 이명박 정부 퇴임 후, 말하자면 박근혜 정부 대에 이르러 뒤늦은 개화를 하는지, 2013년 현재 대기업들이 자기네 임원 자녀를 대상으로 하여 설립 예정인 자사고만 해도 1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다시 국제중, 예술중 등 중학교 서열화까지 시동을 걸었다. 게다가 이 특수중학교들에 덧붙여 대도시 교육특구의 일반중학교와 일반초등학교, 그리고 예전부터 귀족학교라 불리던 사립초등학교들, 나아가 초중학생 나이의 조기 유학생들까지 합친다면 의무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서열화 진행도 5~10% 정도에 달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말했듯이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바라면서도 이 학교 서열화 추세를 저지하거나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에 터져 나온 영훈국제중 입학비리 사건의 처리 경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다 한 번 한두 명의 학생을 부정입학시킨 것도 아니고, 집단적이라 할 만큼 다수의 부정 입학생을 몇 년에 걸쳐 만들어낸 사건임에도, 국제중 지정을 취소하라는 들끓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은 영훈국제중 이사장의 개인비리로 사건을 일단락했고, 국제중 제도는 예전의 외고가 그러했던 것처럼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면, 우리나라에는 공립 초등학교와 소위 말하는 일반 중ㆍ고만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왜냐하면 사립초등학교나 국제중, 특목고나 자율고 등의 경우에는 ‘방과후 학교 무상지원’이나 ‘공교육 정상화’, ‘교육비 부담 경감’ 같은 것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특징적인 점 중 하나는 소위 잘나가는 교육기관들에 대해서는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정책에서는 이런 교육기관들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를 않는다. 예를 들어 올 8월에 교육부는 ‘일반고의 교육역량강화’ 방안의 하나로 평준화 지역의 자율고(자율형 사립고, 일명 자사고와 자율형 공립고)의 입학 전형에서 내신 성적 제한을 철폐하고 추점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안을 내놓았으나,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에 밀려 결국 성적 제한은 없지만 1.5배 수 추첨 후 면접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을 허용해주었다. 말하자면 어떤 식으로든 자율고들은 여전히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비평준화 지역의 유명 자사고들은 이런 제한이 적용되지 않고 예전 방식 그대로 학생 선발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교육부 관계자들도 알고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학교’ ‘특별 학교’들이 먼저 해체되어야 한다는 걸. 하지만 현 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이 ‘유한계층’에 있는 한, 이들의 저항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교육(일반 초중고)을 정상화시킬 방안을 감행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게다가 이명박 정부가 불필요할 정도로 널찍하게 학교서열화라는 멍석을 깔아놓은 터라(아직도 입학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자율고들이 꽤 있다), 그래서 안 들어도 될 욕까지 이미 다 들어먹은 터라, 현 정부로서는 그 멍석이 깔려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듯이 행동하는 게 가장 이로운 행동방식이기도 하고, 가장 안전한 보신책이기도 하니, 그게 아무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해도 굳이 무리해서 개혁을 감행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칫 무리하다가는 국제중 사건에서처럼 오히려 대중의 시야에서 가려졌던 곪은 상처를 드러내는 꼴이 되어 원하지 않은 분란과 결과만 초래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 서열화가 이렇게 심각한 정도로 진행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바라는 공교육의 정상화는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공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성실한’ 아이들, ‘학업성취도가 높은’ 아이들은 일반학교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좀이라도 여유 있고 능력 있는 부모들은 어떻게든 아이를 ‘일반중’, ‘일반고’가 아닌 ‘특별중’, ‘특별고’에 진학시키고 싶어하고, 서열화된 다양한 학교들이 존재하는 한, 그렇게 하는 것이 실제로도 가능하다.
부모들의 이런 열망은 통계로도 증명이 된다. 최근에 발표된, 2700여명의 합격자를 낸 2014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중 일반고 출신은 28.3%인 518명이다. 나머지 70% 이상이 모두 자사고, 외고, 과학고, 과학영재고 출신들이다. 게다가 일반고 출신이라고 해도 80% 이상이 특별시나 광역시 등 대도시 출신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대다수가 대도시 ‘교육특구’의 일반고 출신이어서 실제로는 일반고가 아닌 특별고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순수한 의미에서의 일반고는 단순히 무너지는 정도가 아니라 '슬럼화'되고 있는 공교육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싶어도 이명박 정부 시절에 전개된 학교 서열화를 되돌려놓지 않는 한,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좀더 곰곰히 생각해보면 학교 서열화는 어떤 정권의 탓이 아니다. 그건 어떤 권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경제적 요인, 즉 우리 사회 빈부격차의 심화에 그 뿌리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도, 심지어는 노무현 정부나 김대중 정부조차도 무력하다. 다만 정권의 성격에 따라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학교 서열화를 조장하거나 좀이라도 지연시키려는 ‘의지’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이 글에서도 이명박 정부 시절에 학교 서열화가 본격화되었다고 비판(?)했지만, 내가 알기로 이명박 정부는 교육 서열화의 강력한 욕구를 ‘조기 유학’(노무현 정부 시절에 본격화된) 등으로 해소하려는 부유층의 국력 낭비를 막기 위해 국내에 부유층이 원하는 특별 학교들을 많이 만들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영어 교육을 강조한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일종의 ‘구국적’ 결단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국내에서 학교 서열화를 본격화하자 조기 유학 등의 추세가 많이 꺾였다. 덕분에 재벌 중의 재벌인 이재용 삼성그룹 후계자조차 자식을 외국에 유학시키지 않고 영훈국제중에 보내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 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입안자들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을 것이다. 영훈국제중 지정을 취소하지 않고 자율고의 면접을 통한 학생 선발을 허용한 박근혜 정부의 교육관계자들 또한 그러할 테고 말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는 설사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너무 시류에 흔들린다는 것이다. 국가의 백년지대계여야 할 교육정책과 교육제도가 경제상황과 정권의 성격에 따라 조석으로 변개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권력자들은 너무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알량한 개혁안 몇 가지 내놓고 그대로만 하면 교육분야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여기거나 호도하는 것이다.
그들은 학교 폭력을 처벌하겠다는 강경책을 내세우면 일거에 학교 폭력 상황이 진압되리라고 여긴다. 하지만 더 은밀하고 더 비열한 폭력이 교육현장, 나아가 사회에 퍼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서술한 역사교과서를 아이들이 배우면, 아이들이 무슨 기계라도 되는 양 100% 세뇌당할 것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4.19혁명과 광주민중항쟁, 6월 항쟁 등에서 보듯이 사람은 누구도 100% 세뇌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역사상 세뇌 음모의 대가는 언제나 컸다. 아마 유일사상체계로 북한 전주민을 세뇌시키고 있는 북한 독재정권 또한 언젠가는 틀림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강제한다고 강제로 되지 않고, 시킨다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이런 게 사람이고, 이런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교육이다. 진정한 교육이란 답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답을 찾아내도록 만드는 것, 다시 말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만큼 교육이란 건 지리하고 섬세하고 복잡한 것이어서, 정치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각 정치세력들은 교육 영역에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들이밀면 절대 안 되고, 사법부는 정치가들에게 교육 영역에의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은 핀란드가 그러했듯이 교육현장과 교육대상인 학생들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이 주도가 된 전 국민적 합의에 의해 수립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런 전 국민적인 합의 절차를 밟아 수립된 교육제도는 어떤 정권도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전제도 함께 덧붙여야 할 것이다.
내 보기에 어떤 정치세력이 내놓은 교육개혁안이든 지금 상황에서는 결국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하다. 오히려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교육을 시류에서 떼어내고, 각 정치 종교 사회세력에게서 떼어내어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보호막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직접적인 교육활동은 어떤 정치세력의 간섭도 받지 않는 전문직 교사들에게 맡겨두면 된다. 교사들도 이럴 때라야 자신의 책임 하에 있는 어린 학생들을 ‘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흥과 책임감을 느끼지 않겠는가?
정권이나 각 정치사회 세력이 해야 할 일은 교육현장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 학력 차이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 학력은 개인의 능력에서 작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전 사회구성원들이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학생들이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 그 아이들이 되도록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정지작업을 해놓는 것이다.
정권과 정치세력들이 이렇게 해준다면, 학교서열화가 무너져 공교육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상화가 될 것이고,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중학생들에게서는 꿈과 끼와 열정이 흘러넘칠 것이며, 노후대비 자산을 희생하여 아이들 사교육비로 쏟아 붓던 부모들은 그만큼의 자산을 저축함으로써 정부에서 제공하는 노령연금이 많네, 적네 하는 불평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한 학교서열화가 존속하고, 그 서열화가 대학교와 사회로까지 이어지는 현 구조가 지속하는 한, 박근혜 정부의 공교육 정상화는 기껏해야 탁상행정에 불과할 것이고, 자유학기제는 꿈과 끼와 열정 대신 포기와 경쟁과 피곤의 사교육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말리란 것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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