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느린구름 |  





[기고] AI 시대 국어 교육의 변화/민병곤 서울대 교수
*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교육'을 키워드로 웹 검색을 해보다가 반가운 기사 제목을 보고 열어 보았습니다. "그래! 드디어 우리나라 교육계도 인공지능 시대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구나!" 싶었던 것이죠. 하지만 곧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물론, 지면의 제약으로 인해 글쓴이가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인상 비평 수준의 담론을 대하며 오히려 더 우리 교육이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만 깊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기사를 소개하는 것은 그나마 방향성과 문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 기사에서도 언급되는) 문학 교육이 진정한 감상, 자유로운 토론, 실질적인 작문 능력의 향상 등에 토대를 두고 혁신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아마 문학 교육이 생기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이 실천되지 않고 있다면 전문가로서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해야 옳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 근원적인 문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해결되면 사실상 위 글의 기고가가 우려한 문제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교육개혁의 핵심은 '평가 방식'입니다.



첫째는 평가 방식의 문제입니다. 

국어 교육 뿐 아니라 대부분의 우리 교육은 질문과 답을 암기하고 그 암기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지난 반 세기 동안 이루어져 왔습니다. 최소한 국어 교과의 분야에서는 이 암기력 시험을 전면 폐지하는 것이 국어 교육을 정상화하는 첩경일 것이라고 봅니다. 암기력 시험을 폐지하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국어 지식과 응용력, 작문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바칼로레아와 같은 '에세이 테스트'로 이행되어야 할 것이라 봅니다.  


당연히 이 평가 방식의 변화는 개별 학교, 또는 개별 교육 단계의 수준에서 그쳐서는 안됩니다. 대학 수능시험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공염불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지난 10여년 기간 동안 혁신학교, 혁신교육의 물꼬가 트였지만 흐름이 이어져 커다란 물줄기가 되지 못한 것은 대학 수능이라는 거대한 인공댐이 가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죠. 이 댐을 열지 않고는 사실상 모든 변화가 무의미해지고 마는 상황입니다. 



과거에는 점진적 변화론이 힘을 받고, 그런 차원에서 혁신교육을 초등-중등-고등과정 순으로 확산시키는 상향식 교육개혁이 추진되었습니다만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수능 시스템 하나를 바꿔서 자연스럽게 모든 교육과정이 그에 맞춰 변화가 되도록 유도하는 급진적 교육개혁 카드를 꺼낼 때라고 봅니다.


사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는 전혀 낯선 평가 방식이 아닙니다. 조선의 '과거시험'이 바로 에세이 테스트였습니다.




둘째는 교수 방식의 문제입니다.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교사 또는 학생의 텍스트 낭독 -> 교사의 요점 정리 -> 문제 풀기


이 방식의 수업이 이루어지고, 여기서 발생되는 학생들의 의문은 '시험을 위한 암기와' '진도 빼기'를 위해 덮어두고 가는 일이 많습니다. 저 스스로는 학생들에게 '의문'을 일으키지 않는 수업은 좋은 수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교사 시절 그런 숱한 좋지 않은 수업을 해온 교사이지만, 가끔씩 '좋은 수업'이 성립되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생생히 감각합니다. 


좋은 수업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억눌려 있지 않아야 합니다. 질문을 언제든 불쑥 불쑥 할 수 있다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야 하고, 교사는 진도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질문에 응대할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사가 학생들의 다채로운 질문에 유연하게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1989년에 개봉된 이 영화를 보며 약 30년 동안 감동하면서도, 약 30년 동안 교수법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이 교수 방식의 변화가 이뤄지려면 선행조건이 있습니다. 먼저, 이 글에서 첫째 변화 사항으로 내세운 '평가 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각 교육대학, 교육학과의 교수법 학습 내용이 변화되어야 하겠지요. 


지금까지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을 위한 제언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지만 뜯어보면 한 가지를 제시한 것과 같습니다. 평가 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만 모든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마도 곧 어떻게든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 새로운 사회는 모쪼록 이전보다 더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사회, 용기 있게 새로운 시대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는 교육을 준비하는 사회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교육에 대한 뚜렷한 미래지향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2016. 11. 22. 



카테고리

지금, 교육은

날짜

2016. 11. 22. 08:19

최근 게시글

최근 댓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