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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공감학교? 몰라요…" 이재정 2 말로만 '혁신?'


*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웹에서 이 기사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믿었던 친구가 대출금을 가지고 해외도피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지요. 


기사 내용은 '혁신교육'을 내세우고 경기도교육감으로 당선 된 이재정 교육감이 정치 현안에 매몰되어 정작 교육 정책은 나몰라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가 '혁신공감학교'를 잔뜩 지정만해놓고(기사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학교의 96.5%인 1,825개 학교라는 군요) 실제로 현장에서의 혁신은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도 기자의 논지에 휘말려 아니 대체 무슨 이렇게 어설픈 혁신학교들을 잔뜩 지정해놓고 양적으로 성과 내기에만 급급한 거지?! 하고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분노의 웹서핑을 해보고 나니 기자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빼놓고 감정적으로 쓴 기사더군요. 제가 그렇게 결론을 내린 데에는 다음의 두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1. '혁신공감학교'와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혁신학교'는 전혀 다른 것


기자가 마치 이 양자를 동일한 것처럼 전제해놓고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오류입니다. 


'혁신공감학교'는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혁신학교의 취지에 공감하며, 장기적으로 혁신학교로 학교를 변화시켜보겠다고 동의한 학교를 말합니다. 여기서 교사의 70% 찬성이라는 조건이 나온 것이고요.(아시다시피 혁신학교 프로그램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헌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교원의 찬성 외에는 별다른 평가조건이 없습니다. 


즉, 혁신공감학교는 혁신학교가 되고 싶다고 손을 든 학교에 불과한 것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혁신공감학교 중에서 혁신학교로의 혁신율(?)이 우수한 학교를 선발해 다음 단계로서 '혁신학교' 지정을 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이 정책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정책'이지 실제적인 변화를 만들기에 적합한 정책은 아닙니다.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혁신공감학교의 1차 목표였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 성과는 칭찬해주어야 할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경기도  공교육 기관의 절대 다수가 '혁신공감학교'를 신청했기 때문이지요.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기 이전에 1차적으로 목표 설정을 동일하게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교육감이 무리하게 공교육 학교에 '혁신학교식의 교육'을 강요하려고 한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있겠지요. 처음 이재정 교육감이 당선되었을 때, 일선 공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교장들의 반발이 거셌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사전 조치가 오히려 필수적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석 교장들, “교육 공감대 확장”, “융합적 사고 신장 성과 밝혀

(이 기사를 봐도 혁신공감학교 지정의 포인트가 '공감의 확산'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실제 혁신학교는 2년 동안 89개교만 추가 지정


경기교육청, 내년부터혁신공감학교운영(2014.11. 19. 경향신문)



경기도교육청, 혁신공감학교 1,825 지정, 혁신학교는 416 운영(2016. 3. 15. 경기교육)


위 두 기사를 비교해보면 2014년 327개교였던 경기도 지역 혁신학교가 2016년 416개교로 단지 89개교 정도만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편의적으로 혁신학교 지정을 남발했다는 늬앙스의 노컷뉴스 기사는 사실과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혁신학교를 지정하고 그 세부적인 교육의 내용까지 변화를 일으키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과 노력, 희생이 요구됩니다. 게다가 현재의 공교육 교육 시스템상 교사들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기 때문에 한 학교에서 혁신교육의 성과가 꾸준히 지속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현재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이나 일반대학의 교육학과 수업 속에서 '혁신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이수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실제 현장에 와서 대학에서 배웠던 것과 많이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상황도 만만치 않습니다. 부모들의 저항도 큽니다. 거기에 혁신교육에 동의하지 않는 교사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더해지면 '혁신학교'를 둘러싼 교육현장은 그야말로 살벌한 전쟁터가 되기 쉽습니다. (* 참고 기사 = 혁신학교를 거부하는 교사들)





3. 뱀발 


정치현안에 매몰되었다는 비판도 사실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재정 교육감이 정치 현안과 관련해서 발언을 세게 한 것은 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삭감' 및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한 것 뿐이고, 이들은 중요한 교육 현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보면 언론의 비판 기능이 굉장히 표피적인 현상만을 가지고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회는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치열하게 근본적인 원인을 고찰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기자정신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런 기사가 나와줬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이 이렇게 여기저기 들춰보게도 되는 이점은 있네요^^;)


2016. 6. 22.



카테고리

지금, 교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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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6. 22.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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