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교육

- 멀고느린구름 



  미래에 대한 관심이 많다. 과학기술 박람회라든가 미래를 주제로 한 각종 전시나 발표회 등은 시간을 들여 찾아가보는 편이다. 현장에서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무엇을 교육할 것인가 하는 물음으로 옮아가게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교육에 있어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아이들의 '미래'로 오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위 '안정적인 직업이나 포지션'을 갖게 하기 위한 교육에 몰두한다. 20세기 한국의 교육형태는 대체로 그러한 행동의 반복이었다고 생각한다. 


  흔히 우리나라의 20세기를 격동의 20세기라고 부르지만 '가치'의 측면에서 나는 20세기를 동일한 패러다임의 연장선 속에 있었다고 본다.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미국 대선 후보가 '한국식 교육'이라고 언급할 정도의 독특한 모델이 계속 패러다임을 장학하고 있었다. 한국식 교육모델이란 급속 성장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개천에서 용나는' 형태의 인재를 만들기 위한 교육이었다. 서구열강에게 근대를 배워왔듯이 우리의 20세기 고육이라는 우리가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을 끊임없이 머리속에 주입하는 형태의 방식이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사실 좀처럼 우리의 것, 우리만의 방식, 우리의 시선을 견지할 수 없었다. 우리에게는 미국적인 방식, 미국적인 세계, 미국적인 경제가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고, 누가 그것을 빨리 흡입하고 체화하는지 여부가 성공의 관건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교육모델은 개발도상국 상태의 국민들에게는 상당한 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 모르나 일정 수준 궤도에 오른 국가에게는 심각한 정체성 부재와 비전 부재라는 폐해를 가져오게 되었다. 


  냉엄하게 물어서 우리 교육에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의 비전이 과연 있는가. 없다. 21세기에 접어든 우리 교육은 여전히 20세기의 모델을 복제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시스템 내에서 배출된 아이들은 21세기를 20세기의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 비전을 창출해야할 젊은이들이 멘토를 찾고, 되려 기성세대에게 비전을 묻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래'를 열어주기보다 '현재'에 안주하도록 가르친 것밖에 없는 것이다. 주어진 현재에 집착하고 어떻게 하면 그 현재를 움켜쥘 수 있는지 왜 그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너의 노후보장에 도움이 되는지만 가르쳤지, 그 현재를 변화시키고 넘어서는 방법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재테크에 애쓰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청춘들은 대량으로 양산해냈지만 과감하게 도전하고 비전을 창출할 줄 아는 젊은이는 볼 수 없게 되었고, '개천에서 용나듯이' 그런 인재가 나타나더라도 잠깐 빛을 발하고 사그라들고 말았다.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과 초점이 대량생산된 20세기형 인재에 적합하게 되어 있지, 후자의 인재를 위한 안전망은 거의 전무한 것이다. 


  당장 우리보다 몇 발자국 앞의 미래사회를 살고 있는 국가들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직장, 직업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처럼 과도한 노동시간을 지닌 나라 또한 없다. 학창시절에 단순히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교육을 시행하는 국가도 없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다가올 10년 후의 미래는 한 사람이 4-5년을 주기로 다양한 직업을 오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에는 미래의 삶이 유목민족의 삶과 닮게 될거라고 예견한 '디지털 노마드'론이 부각되기도 했었다. 주거형태 및 직업, 결혼, 문화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이 확대될 것이고, 한 곳에 머물기보다 끊임없이 한 곳에서 한 곳으로 이주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게 미래학자들의 중론이다. 


  아마도 그런 미래를 살게 될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바로 '자기중심성'과 '개방성'이다. 이 양자는 어쩌면 한 인간에게 구비되기에는 모순되는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허나 오래전부터 우리 동양사회에서는 이 양자가 서로 화통하는 것이라고 보아왔다. 자기 속에 오롯한 기둥이 선 사람만이 다양한 세계에 흔들리지 않고 문을 열 수 있고, 자기의 눈으로 다양한 관점을 취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쉴 새 없이 변화하고, 이주하게 되는 미래 사회에서 '자기 중심'이 없이 부하뇌동하다가는 파도 위에 놓인 나룻배처럼 좌표를 잃고 방황하기 쉽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 안주하여 자기가 믿고 있는 것 하나에만 몰입하다보면 하나에 실패했을 때 다른 힘으로 재기하지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20세기 교육의 관점으로 의사, 변호사, 교사 등 '사'자 직업을 획득하는 것에만 몰입한 아이는 21세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적인 컨텐츠, 마케팅 전략, 사람과의 관계성, 정치적 감각 이러한 다양한 가치들이 함께 결합되지 않으면 미래의 고객들은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의사, 변호사, 교사를 찾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는 다양한 컨텐츠들이 결합되는 사회이고, 무엇보다 한 가지 분야와 다른 한 가지 분야를 조화롭게 링크시킬 수 있는  '링크의 감각'이 요구되는 사회이다. 이 '링크의 감각'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의 눈(자기중심성)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정보에 대한 기초상식 열린 이해(개방성)가 필요한 것이다. 


  세계는 변하고 있다. 수요가 달라지고 있다. 미래는 오늘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물을 때이다. 그냥 의문을 가지는 정도가 아니라, 깊이 질문하고 실제로 현장에서 다른 교육을 시작하지 않으면 이미 늦을 때이다. 앞서 말한 '자기중심성'과 '개방성'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교육의 키워드는 바로 '자립'과 '자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욱 자유를 '선물'해야하고, 확고하게 자립을 '요구'해야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나갈 '과거의 교육'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교육'이다. 



2012. 11. 13.




날짜

2012. 11. 1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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