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간밤에 뒤숭숭해서 잠을 거의 못 잤다.
한 두어 시간 눈을 붙이고 학교에 출근하려니 온 몸이 찌뿌둥하고 기운이 하나도 없다.
아이들과 음악수업으로 실로폰 연습하고, 전체회의 하고, 점심시간에는 농구를....
기운은 없는데 이상하게 쉴 자리 찾기보다는 더 움직일 곳을 찾는다.
4교시는 자유시간. 야구하고 있는 진서, 원근, 종은, 경민이한테 껴서 함께 야구를 했다.
그리고 청소한 뒤 닫는모둠시간.
하루가 끝나간다 생각하니 긴장이 사라져서 그런지 몸이 늘어진다.
종혁이와 진서가 교실가운데에서 곰세마리를 부르며 춤추면서 장난을 친다.
며칠 전 건보가 닫는모둠시간인지 모르고 안 들어와서 장기자랑을 준비해오기로 했는데,
그 여파인지 종혁이와 진서도 장기자랑을 하겠단다.
기운이 있었다면........
들어가 앉으라 하고는 원래 예정되어 있던 내용으로 닫는모둠을 하였을 것이다.
근데 기운이 없으니....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해보라 하였다.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작으면 엉덩이로 이름을 써야된다고 으름장도 놓았건만 하겠단다.
민규와 주은이도 하겠단다. 역시 같은 조건을 내걸었지만 하겠단다.
진서와 종혁이의 곰세마리 코믹버전 후 엉덩이로 이름쓰기
주은이의 곰세마리 섹시버전 후 엉덩이로 이름쓰기
민규의 올챙이송 귀요미버전 후 엉덩이로 이름쓰기^^
분위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우리 다 함께 춤출까 하고 제안하니 좋다는 녀석들도 있고, 싫다는 녀석들도 있어 하고 싶은 아이들만 한 번 더 올챙이송을 부르며 춤추기로 했다.
보고 있는 아이들도 웃음꽃이 환하다.
그 와중에 트렘펄린에서 팔을 다친 희지는 팔을 부여잡고 울먹이고 있다.
근데 그 녀석 한 번쯤은 아프니까 자기를 봐달라고, 조용히 좀 해달라고 짜증낼 수도 있는데
한 번도 안 그런다.
춤추는 녀석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구경하는 애들은 팔 괴고 앉아 즐거운 미소를 멈추지 않고,
아픈 녀석은 자기 팔 주무르며...... 각자가 각자의 감정에 충실하다.
이런 순간은 정말이지 쉬이 오지 않는다.
복잡한 여러 가지 변수들이 딱 들어맞았을 때만 이런 자연스런 순간이 펼쳐진다.
기적과도 같은 이런 순간을 맞이하려면 필요한 건 뭐???
힘을 빼고 사는 것!!!^^
2012. 11. 7. 파주자유학교 교사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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