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미래와 행복한이 파주자유학교로 통합되고 나서 매년 가을에는 '작은문화제'를 개최해왔다.
지금까지 작은 문화제는 대외 행사가 별로 없는 우리 학교에서 특이하게 외부 손님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말하자면 외부향 행사였다.

하지만 대외 행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소심한 우리 교사들(나까지 포함하여 ㅎㅎ)은 이 한 번의 행사도 부담스러운 나머지, 또 다른 대외 행사인 입학설명회와 작은 문화제를 같이 엮어서 치르곤 했다. 말하자면 입학설명회는 어차피 안 할 수 없는 행사인 터라, 같은 대외 행사인 작은 문화제도 이 때 끼어서 같이 하면 행사 준비의 부담이 반으로 줄 수 있게 된다.(물론 이렇게 되면 외부 손님은 우리 학교에 관심 있는 예비 지원자들만으로 좁혀진다. )

그런데 올해부터는 입학설명회가 9월로 앞당겨짐으로써 작은 문화제와 입학설명회를 동시에 여는 게 불가능해졌다. 이제 작은 문화제가 홀로서기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작은 문화제'의 성격 규정과 의미부터 시작해서 형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모든 것을 다시 재설정할 필요가 있었다.

지난 주 수요일에 열린 파주자유학교 전체회의는 이 문제를 전체회의 안건으로 다루었다. 본래는 통합 교사회의에서 먼저 논의해야 될 문제였지만, 교사들 생각에는 재설정이 필요한 문제이니만치, 아이들의 아이디어와 참여가 관건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 노을 선생님은 작은 문화제를 어떤 식으로 개최할지, 작은 문화제에서 무엇을 했으면 좋을지,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자리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이 문제를 안건을 제안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다 보니, 작은 문화제 본연의 대외행사적 성격은 완전히 온데간데 없어지고 말았다. 사실 아이들이 무슨 고견으로 자신들과 아무 관계도 없는 외부 손님을 의식하겠는가?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 위주로 이야기했다. 아마 스무가지도 넘게 아이디어가 쏟아져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다양성은 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각 아이템의 질을 담보할 수가 없었다.

본래 작은 문화제는 전적으로 청미래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꾸리는 청미래 축제와 달리, 앞에서 말했듯이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고 작품이란 의미도 있어서, 작은 문화제에서 발표하는 작품들은 어느 정도의 질을 요구했었다. 그래서 희망자의 경우에는 교사들이 그 수준을 파악한 후에 발표 작품으로 올릴지 아닐지를 판단했고, 합창 등 기획된 작품의 경우에는 교사나 강사 주도하에 연습하여 발표작의 수준을 일정 정도 끌어올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만큼 할 수 있는 내부 행사의 기회는 많기 때문에, 외부 행사의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외부 손님에 대한 예의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질을 높일 수 있는 아무런 내외적 강제 요소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상금을 건 경연 방식의 문화제였다. 평가는 학부모까지 포함하여 참석한 식구들 모두가 '우수 작품들'에 점수를 주고, 그 점수를 모두 합산하여 1, 2, 3등을 정하는 방식으로 하기로 하였다. 차라리 예선을 거치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교사들도 작품의 창의성과 협동성 등을 그날 그 자리에서 모두가 평가하는 쪽이 좋겠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리고 문화제의 형식과 진행, 경연 방식 등에 대해서는 교사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하고 전체회의는 마무리가 되었다.

그 다음 교사회의에서의 논란은 전체회의에서 제안되었던 대로 2인 이상 팀을 이루어 기획하고 완성한 발표작만을 인정할지, 아니면 원하는 경우 나 홀로 발표작도 상관없는 것으로 할지의 문제였다. 사실 2인 이상 팀 작업을 해야 한다는 조건은 내가 제시한 것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교사회의에서 다수결에 의해 내 의견은 부결되었다.

내가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은 과도한 경쟁심을 막고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이 아이들이 협력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면 좋겠다는 취지였지만, 과연 이 조건으로 그런 취지가 달성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 다수 교사들의 반론이었다. 또 문화 관련 작품인지라 '공동작업'만을 강조하면 오히려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도 교사들 반론의 하나였다.

나로서도 '공동작업'이라는 조건이 과연 협동심을 북돋운다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줄지 확신할 수 없었던 데다가, 이번 작은 문화제의 기본 취지가 아이들의 창의성과 참여의지를 북돋우는 데 있는지라, 굳이 내 주장을 강하게 밀어부치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교육 현장을 책임지는 건 어차피 교사들이니까...

여하튼 나는 이번 작은 문화제에 은근한 기대를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또 다른 새로운 면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말이다. 비록 상품이 매개가 되더라도 아이들이 '한번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고, 다른 사람들을 즐겁고 기쁘게 해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은 상상만 해도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돈다.

 

 

2012. 11. 6. 파주자유학교 교사 금안당

 


 

날짜

2012. 11. 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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