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교생활 2

 

 

현진이 유진이도 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변화된 모습들이 보였다. 유진이는 찬바람을 맞으면 바로 기침감기에 걸려서 겨울 내내 약을 달고 살다시피 했는데 8개월 동안 맑은 공기를 마시고 흙속에서 맘껏 뛰어 놀아서 그런지 심하게 앓은 적이 없다. 학기 초엔 항상 바지 주머니 속과 양말 속에 흙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면 걷는 걸음걸음마다 흙이 떨어졌었는데 요즘엔 흙이 안 떨어지는걸 보니 흙 놀이 보다 또 다른 재미난 놀이를 찾은 듯싶다.

 

유진인 아직 한글을 모른다. 하지만 엄마인 난 조급한 마음이 안 든다. 열심히 뛰놀고 수업도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현진이에게는 학교생활이 신나고 재미나기도 했지만 힘들었던 시간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해도 되는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하는 새로운 학교 규칙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현진이의 특허 고집이 발동되어 생각하는 방과도 친해지고 간식도 못 먹는 벌칙들도 받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차츰 규칙들을 익혀가며 발전해 가는 모습들이 흐믓 했다. 그러던 중 현진이에게 힘든 고비가 찾아왔었지만 이 시간을 통해서 현진이 뿐만 아니라 부모인 나도 또한 파자 친구들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선생님들의 지혜로운 해결 방안과 부모들의 응원에 감사드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파주자유학교에 오면 현진이와 같이 놀아줄 친구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생각도 부모로서의 욕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자 아이들한테 장애친구들은 단지 더디게 가는 친구들일뿐 동등한 친구들이어서 같이 놀고 싶다면 현진이가 먼저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현진이가 2년 유급을 하면서 어린이 집을 6년을 다녔다. 이곳에서도 현진이는 아이들과 잘 놀다가도 스스로 그 그룹에서 나와서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고, 그 시간이 오히려 익숙해 진거 같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짠안 했지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지켜보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 학교생활을 하면서 현진이는 어린이집에서와 같은 연장의 선을 긋고 있는 것 같다. 현진이는 동생 유진이가 있는 0학년 아이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과도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서 언젠가는 절친한 친구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을 접고 싶지 않다. 현진 유진이의 또 다른 모습들 중 하나는 청소다.

 

학교에서 각자 맡은 청소구역에서 청소를 너무 열심히(?)해서인지 집에 와서도 청소들을 도와줄 때가 있다. 특히 화장실 청소하기를 좋아하는데 다 하고 나오면 다시 들어가 뒤처리를 내가 해야 한다는 문제점들이 있지만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현진, 유진이한테 잘못하거나 말 안들을 때 “그렇게 하려면 너희들 이제부터 학교 가지마!”하는 말을 무서워한다. 자기 전에 항상 물어보는 말이 있다. “코 자고 내일 학교 가는 날이야?” “가는 날”, “오~~예~”, “안가는 날” “오~예~” 진짜 좋아하는 날이 어느 쪽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확실한 건 학교에 가는 걸 너무 너무 좋아 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유진이가 “엄마~나 청미래 형아가 되도 파주자유학교에 다닐 거야”말한다. “현진이는?” “나도~~”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길 바라고 찾아온 <파주자유학교>에서 현진 유진이가 신나고 재미있게 행복하게 다니는 모습을 보니 부모로서도 덩달아 행복 지수가 올라간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고 엄마인 나도 재미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목요일마다 파자 맘들과 독서 모임을 통해 좋은 책들도 읽고 서로의 느낌을 나누며 (사실은 토론의 시간보다 수다 떠는 시간이 더 많다^^) 뜨개질이며 바느질, 로션이나 립밤 등도 만들며 취미로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 둘씩 찾아서 해보고 있다. 학교에 와서 느낀 점은 재주가 많은 파자 맘들이 많다는 것이다. ㅜㅜ 난 무 재주라서 옆에서 떠들며 구경하고 뒤치닥거리를 맡고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시간들이다. 그리고 난 금요일 마다 아이들 방과 후에 배우는 댄스 시간에 맨 뒤에서 아이들 틈에 꼽사리 끼어서 신나게 댄스 댄스를 배우고 있다. 이 시간엔 댄스 배우는 맘들이 나 뿐이어서 아주 잠깐 몇 초만 뻘쭘 해지기도 하지만 신나게 아이들과 음악에 몸을 맡기고 댄스 댄스를 배운다. 조금 더 많은 파자 맘들과 함께 댄스를 배우는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간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꽃들과 자연들을 벗 삼아 시골 정취를 듬뿍 만끽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파주자유학교>에 간다.

 

 

 

2013. 11. 6. 파주자유학교 학부모 김정연

 

날짜

2013. 11. 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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