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0,1학년 아이들과 관찰나들이를 가는 날. 오늘은 삼릉에 갔다.
쌀쌀한 날씨를 걱정하여 느즈막히 출발하였다. 삼릉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시간.
삼릉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 따뜻한 햇살 맞으며 맛있게 점심을 먹으려고 하였는데, 10월 1일자로 음식물
반입 금지란다. 찾아봐도 밥을 먹을 만한 마땅한 곳이 없어 결국 주차장 한 켠에 안전한 곳에서 둥그렇게
둘러 앉아 김밥을 먹었다.
삼릉 안은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그렇게나 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에서 고작 3분여 안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깊은 산속에 와 있는 듯하다. 삼릉 안을 감도는 고즈넉함, 가을의 절정을 맞고 있는 울창한 나무들과
울긋불긋한 나뭇잎들, 밟으면 바스락거리는 낙엽, 구름 한 점없이 파랗디 파란 하늘.
"우리 저기까지 달려가볼까?"
"물에 던지고 놀자".
"여기는 점프를 해서 건너.".
"여기서 떨어지지 않고 걷기."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단풍이 곱게 물든 아름다운 산책길인데
아이들은 눈길을 주지 않는다.
대신 나에게 시시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며 끊임없이 놀잇감을 찾는다.
벤치에 가방과 물통을 벗어놓고 아이들은 냇물을 따라 탐험을 나선다.
내 눈에 들어오는 건 햇살을 담뿍 머금은 커다란 왕릉이건만 역시나 아이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파란 하늘과 밝은 황금빛 햇살이 아름다운 이 가을의 풍경에서
가장 어두침침한 나무그늘의 물길을 선택하다니.....
내 눈엔 아이들의 출발지점과 가는 길, 끝 지점, 그리고 가는 과정에 있을 장애물이 눈에 뻔한데
그래서 시시한데 탐험을 떠나려는 아이들의 얼굴엔 긴장과 설레임이 한데 섞여 상기된 빛깔이 여실하다.
그래, 이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거다. 내가 보고 있는 그것들이.
하긴, 어릴 적 탐험을 즐기던 그 산을 어른이 되어 보고 이렇게나 작은 산이었단 말인가 실소를 금치 못했던
적이 있다. 이 아이들에게 지금 이곳은 어른들이 원시림으로 느낄 정도의 그런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비탈을 올라가다 주르륵 미끄러지기도 하고,
나뭇가지에 걸려 비틀거리다 한 쪽으로 넘어지기도 하고,
돌을 잘못 밟아 물 속에 풍덩 빠지기도 하고,
풀섶을 헤매고 다니느라 바짓가랑이에 소맷부리에 머리카락에 각종 씨앗들이 엉겨붙어 있고.....
맘껏 도전하고, 맘껏 즐길 수 있었기에
탐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낭랑하고, 발소리가 가볍다.
탐험을 주도하고 성공하여 희열을 느끼는 아이도
미끄러지는 자기 모습을 보며 웃고 있는 친구에게 화를 내는 아이도
남들이 가는대로 열심히 따라가며 내 신발이 젖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는 아이도
탐험의 그 과정에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아무런 평가도 받지 않는다.
이게, 파주자유학교에서 말하는 '자연'이구나 불현듯 이해하였다.
자유, 자립, 자연 중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자연'.
오늘 내가 이해한 파주자유학교의 '자연'은
아이들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온전한 아름다움!!!!
바로 그것이었다.
2013. 10. 30. 파주자유학교 교사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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