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교생활
나는 파주에 있는 '파주자유학교'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의 두 아들 현진이와 유진이가 1학년, 0학년에 다니고 있다. 학교에 입학한지도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세 번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큰 아들 현진이는 자칭 다운계의 훈남으로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는 지적장애 친구다. 10년 전 이 아이가 우리 부부의 품으로 찾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TV를 통해 간디 대안학교를 보게 되면서 현진이도 이런 학교에 보냈으면 좋겠단 생각을 가슴깊이 품고 있었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친구들과의 대화가 어려웠고, 엄마인 나도 못 알아듣는 말들이 많았기에 2년 유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의 옥심으로 동생 유진이를 7살 때 조기 입학을 고려하여 같이 현진이와 일반학교에 보내면 어떨까 하며 집근처에 한 학년에 한학급만 있는 전체 학급이 6학급인 아담한 시골정취가 나는 시범학교에 문들 두드렸었다.
6년 동안 한 학급에서 같이 생활하다 보면 현진이에게도 친한 친구 단 한명의 친구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상담을 받았었다.나이가 지긋하신 여자 교감 선생님과 상담하는 내내 “장애아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드셨어요?”하며 연거푸 물으시며 아니라고 대답하는 우리 부부를 굉장히 안쓰럽게 쳐다보셨다. 학년주임 선생님께서도 처음으로 물어보셨던 질문이 현진이가 혼자서 스쿨버스 타는 데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는 일반학교는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남편에게 얘기했다. 선생님들 입장에선 당연히 물어 보실 수 있는 질문이었겠지만 왠지 장애친구들은 지적장애 친구들은 아무것도 못한다 하는 고정관념들이 있으신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급해진 마음으로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대안학교를 알아보다 '파주자유학교'를 발견하게 되었다. 고등과정까지 있고 꼭 형제 입학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눈에 들어왔고, 특히 8학년 때 부모와 떨어져 진안분교에서 1년 동안 기숙생활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더더욱 눈에 들어왔다.
장애 친구들이 있는 가정에선 장애친구들과 비 장애 형제나 자매가 같은 학교에 다니길 원치 않는 부모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이유는 비 장애 형제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이런 고정된 틀들을 깨보고 싶었다. 같이 학교를 다니든 아니든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깨질 때 깨지더라도 피하기보단 맞부딪치는 쪽을 선택했다. 또한 장애 친구라고 해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 보단, 다른 친구들에게 아니 친구들이 아니더라도 단지 동생 유진이에게만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진이로 자라길 바랐던 마음이 더 컸다.
파주자유학교에 와서 처음 느낀 건 아이들의 시선이었다. 어느 곳에 가던지 아이들이 현진이를 위•아래로 검색을 하거나 옆에 있는 것이 싫어서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데 이곳 파자 아이들은 달랐다. 자연스러운 아이들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었다.
또 아이들이 선생님께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애칭으로 이름을 부르며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고 반말로 말 하는게 어리둥절하고 이상했다. “저렇게 말하면 버릇없이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려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으면 더 자연스럽고 어쩔 땐 친구처럼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학부모 설명회에 참석했고, 떨리는 마음으로 입학 결과를 기다렸던 시간들을 보내고 현진이와 유진이는 1학년, 0학년에 입학하게 되었다.
- 2편에 이어서
2013. 11. 6. 파주자유학교 학부모 김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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