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작은문화제 합창연습을 위해 남았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데 진서가

우리 아빠 전화번호가 뭐게?” 하고 묻는다.

“012-345-6789”하고 장난을 치자 진서는 아니라고 한다.

앞에 앉아있던 희지가 핸드폰에서 진서아빠 전화번호를 찾아 대답한다.

그러자 진서가

그치.. 그게 맞지.”

하고 대답을 해준다.

여기서 장난을 멈추고 싶지 않아 강짜를 부려본다.

무슨... 너네 아빠 전화번호 012-345-6789 맞아엄마는 013-345-6789큰형은 014-345-6789, 작은형은 015-345-6789쟎아.”

아니야우리 아빠 전화번호 그거 아니라고.”

맞아내가 그 번호로 하면 전화받으시는데번호가 틀리면 어떻게 전화를 받으셔?”

그건 우리아빠 회사번호야.”

라고 대답한다. ㅋㅋㅋ

 

이러고 놀고 있는 나에게 고등과정 어진이가 한마디 한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도 나팔꽃이 저렇게 놀아줬겠지?”

그리고 다시 덧붙인다.

나팔꽃은 언제 은퇴하실거예요?”

은퇴라....... 아주 힘들 땐 이제 그만두어야하나그런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정식으로 언제쯤 은퇴를 할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마도... 애들과 더 이상 이렇게 놀지 못할 때그 때쯤 은퇴하지 않을까?”

그렇게 대답했다그래....아마도 애들과 더 이상 놀지 못할 때쯤이 나의 은퇴시기가 될 것 같다.

 

그 때 진욱이가 끼어든다.

나팔꽃어진이 큰 거 보면 어때요얘는 초등학생때부터 봤쟎아요.”

초딩들과 장난치고 있던 나에게 고딩들이 너무 진지한 질문을 던져댄다.^^

기특해어릴 때부터 쭉 봐왔던 어진이도 기특하고중학교 때 들어온 너랑 세훈이도 기특해.너네도 7학년 때는 이러고 놀았었는데.. 그치?”

 

 

짧은 대화였지만 유난히 마음에 남아있다.

결국 교사의 농담에 말려든 초등학생과의 대화도 재밌고,

그런 교사를 보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는 고등학생과의 대화도 즐겁다.

뭣보다 커가는 울 아이들을 오랜시간 지켜볼 수 있다는 게 이리도 마음 따뜻한 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여 행복하다.

저 작은 아이들이 어진이처럼 기특하게 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좋으시죠?”

좋다.

울 고등과정 아이들이 기특하게 큰 것도 좋고,

울 초등과정 아이들이 그렇게 기특하게 자라날 것이 분명하니 좋다.

마음 한 켠 책임감이 들어서며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유년시절과 청소년시절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좋다.

아마도 난 은퇴를 하지 못하려나 보다ㅋㅋㅋ



2012. 11. 19. 파주자유학교 교사 나팔꽃

날짜

2012. 11. 22.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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