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학교 바자화에서 아이들에게 커피 음료를 팔며 느낀 소회를 어린이 음식문화 문제와 함께 간단하게 기록해본 글입니다.
어린이는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음식?
- 멀고느린구름
안녕하세요. 커피 강사를 겸하고 있는 반의반 담임 멀고느린구름입니다.
지난 4.25(수) '행복한(초등과정)'에서는 대 바자회가 열렸습니다. 물건에 따라서는 400%라는 파격적인 세일까지 단행되었던 훈훈한 행사였는데요. 저는 점토인형 공방과 커피하우스 보헤미안 파주점을 개업하여 운영했습니다. 제가 한때 다음카페에서 연재했던 '진진걸작만화'의 캐릭터로 만든 점토인형은 공방 개점 1초만에 전량 매진되었고요^^;(대인기!!) 보헤미안 파주점은 망할 거라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를 공략한 저의 전략 레시피 덕분에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 ) 물론, 한 잔에 500원에 팔아서 실수익은 전무했지만요. 하하하 ^_^;;;
제가 판매한 커피는 ‘비엔나커피’입니다. 커피 수업을 들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아시죠?) 오스트리아 빈에서 마부들이 즐겨 마시던 커피입니다. 진한 커피 위에 달콤한 생크림을 듬뿍 얹어 먹는 커피이지요.
판매하는 장소에서 즉석으로 달달한 생크림을 만들어 커피에 얹어 파니 아이들에게 대인기였어요! 아니, 아니, 아니, 아이들이 카페인 음료를 마셨다니! 하고 깜놀하실 부모님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원두커피는 일반 인스턴트커피의 4분의 1정도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고 한 잔 정도의 커피는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어린이 비엔나커피에 넣은 커피의 양은 성인들이 마시는 양의 8분의 1 수준이었답니다. 사실상 커피맛이 살짝 나는 생크림 음료였달까요^^; ㅋㅋ 아이들은 무탈하게 커피를 잘 마셨답니다.
커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의 부모님은 참 독특하게도 제사상에 오른 술은 초딩 때도 슬쩍 마셔보라고 권하셨는데, 맥심커피는 중학생이 되도록 입에도 대지 못하게 하셨답니다. 그래서 저는 커피가 굉장히 유해한 음식인 줄 알고 절대 마시지 않기를 어언 20년. 대학교 2학년에 커피하우스 보헤미안 알바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오리지널 커피의 맛부터 보게 되었지요. 알바를 한참 하고 난 뒤에야 ‘커피를 마셔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종종 마시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커피, 술 정도가 어린이 금지 음료였는데요. 요즘에는 어린이가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참 많아진 것 같습니다. ‘웰빙’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유행하면서부터는 점점 더 극에 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자랄 때만해도 먹고 죽지 않으면 뭐든 먹어도 될 정도였는데 말이지요^^; ㅎㅎ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완전 편식쟁이여서 아버지한테 참 많이도 두들겨 맞았던 것 같습니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몸 상태도 오락가락해서 상당히 음식에 민감한 체질이었습니다. 특히 고기는 싫어해서 어릴 적부터 얼결에 채식주의자로 살았던 것 같네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제 몸과 건강, 그리고 음식의 상관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혼자 공부를 시작했었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운영하시던 도올서원에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공부하던 동의수세보원 해설서를 구하여 동무 이제마의 사상의학을 깊이 파고들기도 했답니다. 그 이후에는 동양과 서양의 의학을 접목시키겠다는 커다란 포부를 갖고, 새로 설립한 녹색대학 자연의학과에 청강생 자격으로 입회하여 독일의 동종요법이라고 하는 대체의학을 공부했지요. 그 이후 아로마테라피. 암 의학 등을 추가로 공부하며 의학분야를 나름 깊게 연구했습니다.
이것저것 공부해본 결과, 모든 병은 결국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찍이 사상의학을 만든 동무 이제마 선생도 체질에 따른 음식조절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의 성격에 따라 상성이 맞는 음식이 있지만, 음식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참된 건강에 이를 수는 없다고 보았지요. 동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섭생법이 아니라 心學이었습니다. 즉, 그 마음을 균형되게 가져야 모든 병마가 몸에 들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본디 생명은 모든 외부적인 요소에 대해 항체를 만들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동물들은 어린 시절에는 자기가 뭘 먹어야 할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이것저것 주워 먹다가 탈이 나는 경험을 하며 자기에 딱 알맞은 체질식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것저것 조금씩 주워 먹는 과정 속에서 웬만한 질병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합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체질식만으로 아주 건강하게 평생을 살다 가게 되는 것이지요.
요즈음의 아이들을 보면 모래를 파서 커피를 타 먹던 저의 어린 시절보다 외려 더 건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주 작은 감기만 걸려도 약을 사 먹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습니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몸은 점점 자신의 몸을 스스로 지켜야겠다는 의지작용이 둔화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큰 병이야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겠지만, 아주 조금 먹는 음식, 가벼운 열과 상처는 때로 자연스런 몸의 치유력에 맡기는 것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커피 한 모금, 불량과자 한 조각, 화학첨가물이 든 아이스크림. 모든 게 아이들을 해치는 독소처럼 여겨지는 요즈음이지만 자연은 작은 독을 통해 큰 독을 예방하는 섭리를 품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두어도 좋겠지요 : )
201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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