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느린구름 |  





* 본 글에서 제가 통상적으로 '대안학교'라고 지칭하는 대상은 '대안철학형 대안학교'를 뜻합니다.


대안학교들의 과오, 순정주의와 시대착오


순정주의란 한 마디로 말해 '진심을 다해 행하면 사람들이감동하리라'는 신념이다. 다시 진보정당의 예를 들어보자. 사회당은 민주노동당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겨난 정당이다. 이 분들은 정말 신심을 다했다. 그러나 죄송하지만 사회당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극히 적다. 아마 이 글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분들도 많을 것이다. 대안학교를 예로 들어볼까. 간디학교는 아직도 생존해서 설립 20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 학교야말로 진심을 다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간디학교'를 알고, 그 학교를 대안학교의 선두주자로 인식하고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 별로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져 있는가, 아닌가 하는 게 그 단체의 가치를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특정 판에 도드라져 있는 아이콘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은 그 판 자체를 놓고 볼때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시대는 아이콘의 시대다. 리드하는 아이콘이 없으면 판 자체가 동력을 읽고 만다. 순정을 다한 수 많은 학교들이 있었지만 감동을 받은 교육 수요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현실을 받아들여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오히려 그 처음의 순정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대표적 보수정당 로고의 변천사만 봐도 우리 시대가 어떻게 변해오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순정주의의 문제는 시대착오의 문제와 결합한다. 20세기가 끝난 지 벌써 16년이다. 하지만 다수의 (대안적 교육철학 중심형) 대안학교는 16년 전의 모델과 교육방식, 철학, 소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더불어민주당이 16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지구당 사람을 풀어서 정당을 홍보하고, SNS나 팟캐스트, 뉴미디어 등을 전혀 활용하지 않은 채 인쇄물을 만들어 길거리에 뿌리고 다녔다면 이번 총선의 결과가 어땠을까. 더불어민주당의 홈페이지가 다음 카페 커뮤니티였다면 어땠을까. 또 거기에 올라오는 사진들이 사무직 직원들이 저화질 디카로 아무렇게나 찍어 올린 사진들이었다면. 


시대가 변했다. 시대는 내용이 매력적이기 보다는 내용이 매력적으로 '보이길' 기대하는 시대가 되었다. 웹에는 수많은 콘텐츠가 넘쳐 난다. 이 중에서 선택되는 것은 1차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는 콘텐츠다. 그리고 그 콘텐츠에 정말로 매력적인 내용이 담겨 있을 경우 공유되고 전파되는 매커니즘이 작동한다. 


당장, 훌륭한 교육철학을 내세우고 있는 대안학교에 입학을 할까 생각해보고 홈페이지를 찾아 가보면 허걱 하게 되는 게 일반적인 교육수요층의 마음이다. 물론, 보다 큰 마음을 먹고 신중히 생각을 한 사람이라면 외관에 굴하지 않고 좀 더 내용을 들여다볼 것이다. 그런데 내가 살펴본 다수의 대안학교 홈페이지들은 외관이 매력이 없을 뿐 아니라, 그 내용도 대체로 별로 볼 게 없었다. 단순히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각 학교가 가지고 있는 교육콘텐츠를 수요자에게 제대로 매력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안교육 전용의 종편 채널이나 팟캐스트 같은 것이 없는 마당에 대안교육을 선택하려는 수요자에게 홈페이지는 거의 유일한 안내자이자 정보 제공 루트가 아닌가. 하지만 대체로 별 볼일이 없다. 그리고 대개 폐쇄적으로 운영하기에 외부 확장력이 지극히 떨어진다. 그 학교의 관계자가 아닌 마당에는 굳이 그 학교의 홈페이지에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지므로, 사실상 학교의 홍보매체로서의 영향력을 상실한다. 




우리 이제 안녕할 때가 되었다



'대안'을 버려야 대안교육이 산다


지금까지 주로 내가 생각하는 수준에서 대안교육의 문제점들을 다소 거칠게 짚어봤다. 그러느라 기력이 너무 쇠한 탓에^^; 대안까지 제시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몇 년간 오래 묵혀두었던 생각이기에 우선 간단한(?) 스케치 정도로 대안교육의 대안에 대해 제시해볼까 한다. 



1. '대안교육'을 버리고 새로운 슬로건 '북유럽형 자유교육'으로

* 또는 기타 지향하는 대상을 지목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유럽형 자유교육, 미국형 선택교육, 공자 학단식 토론교육 등등



글의 첫머리를 대안교육의 나이 20세를 언급하며 시작했다. 스무 살이 되었으면 이제 나는 대안교육이 '대안'이라는 이름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이제 각자의 '해답'으로서의 교육이 매력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나의 판단이다. 20년이면 사실 '대안이라고 했던 것'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세월이 아닌가. 


가령, 예를 들자면 '서머힐'은 이미 대안학교가 아니다. 서머힐은 서머힐 그 자체로 교육의 한 브랜드를 획득했다. 발도로프 학교도 마찬가지다. '발도로프 교육'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다. 사람들은 서머힐이 대안학교여서 입학하는 게 아니라 서머힐이기 때문에 입학하는 것이다. 전주에는 '상산고'라고 하는 자립형 사립학교가 있다. '수학의 정석'을 쓴 홍성대 선생이 설립한 학교다. 이 학교에는 꾸준히 신입생들이 몰린다. 마찬가지로 상산고이기 때문에 가는 것이지 자립형 사립학교라서 가는 것이 아니다. 


대안교육, 대안학교 라는 개념의 운명은 이미 결정이 났고,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노력을 기울일 여력도, 인재도 사실 없다) 그 운명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안철학형 대안학교들은 사실상 자립형 사립학교들과 정면 승부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핀란드교육'이 거의 광풍 수준으로 몰아칠 때, 나는 대안학교 교사직에 있었다. 그때 나는 교사회의에서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으니 '대안'이라는 모호한 이름을 버리고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북유럽형 자유학교'로 슬로건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약, 그때 시대의 유행에 맞춰 대안학교들이 대대적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면 대박은 못해도 중박은 쳤으리라고 감히 생각한다. 


이게 그렇게 대단한 배신(?)도 아닌 것이, 대개의 대안철학형 대안학교들이 내세우는 철학이 북유럽의 공교육 학교들이 내세우는 철학이나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들에게도 우리는 '대안교육'을 합니다 라고 소개하는 것보다 우리는 '북유럽형 자유교육'을 합니다 라고 소개하는 게 훨씬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 뻔하지 않은가. 


이미 선입견이 굳어진 대안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버리고 '북유럽형 자유학교'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학교마다 자체 브랜드를 형성해가면 나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대안교육의 활로가 있다고 본다. 



2.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획득해야 한다


내 경우 서머힐을 생각하면 '전체회의'와 '자연과 어우러진 학교 환경'이, 발도로프 학교를 생각하면 '다양한 교구'와 '창의적 과제에 몰두하는 아이들'이 떠오른다. 비슷한 걸로 고려대하면 약간 촌스러운 학생들이 강의실에 앉아서 묵묵하게 수업을 경청하는 모습이, 연세대하면 신촌 카페에 모여서 우아하게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카이스트하면 뿔태 안경에 흰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뭔가에 몰두하는 장면 등이 떠오른다. 쉽게 말해 이것이 브랜드다. 


어디어디 학교 라고 하면 머릿속에 전구가 켜지 듯이 떠올릴 수 있는 어떤 장면, 혹은 프로그램. 이것을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느냐 여부가 결국 한 대안학교의 수명을 판가름한다고 본다. 이 브랜드를 무엇으로 내세울 것인가, 이것은 각 학교마다 치열한 토론을 거쳐야 할 것이고, 만약 핵심 브랜드가 결정이 된다면 홍보 역량을 그 브랜드에 집중 투여하는 것이 좋다. 


내가 대안학교에서 홍보담당을 할 때는 '유럽형 교육'과 '인디언 철학' 두 가지를 학교의 핵심 브랜드로 상정하고 홍보 문구와 이미지에 적극 활용했었다. '유럽형'이라는 말로 소극적 일반교육 수요층을, '인디언 철학'이라는 말로 적극적 대안교육 수요층을 공략한다는 투트랙 전략이었다. 1년밖에 해보지 않아서 정확한 효과를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이듬해 꽤 준수한 수의 신입생이 학교에 입학했었다. (만약, 그 두 가지 브랜드를 최소한 3-4년 간 꾸준히 홍보했다면 자립형 사립학교들과의 경쟁에서도 변별적 브랜드를 갖춘 학교로 회자되었을 거라는 확신이 아직 있다.)



1909년 설립된 샤넬은 100년이 지난도 여전히 그저 '샤넬'이다




3.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 수요층을 학교의 영향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브랜드가 만들어졌으면 당연히 브랜드를 가능한 모든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공중전과 지상전을 병행하는 것이 물론 좋겠다. 여기서 공중전은 SNS 등의 뉴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지상전은 지역사회 등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방법이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영향력이 있을까 살펴보면 역시 공중전 쪽이 아닐까 싶다. 지역사회는 매우 제한된 교육수요층을 대상으로 한다.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또 이미 그 지역의 공교육에 아이를 그럭저럭 보내고 있는 부모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저렇게 따지고 보면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훨씬 적어진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냥 광범위한 대중을 상대로 크게 떠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왜냐면 유명한 사립학교 등을 생각해보자. 상산고가 전주에 있다고 해서 전주에 사는 학생들만 그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아니다. 전국에서 그 학교를 입학하기 위해 '유학'을 오거나, 아이의 교육을 위해 이사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 한국의 교육계 아닌가. 이렇게 좋은 환경을 어째서 대안교육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할까?


아시다시피 브랜드는 저절로 홍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홍보를 한다고 해서 홍보되지도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찾아가서 브랜드를 보여주고 열심히 설명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브랜드가 있는 곳으로 자발적으로 찾아오게 하는 것이 좀 더 고단수의 홍보전략일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학교 홈페이지에 매력적인 콘텐츠들을 자주 만들어내고, 그것이 웹상에 쉽게 검색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가령 '태양의 후예' 같은 것이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면 학교의 교사 중 누군가가 '태양의 후예'와 교육을 연관시켜서 글을 한 편 쓰는 것이다. 혹은 아이들과 함께 태양의 후예와 관련된 재미난 놀이를 하고 그것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작업물들은 검색어로 걸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제1원칙은 이 모든 과정이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연스러운 일상적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검색어를 찾아 하나 둘 대중들이 홈페이지를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학교의 이름이 눈에 익을 것이고, 뭘 하는 학교인가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들이나 배너를 배치하여 학교의 브랜드를 무의식 속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니 굉장히 사악해보이는데...; 독자들께서 일반적인 홍보전략임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ㅎㅎ)


나는 요즘 유행하는 팟캐스트를 학교 교사들끼리 혹은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고 업로드하는 방법도 굉장히 좋은 브랜드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이거 하는 대안학교가 없는 듯) 팟캐스트의 방향 자체는 단지 그 학교의 특정한 상황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현재 발생하는 교육 전반의 문제, 혹은 청소년 전반의 문제, 보육의 문제 등으로 광범위하게 다루어서 많은 청취자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한다면 그 또한 무의식적으로 학교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본다. 


다른 방안으로는 다수의 대안학교들이 채택하고 있는 '서머힐식' 전체회의를 유튜브 생중계로 중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콘텐츠를 학교 부모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해버리는 것이다. 부모에게는 학교에 대한 신뢰감을, 일반 대중에게는 대안교육에 대한 신선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술의 발달로 이 생중계는 그냥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페이스북을 통해 손쉽게 실행할 수 있다. 


지금은 테드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교육 공유'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대다




4. '브랜드'를 내재화한 매력적인 교사들이 있어야 한다


정당 투표냐, 인물 투표냐.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다. 점점 선진국 모델인 정당 투표 쪽으로 우리나라도 흐름이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뜯어보면 결국 어느 정당이 매력적이느냐도 그 정당에 속한 인물에 의해 결정된다. 국민의당에 안철수 의원이 없었다면 과연 이번과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학교도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브랜드, 매력적인 교육 내용을 갖추고 있어도 그것을 실현한 인물이, 즉 교사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학교의 매력도 반감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냥 영상을 보면 '서머힐'의 교사들은 왠지 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왜 그럴까? 1차적으로 '서머힐'이라는 브랜드의 힘이라고 본다. 2차적으로는 교사들이 서머힐의 브랜드를 온전히 내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차적으로는 그 교사들이 서머힐을 긍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교육에 자신감이 있고, 교육 공동체에 긍지를 느끼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교사들은 빛을 발하고 매력적인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구심점이 되어주는 강력한 브랜드 교사(학교의 교육철학을 누구보다 핵심적으로 내재화하고 실천하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마치, 학원의 스타강사나, 미스에이의 수지처럼 말이다. 대개는 교장이 그 역할을 책임감 있게 맡아야 할 것이다. 


앞의 3항에 잠깐 소개했던 생중계 방식을 활용해 브랜드 교사(아마 주로 교장)의 교육철학 특강을 매주 혹은 한 달에 1회씩 학교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으로 올리는 방법도 좋은 방안일 것이다. 이 역시 교장의 교육철학에 대한 부모의 신뢰도를 높이고, 일반 대중에게도 대안교육의 맛을 간접체험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법이다. 


홈페이지나 홍보 채널을 통해 드러나는 학교의 브랜드가 일종의 장식 또는 포장이라면 사실상 교사는 학교 브랜드의 핵심이다. 단, 그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교사는 항상 자신이 충분히 학교의 브랜드를 내재화하고 있는가, 또 교육현장에서 구현해내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자기반성의 과정이 무너지면 결국 학교의 브랜드는 그 가치를 상실하고, 학교의 차별화 지점 역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따라서 구심점이 되는 브랜드 교사는 늘 중심을 잡고 다른 교사들과 함께 건강한 상호 견제를 통해 학교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가야 할 의무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도올 선생의 스타성은 내적인 역량 위에 미디어가 더해져 생겨난 것, 대안학교 교사 중에 스타가 한 사람 정도 나올 때가 지나지 않았나




5. 교육내용이 '브랜드 가치'를 충실히 구현해야 한다


1-4항까지 소개한 방안들을 만약 설립 1, 2년 차 학교가 하려고 한다면 나는 사비를 들여서 라도 말리러 갈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소식을 꼭 저에게 알려주실 필요는 없다. 가까운 곳에 계시다면 직접 가서 저 대신 말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왜냐하면 교육의 내용이 브랜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설립 2년 차까지는 내실을 다지고 일조의 '버티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2년을 버텨내고, 어느 정도 교육 내용의 기반이 충실해졌다면 그때부터 브랜드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좋고, 실제로는 4-5년 차 정도는 되어야 효과가 뚜렷하게 생기지 않을까 싶다. 물론, 4-5년 동안 일관되게 학교의 교육내용과 철학을 내실 있게 다져왔다는 전제 하에서다. 


교육내용에 있어서도 역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아무리 좋은 철학을 구구절절 홈페이지 인사말에 써놓아도, 교육내용을 보니 그냥 시간표 하나가 그려져 있고, 국영수사과 이런 것만 써있다면 픽- 하고 김이 빠지고 만다. 그냥 보기에는 뭐가 대안교육인지 알 수가 없고, 아주 냉정하게 말해서 이럴 거면 그냥 혁신학교에 보내지 뭐하러 비싼 대안학교씩이나?라는 생각이드는 것이다.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기본은 놓치지 않고 있구나 하는 인상도 동시에 주어야 한다. 어렵다. 그러나 송중기는 해내는 그 어려운 것을 20년 역사를 지닌 대안학교가 못해낸다면 말이 아니지 말입니다. 


내가 생각할 때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첫째, 학교의 특징적 브랜드로 내세울 수 있는 수업들을 일별하여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들고 매력적인 네이밍을 한다. 그리고 이를 중요도 순으로 교육내용 상위에 순차적으로 배치한다. 주변 능력자를 협박해 귀여운 일러스트를 가미해 직관적으로 표현해준다. 


예) 


티피 속의 철학나눔 : 우리 학교의 핵심 교육철학인 인디언 철학을 아이들이 매주 1회씩 교장선생님 직강으로 배웁니다. 인디언철학은 자유, 자립, 자연이라는 학교의 철학을 가장 조화롭게 담고 있는 그릇입니다. 이 그릇 속에 아이들의 새로운 생각을 더해나가겠습니다. 


모자(모두 자유)회의 : 우리 학교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학생들과 수업 교사, 행정 교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토의하고 의결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의 의회 제도를 그대로 반영하여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민주주의 정신을 자연스럽게 내재화 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공동체놀이 : 놀이는 아이들의 빛이요 바람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빛나고, 놀이를 통해서 숨쉽니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빛나고 숨쉴 권리를 매주 2시간씩 주고 있습니다. 함께 노는 것을 통해 아이들은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배웁니다. 



둘째, 학교의 브랜드 수업을 충분히 알렸다면 그 다음은 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때이다. 불안감이란 결국 이렇게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갈 수 있을까이다. 여기서 학교마다의 선택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모에게 좋은 대학도 들어갈 수 있는 학교로 어필하고 실제 커리큘럼을 그렇게 조직할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마다의 창의성을 중시하고, 대학이 아닌 제3의 루트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커리큘럼을 만들 것인가. 


대학루트를 선택한 학교라면 수능의 필수과목들에 대한 수업을 분명히, 그리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일반학교보다 나은 수준으로 강의한다는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다. 이때 교사의 경력이나 출신학교 등을 활용하는 것이 꼭 구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당 교사가 자신이 내세운 경력값을 충분히 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할 자신이 있다면 말이다. 대학루트의 대안학교라면 굳이 이 기본교육에서 대단한 개성을 드러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개성은 학교의 다른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드러내고 기본교과는 정말 기본에 충실하고, 오히려 일반학교보다 교사 수준이 균일하며 뛰어나다는 강점을 어필하는 것이 좋겠다. 게다가 대안학교는 소수집단을 데리고 맞춤형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 않나. 이런 것만 어필해도 사실 일반 공교육보다 기본 교과에 대한 수업 수준이 높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 


* 만약, 이 부분에서 학교의 개성을 드러내려 한다면 나는 대학식의 '수강신청제' 도입을 주장하고 싶다. 초등과정이라면 순차적으로 배우되, 학습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는 중고교 과정은 전면 수강신청제를 실시하여 자신이 먼저 마스터하고 싶은 과목부터 마스터를 하고, 그 다음 흥미가 생기는 과목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학교 교사 인프라를 고려해 조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가령 영어에 흥미가 있는 학생은 국어를 듣지 않고, 영어1, 영어2, 영어3부터 마스터한 뒤 다음 해에 국어1을 듣는 식이다. 이 방식은 아마도 '서머힐'이 채택하고 있는 것과 같다. 내가 대안학교 중등과정 교사일 때 이 방안을 제안한 바 있으나 교사 인프라 및 시간표 짜기의 어려움으로 채택이 되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창의루트를 선택한 학교라면 아이들의 다양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재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스웨덴과 같이 중1, 중2 중이 한 학년 정도는 완전히 자기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개방해줄 필요성이 있다. 이 경우 정교사에 집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강사를 활용하여 여러가지 간접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자기의 길을 1차적으로 모색한 학생에 대해서는 그 방향의 인생 로드맵을 함께 협의하여 설계해주는 등 교사의 역할을 강의자에서 인생의 멘토로 더 많이 옮길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경로를 택할 경우 우리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볼때 여러가지 난관이 예상되므로, 최대한 교사가 대학을 선택하지 않았을 경우의 루트, 혹은 적성과 특기를 활용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루트 등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수집,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며 이것이 전체 교사를 상대로 정기적으로 교육되고, 정보가 갱신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그 자료를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책자로 발간하여 도서관과 교무실 등에 상시 비치를 해야 할 것이다. 또 이 루트에 맞추어 국내에서도 다양한 청소년 공모전, 아이디어 사업, 창업지원 정책 등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자료수집도 필요하다. 


학교에 따라서는 대학과 창의루트 두 가지를 모두 잡고 싶어할 수도 있다. 물론, 비율을 어느 정도 조절해서 병행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경우 비율은 20:80, 80:20 정도여야 하지 않을까. 즉, 어느 하나를 분명한 메인으로 두고 다른 부분을 맛보기로 보여주는 정도다. 경험상 50:50으로 하려고 하면 둘 다 망한다. 어느 쪽으로도 제대로 된 인재를 기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인재가 나왔다고 해도 그것은 아마 우연이지, 학교의 교육이 길러낸 필연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무리하기보다는 저마다 대안학교의 특성을 두고, 자기 학교가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학교에 양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전체 대안학교 판을 위해서도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이 교육내용은 전체 교육과정을 두고 조직도가 그려질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학교가 초등부터 고등까지의 12년 과정이라면 12년 동안 어떻게 교육 커리큘럼이, 교과 수업의 레벨이 발전해가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 청사진이 구현되어 소개되어야 한다. 초등이라고 초등만, 중등이라고 중등만 이렇게 파편화되어 교육 조직도를 그린다면 그건 그냥 별개의 학교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중등까지 있는 학교라면 중등까지, 고등까지 있는 학교라면 고등까지 유기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전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며, 그 배면에는 당연히 학교의 '브랜드 가치'가 녹아 들어 표현되어야 한다. 


넷째, 이제 시간표를 보여주어도 좋다. 더 할 말은 없다. 아, 시간표도 가급적 디자인이 좋으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라면 이제 이정도 이미지는 구현해주어야 하지 않겠나?




6. 학교 시설은 깔끔하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며, 브랜드를 표현할 오브제들을 갖춰야 한다


사실, 이건 아주 기초적인 것인데 망각하고 있는 대안학교들을 많이 봤다. 어느 지방의 한 대안학교 교장 선생님은 교실에서 쥐가 나오는데 아이들이 쥐하고 아주 즐겁게 잘 논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는 경우도 접한 적이 있다. 물론, 나는 쥐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잘 노는 것은 아주 재미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를 학교에 보낼까 말까 고심하고 있는 부모에게는 어떨까. 많은 경우, 오 맙소사! 라고 외치게 되지 않을까. 


대안학교 시설들을 찾아가보면 특히 대안철학형 대안학교들의 경우 너무 대안적인 생활이 익숙하다보니 학교 환경미화나 청소 등에 대해 거의 무위자연에 가까운 곳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그런 카오스의 상태를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고 내 아이를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어서 좋겠군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수의 부모들은 가급적 아이들이 깔끔하고 매력적이며, 교육적 자극이 있는 환경에서 배움을 얻기를 기대한다. 


대안학교들은 대체로 폐쇄적인 커뮤니티로 결속되어 있다보니 시간이 조금 흐르면 서로들 익숙해져서 학교가 지저분한 느낌을 팍팍 풍긴다는 것을 망각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런 허점들은 학교 행사 중 무심코 찍은 사진, 동영상을 통해 모두 외부로 전해지기 때문에 학교의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미묘한 영향력을 점점 행사하게 된다. 


각 공간의 시설적 특성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각 공간의 특성에 맞게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아이들이 어지럽히더라도 한 번 모여 청소를 하면 금새 원래의 형태로 복원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 공교육 학교는 다 하고 있는 것을 '대안'학교가 못한다면 좀 우습지 않나.


그리고 결정적으로 학교의 브랜드를 명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오브제가 하나쯤 있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자면 인디언 철학을 브랜드로 내세운 학교라면 학교 옥상이나 운동장 혹은 여유 공간에 그럴듯한 티피가 놓여 있다거나, 유럽교육을 브랜드로 내세운 학교라면 유럽교육의 선구자들을 액자에 담아 한 공간에 전시를 해놓는 등, 혹 생태철학이 중심에 있다면 학교에 제법 괜찮은 규모의 공동정원을 조성한다는 등. 



7. 졸업생과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공교육은 졸업생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 어쩌다가 우연히 대단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사가 졸업생 나올 경우에나 한참 나중에 졸업생에 공연히 책임을 지려고 애쓸 뿐이다. 공교육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스럽게 매년 새로운 학생들이 '공급'되고, 그 중에 누군가는 분명 학교의 명예(?)를 드높일 만한 일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냥 학생을 공급받고, 정부의 지침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매년 하던 교육을 해서 아이를 졸업시키면 된다. 이 반복의 과정이 공교육의 교육 과정이다. 그러므로 공교육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 순간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학교가 유지되도록 일종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안교육은 그렇지 않다. 특히 요즘의 대안학교들은 초등부터 고등까지 아이들의 학습기를 모두 책임지려고 야심에 불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 긴 시간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대안학교가 얼마나 될까? 대안학교의 수용 학년이 그렇게 과대 팽창(?)하게 된 과정은 대개로 현실적인 요인이  컸다. 즉, 대안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공교육 중학교에 가서 적응할 수 있을까? 또 대안중학교를 나온 아이들이, 저 치열한 공교육 고등학교에서 주눅들지 않을까? 이런 걱정과 기우들이 상급학교를 만드는 주요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 와서 한 발 떨어져 생각해보면, 두려움을 버려야 한다고 늘 말하던 대안교육이 사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20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대안학교를 중퇴하고 일반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의 경우도 자기 나름대로 잘 성장해 간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물론, 사람의 일이다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보았을 때 아이들은 저마다의 역량과 관점에서 대안교육의 자양분을 흡수하고 삶에 나서고 있다. 그러니 나는 더 이상 대안학교 교사들이 자신들의 두려움으로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붙잡아 두려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안학교 한 시기의 졸업과정에 있는 아이들을 반드시 상급 대안교육 과정으로 진학시켜야 한다면, 그 이유는 오직 그 상급 대안교육 과정이 매력적이고 훌륭하기 때문이어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조금 샛길로 들어갔는데 다시 본류로 돌아와보자. 최근의 대안학교들은 이렇게 아이들의 인생 전반기를 모두 책임 지겠다고 나서고 있다. 난 그렇다면 분명하게 학교가 그 아이의 청년기 일부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그럴 자신이 없으면 그렇게 긴 시간 교육을 하겠다고 나서서는 안 된다고 본다. 책임 질 수 있을 만큼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오직 우리학교가 가르쳐야만, 오직 내가 그 아이를 교육해야만 그 아이가 바르게 자랄 수 있다는 것도 냉정히 들여다보면 오만과 자만의 일종이다. 아이들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여러가지 경로로 성장할 수 있고, 반드시 특정 교육만이 그 아이를 자라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아이를 가르치는 그 순간에 내가, 우리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일 뿐. 


따라서 이렇게 긴 시간 아이의 교육을 담당했던 학교라면 대학진학은 물론, 대학에 진학하지 않기로 결정한 아이들에 대해서도 사후 관리를 충분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학교에 졸업생 전담 멘토링 교사를 두고, 졸업생을 위한 상시 상담, 진학 및 취업에 관한 적극적 정보 제공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졸업생이 학교에 대한 '애교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얻어진 성과(대학진학 또는 취업, 혹은 제3의 진로로 진출 등)를 대내외에 충분히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 전문학교의 졸업생 현황표. 소규모 학교의 장점은 이런 데서 발휘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가능하면 홈페이지상에 명예의 전당, 혹은 졸업생 코너를 두고 최소 5년 내의 졸업생의 근황을 공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들을 '공식적으로' 초청하고, 별도로 졸업생들만을 위한 00학교 졸업생의 날 같은 것을 3년 단위로 운영한다든가 하는 방안이 진행되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명문 대학이나 명문 사립학교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오고, 그 효과를 보고 있는 방식이다. 좋은 방안이 있는데 왜 적용하지 않을까? 인력부족, 예산부족, 이런 말을 20년 동안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아닐까. 


자, 이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재차 강조를 하고 싶다. 


1차적으로는 내적인 선순환 구조가 발생한다. 졸업생들이 학교를 떠난 후에도 학교로부터 충분히 보조지원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현재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다. 아이들도 자기가 지금 좀 부족하더라도 졸업한 후에도 꾸준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조금 여유 있게 자기 인생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졸업한 후 혜택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에 대한 끈끈한 애교심을 가지고, 나중에 사회에 진출한 후에 학교에 대한 좋은 평가들을 퍼뜨릴 수 있다. 그 아이들과 그 아이의 친구들이, 친적들이, 이웃들이 제2, 제3의 교육수요층이 된다. 


2차적으로는 대외적 신뢰감을 높일 수 있다.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다. 미래에 아이가 어떻게 자기 몫을 하며 살 수 있을까가 가장 불안한 것이다. 하지만 대개의 대안학교는 학교교육을 받고 난 후 아이가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지 추적하지 않고, 그 내용을 잘 모른다. 그러니 부모에게 설명하는 것도 추상적이고 애매해진다. 믿어달라는 식의 종교적 멘트 밖에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보이는 자료로서 졸업생의 현재 상황이 게시가 되고, 그 졸업생들이 수시로 학교에 드나들며 교사들의 친절한 가이드를 받고 있는 것을 눈에 보이는 현황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 신뢰가 생기는 것이다. 이 신뢰가 쌓이고 쌓이면 그 역시 학교의 든든한 뿌리가 되고, 꾸준한 신입생의 유입이라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을 실질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졸업생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여, 졸업생들은 개인 SNS 계정을 계설하도록 하고, 그것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하거나, 혹은 담담 교사가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될 것이다. 대안학교 졸업생이라고 해봐야 고작 한 해에 최대한 잡아도 15명을 넘지 않는다. 이 15명을 도저히 관리하고 추적하지 못한다고 하면 그 또한 어디가 '대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는데 깜박 빼먹어서 뒤늦게 추가^^; 현재의 무기력한 대안교육연대를 대체할 대안으로 별도의 단체가 아닌 '대안교육포털 사이트'를 구축하여 대안철학형 학교들을 한 곳에서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고, 공동의 교육정책, 교육방법론 등을 연구하는 소모임 등을 활성화해 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 또한 이렇게 모인 힘으로 웹상에서 일정 정도의 담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정치사회적 발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겠음. 



대안학교는 보다 매력적인 학교가 되어야 한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더 많이 남아 있고, 제안하고 싶은 아이디어들도 더 있다. 그런데 그걸 다 풀어 놓으면 거의 경장편소설 분량이 되어버릴 것 같고, 한편으로는 이미 교육 현장을 떠나 있는 마당에 그렇게까지 열심히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다만, 누군가가 현장에 있는 대안교육 관계자들이 이 글을 읽고 괘씸하게 여기든, 아니면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든 뭔가 각자가 서 있는 자리를 돌아보는데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여기 제안한 1부터 7까지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내가 대안학교의 현장 교사로 있을 당시 스스로 구현해보고 싶었던 소망들을 나열해 본 것이다. 오랜 시간 마음에 묵혀두고 누군가를 붙잡고 한번 쭉 얘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던 것을 이제야 했다. 하고 나니 뭔가 속이 후련하고, 겨우 한 계단을 올라선 느낌마저 든다. 


나는 철학적 신념 차원에서는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개념에 비타협적(?)인 사람이지만, 그래도 결국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의 미래는 교육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대안 교육자(부모를 포함한)는 결국 대안적인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품은 사람이다. 우리는 다른 미래를 그리며 모였다. 그래서 아마 다들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충분히 대화하고 생각을 모으고, 끝내 다르면 화내지 말고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헤어져야 한다. 서로가 조금 어리석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사람은 각자 조금씩 어리석은 부분을 안고 선택하고, 그 길에서 다시 자기 한계를 넘어서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모두 조금씩 어리석을 수 있다는 면에서 같다. 그러니 모쪼록 화내지 마시기를. 지나치게 원망하지 않기를. 만약, 진보정당들이 서로 화내지 않고, 서로 원망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국민의당 자리에 가 있지 않았을까? 


모쪼록 대안교육, 대안학교들이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제2의 교육혁명을 주도해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 핵심이 대안학교 개별개별 학교가 각자 매력적인 학교가 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교사로 활동했던 '파주자유학교'도 벌써 14년의 역사를 지녔다. 그러나 그 역사 만큼의 무게감을 획득했는가, 혹은 내가 강조한 독보적 '브랜드 가치'를 지녔는가 반문해보면 좀 많이 아쉽다. 언젠가 '파주자유학교'가 '대안학교 중의 하나가 아닌 '서머힐'처럼 그저 '파주자유학교'로 기억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학교 참 멋지다고, 애들 보내고 싶다고 내가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그런 소리를 주변에서 듣게 되는 그런 학교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러면 아마 나도 좀 더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으스대며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말이다. 


"이봐 내가 한때 거기 교사였다고." 


2016. 4. 28. 


이 아이들 또한 모쪼록 훗날 학교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 일은 우리 어른의 몫이다.




날짜

2016. 4. 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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