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느린구름 |
국정교과서 강행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게 언제였는 지 기억하십니까? 작년 11월입니다. 이제 4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마치 이명박 정부 시절의 문제였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위안부문제 졸속 합의, 노동 관련 법안, 대테러 관련 법안 강행 등등 시민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되는 사회문제들이 연이어 제시된 탓입니다.
달마다 새로운 논란이 일어나니 정부의 안에 반대 입장을 지닌 저 같은 사람들은 사안마다 일일이 대응을 하기도 벅찹니다. 시민단체도 마찬가지지요. 국정교과서 강행 반대에 총력을 다하려고 했더니, 곧 노동법 개악 문제가 일어나고, 위안부 졸속 협의가 생기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야당이 국론을 분열 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을 끝없이 만드는 것은 정부 자신이 아닌지 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최근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테러 관련 법안 강행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아래 기사를 보고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초등교과서, 이승만 14번, 박정희 12번, 정조 5번, 김대중은 0번(미디어 오늘)
*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2016년 1학기 용으로 발간된 초등학생용 국정 사회교과서를 입수해 그 내용을 분석하고 있는데요.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1. 이승만과 박정희 두 대통령의 공에 대해서는 다양하고 상세히 기술하고,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등의 부정적 내용을 삭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내용은 없거나 대폭 축소했다.
2.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의 주요 공적인 남북대화협력 정책 소개하지 않음.
3. 일제강점기 서술 비중 축소, 친일파에 대한 내용 거의 없음.
보수 정부의 성향에 따라 보수 진영의 대통령으로 평가 받는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싶은 마음은 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사 '교육'이 역사 '세뇌'가 되어서야 우리가 북한 독재정권의 우상화 교육에 대해 자신 있게 큰소리를 칠 수 있겠습니까?
특히, 어린 시절 세상을 향한 기본적 시각을 내면화하는 시기에 이렇게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헛웃음이 날 정도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밀실에서' '익명의 학자들'이 매우 공정하고 균형잡힌 국정 역사교과서를 제작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번에 배포된 초등 사회교과서는 밀실에서 작업한 것도 아니고, 익명으로 작업한 것도 아닌데 그 결과는 이와 같습니다. 진심으로 박근혜 정권표 국정 역사교과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빅웃음을 제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리 한번 웃죠. 하하하.
박근혜 정부 하에서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있는 분들은 딱 한 가지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역사교과서는 모두 국정교과서였고, 필수과목이기까지 했지요. 하지만 대한민국 시민들은 독재자를 자리에서 끌어내렸고,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세뇌 공작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이길 수 없습니다. 북한을 향해 보수 진영의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말 아닙니까?
2016.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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