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바라보는 보수, 중도, 진보의 시선

- 멀고느린구름



국정화 논쟁의 본질은 자유사관과 민중사관의 대립에 있다(자유경제원)


MB정부 국사편찬위원장, "애들 상대로 뭐하는 짓거리냐"(허핑턴포스트)


'자학사관', 독일은 지금(경향신문)


* 각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여론은 반전 되어 국정화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10~15% 가량 더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만, 정부는 국민의 여론과는 상관 없이 국정화를 강행하려는 듯합니다. 아니, 비밀 전담팀까지 이미 꾸려서 홍보와 필자 섭외 작업을 하고 있다니, 미래형이 아니라 과거형으로 말해야 사실에 부합할 것 같네요. 


개구리 웹진의 글들을 꾸준히 읽어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정치 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보수 성향의 학자나 정치인들의 말이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신뢰할만한 근거가 있고,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 판단한 것이라면 귀담아 듣고 제 쪽의 주장을 고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구색을 갖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쪽이 멀리 보았을 때 진정으로 승리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짓으로 쌓은 신뢰와 강압으로 얻은 승리는 모래성과 같을 테니까요. 지난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결국, 세상에 남는 것은 진실이라는 것을요. 


지금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일말의 진실이 있다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쪽에서 귀를 기울인다면 저쪽에서도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소통하고 논의하며 바른 길을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텐데... 국정화 찬성 진영 쪽에서는 그런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상대의 이야기를 조금 더 귀담아 듣고 판단을 내리고자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그 중 세 진영의 목소리를 알 수 있는 특징적인 글들을 가려 한 자리에 모아봤습니다. 시간의 여유가 허락되실 때 한 번씩 훑어보시면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논평은 짤막하게만 남기겠습니다. 


'자유경제원'의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쓴 글은 이색적으로 현 상황을 '민중사관'과 '자유사관'의 대립 구도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저는 현 상황을 '민중사관'과 '영웅사관'의 대립 구도로 분석한 바가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자유사관'이란 것이 대체 어떤 것인지 본문 전체를 아무리 읽어봐도 알 수가 없다는 게 흠이었습니다. 민중사관과 영웅사관은 각각 역사학에서 통용되는 개념어입니다만, 자유사관은 이영훈 교수 개인이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개념이 아닐까 싶은데요. 민중사관은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보고, 영웅사관은 영웅을 역사의 주체로 봅니다. 그렇다면 자유사관은 자유를 역사의 주체로 보는 걸까요? 아니면, 자유가 확대되어 가는 것이 역사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그러면 주장이 엉킵니다. 교과서 국정화는 분명 자유가 축소되어 가는 쪽 아닙니까. 


'허핑턴포스트'의 글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던 정옥자 국사학과 교수의 글입니다. 정 교수는 기본적으로 역사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변합니다. 또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검정이 잘 이뤄졌고, 여러가지 부분에 대해 (중도적) 시각으로 수정을 요청했으며, 현행 교과서는 그 부분들이 대체로 수정이 되었기에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중등 이상의 역사 교과서 전과목에 대해 검정제로 전환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의 일입니다. 재밌는 점은 이 분은 또 새롭게 '평화사관', '문화사관'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 또한 참신한 개념입니다. 좌우의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지녀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중도 다운 발상이 아닐까 싶네요. 


'경향신문'에 실린 이필렬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의 글은 현재의 검정체제 역사 교과서가 '자학사관'이라는  주장에 대한 일종의 반박문입니다. 진보 진영에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논리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을 것이기에 좀 이색적인 글을 가져와 봤습니다. 사실, '자학사관'이라는 말은 일본의 아베 총리를 위시한 일본 극우파들이 먼저 사용한 용어입니다. 일본의 역사가 '자학사관'으로 점철되어 있기에 자학사관을 털어버리고 전쟁이 가능한 자주적 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이지요. 국정화 찬성 진영은 현행 역사 교과서가 아이들에게 자학의 역사를 가르쳤고, 이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용어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실제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해본 바 있는 사람으로서 별로 신뢰가 가지는 않는 주장입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역사가 어떻든 말든 현실의 문제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에 좀 역사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싶은 심정이었거든요;) 이 자학사관의 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독일의 예를 들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에 링크해둔 기사들을 한 번씩 읽어보시길. 물론, 제 생각과 다르실 수 있겠지요 :  ) 

모쪼록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2015. 11. 2. 



날짜

2015. 11. 2.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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