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한국여성단체연합 /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보육시설 아동학대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땜질식 처방을 규탄하는 시위를 가졌다.



CCTV가 아이들을 지켜줄까요? 2

- 멀고느린구름



어제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가 '보육시설 CCTV(이하 씨씨티비) 설치 법제화'에 반대한 이유를 밝히며 새로운 '보육 119'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골자는 아동학대 상황 발생 시 익명의 내부고발자가 신고할 수 있는 시도별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보육교사의 근원적인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보육교사 1인당 담당 유아 수를 10명으로 제안하자는 것이다. 좀 더 논의가 심화될 필요가 있으나 참고할만한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씨씨티비 의무설치를 반대한 정치인들을 무개념 정치인으로 규정하며, 씨씨티비 설치만이 가장 명확한 해법인 것처럼 주장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우리 사회는 2000년대 이후로 들어서며 급속하게 씨씨티비에 범죄 예방을 의존하는 경향성이 높아져 왔다. 아파트 단지 입구나 복도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은 이제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고, 음식점, 골목길 등등 이제는 거의 씨씨티비를 피해서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 정도가 되어버렸다. 범죄 예방이라는 이름 하에 우리는 조지 오웰이 예견했던 빅브라더의 감시 사회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초기의 명분처럼 과연 씨씨티비가 범죄 예방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아래 기사들을 참고해보면 알 수 있다. 


CCTV 의심스런 범죄예방효과(네트워커)


CCTV, 강도는 못잡고 세금만 잡아먹었다(시사저널)


"방법 CCTV의 굴욕?" 범죄 증가율 더 높아(노컷뉴스)



제목만 일별해도 알 수 있듯이 씨씨티비가 범죄 예방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처럼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골목에 환한 가로등을 하나를 설치하는 것보다, 씨씨티비가 범죄 예방효과가 덜하다는 조사도 있다고 하니 오히려 애초에 씨씨티비를 설치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을 찾아나서고 싶을 정도다. 


이런 자료를 놓고 보면 씨씨티비를 설치해서 아동학대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 그러니 다들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실질적인 방안을 궁리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돌이켜보니 나는 씨씨티비가 설치된 보습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적이 있었다. 원장의 말에 따르면 학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달아놓은 씨씨티비였다. 허나 실제로 그 씨씨티비는 강사들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더욱 많이 활용됐다. 원장은 원장실에 앉아서 각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 중인 강사들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회의시간에 원장은 씨씨티비로 확인한 교사의 수업 태도와 방식 등을 거론하며 교육방식을 바꿀 것을 요청했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의 행동을 일거수 일투족 관찰하고 통제하는 것에도 활용되었다. 몰래 만화책을 꺼내는 아이를 발견하면 즉각 원내 방송으로 "00아. 만화책 집어 넣어!"라고 방송이 나가는 식이었다. 나는 도무지 그 그로테스크한 학원에서 더 이상은 일할 수가 없어서 사표를 냈다. 생각해보면 그곳의 강사들은 모두 어딘가 움츠러들어 있고, 부자연스러웠다. 늘 어딘가에서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아이들도, 강사들도 모두 잠재적 범죄자처럼 행동하게 되었다. 


이런 일화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요즘의 학교 내 우범지역이나 사각지대에 설치된 씨씨티비까지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곳에 설치된 씨씨티비는 범죄예방에는 도움이 안 되더라도, 우발적인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는 분명 일정 기여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범지역이나 사각지대가 아닌 교실에 씨씨티비를 설치하는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다. 씨씨티비는 아시다시피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곳'에 설치를 하기 마련이다. 교실에 씨씨티비를 설치한다는 것은 곧 교실을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 있는 곳'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한가? 교실은 정녕 우범지역인가. 


보육시설에 씨씨티비를 설치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몇몇 돌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보육시설 전체를 '우범지역'으로 섣불리 규정해버려도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매일 우범지역에 배움을 얻으러 가고, 그 우범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잠재적 범죄 교사라는 말인가. 


다소 극단적으로 보이는 말까지 굳이 늘어놓은 이유는 우리가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 다음 화에 계속 



2015. 3. 12. 



날짜

2015. 3. 12. 10:58

최근 게시글

최근 댓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