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아이들을 지켜줄까요? 1
- 멀고느린구름
최근 어린이집 교사 유아를 폭행하거나 학대한 사례가 언론에 전면적으로 보도되며 사회적 문제로 드러났다. 정부나 일부 정치인들은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라는 카드를 들고 나와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고, 꽤 많은 시민들이 이에 찬성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사건으로 보도된 CCTV 화면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이 워낙 충격적이었기에 이런 여론이 들끓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조금 숨을 고르고 생각을 깊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아동 성폭력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대두된 바 있다. 대중들은 '사형제 강화론'까지 들고 나오며 공분했다. 그러나 최근 들은 성폭력 방지 단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순간적인 분노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당시 그 단체는 성폭력에 희생된 어린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을 위한 쉼터를 한 아파트 빈 방을 빌려 마련하려 했다. 조두순 사건이 한창 화제가 될 때임에도 아파트 주민들은 단체의 입주를 결사적으로 막았다. 이유는 성폭력 피해자 쉼터가 '혐오시설'이라는 것이다. 단체는 결국 다른 곳에 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유아 성폭행 사건이 전국민의 화두가 된 이후 수 년이 지났다. 우리들의 분노는 세상을 바꾸어 놓았을까. 2년 전의 한 뉴스가 조용한 답이 될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 빨리 제거해버리려 했을 때의 결과다. 세상은 빠르게 부폐한 제자리로 돌아간다. 좀 더 고민하고 근원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실제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조두순과 같은 형태의 잘 모르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은 전체 아동-청소년 성범죄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거칠게 말하면 언론에 보도된 사건이 해당 유형사건의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수준이다. 워낙 극적인 면이 있으니 언론이 즐겨 다루어 마치 그 일이 우리 세상에 비일비재하는 것처럼 여겨질 뿐이다. 실제로 아동-청소년 성범죄는 친족관계 등 아주 잘 아는 인물들의 범주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대다수가 정신이 멀쩡한 상태에서 '권력'을 이용해 일으키는 권력형 범죄다. 성폭력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진실이다.
하지만 조두순 사건 같은 것이 휩쓸고 지나가면, 정부 당국은 길거리의 CCTV를 촘촘하게 달고, 부모와 교사들은 여성 청소년과 유아들의 옷차림 및 정신 무장을 단속하는 식으로 대비를 하려고 한다. 당연히 실제 일어나는 성범죄는 위 두 대비 사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 성범죄는 발생률은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어른들도 기계와 아이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놓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잘못된 문화를 전혀 고쳐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응당 세상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폭행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보여진다.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되었다면 먼저 실태조사가 되어야 한다. 이 사건이 자질을 갖추지 못한 교사의 개인적인 과오인지, 어린이집들에 만연한 구조적인 폐해인지를 먼저 빨리 가려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특수한 보육교사 개인의 잘못이라면 개인에 대한 엄벌을 가하고, 명예가 실추된 다른 좋은 보육교사들을 오히려 격려하는 방식으로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조사결과를 널리 알리고 조성된 극도의 불안감을 가라앉혀서 시민들이 좀 더 마음 편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구조적인 문제라면 당연히 CCTV 따위로 가볍게 이 사안을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보육교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인성 문제를 점검하는 방안을 만들고, 보육교사의 업무규정에 유아 인권 존중 사항을 강화하며, 교대 등에 어린이 인권교육 과목을 필수교과로 개설하는 등의 대대적인 구조 개혁 조치가 일사천리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구조적인 문제라면 지금도 어딘가에서 학대 당하는 유아가 있다는 것이 아닌가.
- 다음 화에 계속
2015.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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