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지난 2012년 여름, 파주자유학교 봄비 선생님께서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 서울에서 공연을 관람한 뒤 쓰신 글입니다.  


자유학교?! 우린 자유 안에 규칙이 있어!! 

- 봄비(파주자유학교 교사)



지난 수요일 0, 1, 2,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에 음악회와 미술 전시회를 보러 나들이를 나갔다.

작년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클래식 음악을 듣게 해주고 싶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학사 일정에 맞춰 음악회를 보러 갈 수 있는 일정을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잡을 수 있는 연주회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었다.

우리가 본 공연은 ‘스트라빈스키’의 ‘불새’라는 곡이다. 음악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하고 뒤에서 스크린을 통해 그림자극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아이들은 그런 공연을 통해 클래식을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맛보게 된 것이다. 사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좋았었다. 끊임없이 무언가 갈증을 느끼던 나에게 이런 공연은 그 갈증을 풀어주는데 큰 힘을 준다.

 

지방에서 태어난 나는 공연이나 음악을 테잎이나 cd로만 들었던 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늘 아쉬웠었다.

그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어른이 되어 돈을 운용하게 되었을 때 용돈을 받아 모으고 모아 음악회, 미술관, 연극, 스포츠 경기 등을 보러 많이 다녔다. 그것이 나를 조금 더 발전시킨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보고 나면 마음이 한결 좋아지는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들과 공연장만이 줄 수 있는 체험들을 아이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예매는 이미 해놓고 사실 걱정도 했었다. 너무 떠들면 어떻게하지..혹은 아이들이 음악을 너무 지루해하면 어쩌지 하는 등 쓸데없는 걱정과 함께, 월요일 아침 아이들에게 공연 예절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 때 아이들이 보여준 태도는 반짝 반짝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예절에 대해 경청하고, 질문도 많이 해주었다. 그래도 어쨌든 걱정 반을 안고 공연장에 갔는데 일단 다른 학교에서도 많이 신청을 해서 내리자마자 세종문화회관 앞에 줄을 서서 들어가는 다른 학교 아이들의 숫자에 아이들은 기가 죽었다. 그 많은 학생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났다.


그렇게 우리도 줄을 맞춰 공연장으로 들어가 앉았다. 아이들은 처음에 공연장 내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도 많았고, 살짝 들뜬 모습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하고 나니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통제되지 않는 다른 학교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전혀 교사의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다른 학교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공연 중간 중간 일어나 지적하고, 혼내는 모습을 보였다면 우리 학교 아이들은 온전히 공연에 집중하여 끝까지 내용을 읽어내고 소리를 듣는 모습이었다.

끝에 앉아 있던 나는 생각했다 ‘내가 왜 걱정을 했었지, 이렇게 잘하는데... 내가 만일 옆 학교 교사였다면 오늘 하루 나들이 나온 것을 후회했을 것이다’ 였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해준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다. 대견스럽기도 했으며 자칫 자유학교라고 아이들이 무조건적으로 자유스러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오해를 확 날려줄 수 있는 하루 였다.

 

학교 사람들과는 달리 외부인들은 간혹 아이들을 오해할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 자유 안에서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과 약속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음을 배우고 있고, 직접 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 학교가 가진 또 하나의 민주적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 덕에 다녀온 서울나들이는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100점이었다.

 

아이들도 오늘 하루 그 시절 또 하나의 새로운 추억이 되었길 바래본다.

고마워~ 좋은 공연 같이 볼 수 있어서...


2012. 6. 23. 



날짜

2014. 3. 1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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