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1년 가을에 파주자유학교 초등과정 교사인 멋진곰 선생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청출어람 청어람
- 멋진곰(前 파주자유학교 교사)
쪽빛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른, 푸른 색처럼 우리 학교에도 가르치는 교사들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이 있으니..
전체회의에서 놀이방 정리가 잘 안 된다는 안건이 올라왔습니다. 놀이방에서 놀고 난 아이들이 뒷정리가 힘들어서 못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놀이방을 사용하는 친구들은 이름을 적고 들어가고 정리할 때는 정리가 되었는지 확인하고 나오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리가 잘 되었는지를 확인할 사람이 필요한데 누가 할까하고 자원을 받았는데 지현이가 청소검사도 하고 있고 하니 스스로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사실 그냥 맡기고 아무 생각 없이 회의가 끝났는데 지현이가 바쁘게 움직입니다. 종이에 시간 적고 이름 적고 나올 때 확인할 칸도 만들어 입구에 바로 붙이고 그 앞에 글 적기 편하게 볼펜함도 만들어 붙이더라구요. 지현이가 워낙 쓰기 편하게 해 놓으니까 아이들도 바로 거기에 이름을 적고 뒷정리도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전 습관이 남아서인지 청소할 때 쯤에는 약간 어지러져 있었는데 놀았던 사람 명단이 있고 많이 정리가 되어 있다고 지현이가 저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저의 물음에 지현이는 쿨하게
"다들 그래도 정리하려고 노력했으니까 누구 한 명 보고 청소하라고 하기는 어려울 거 같아.
그냥 아이들보고 다 와서 정리하라고 할께."
"그래. 그러는 게 좋겠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부르더니 순식간에 정리를 합니다. 아이들도 쿨하게 그냥 모여 정리하더니 바로 청소구역으로 돌아갑니다.
어찌 이리도 스스로 잘 하는지 교사보다 더 자신들의 일을 잘 알고 하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며칠 잊고 있었는데 어제 놀이방에서 놀던 종혁, 홍담, 진서가 놀이가 끝나자 꼼꼼히 뒷정리를 하고 나오더라구요. 교사는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있었는데 자신들이 지켜야할 것들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보입니다.
두 번째는 엊그제 있었던 일입니다.
여행 준비에 바빠 정신없이 이곳저곳 알아보고 전화하고 있는데 청소 시간이 되었습니다. 요즘 5학년들이 그토록 고대하고 고대하던 청소 검사를 하고 있는데요. 5학년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교사들도 청소 구역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검사하는 것보다는 청소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답니다. 5학년들은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청소 구역을 꼼꼼히 살피고 청소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잘 청소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 구역 청소하는 것보다 이게 더 어려운 일이거든요. 잘 하고 있는 5학년 아이들을 볼 때마다 대견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여행 준비에 바쁜 저를 청소하라고 부르러 오던 지현이는 바쁘고 정신없는 모습을 보더니
"멋진곰~ 많이 바뻐 보이네."
"응~ 좀 그러네."
사실 교사들이 청소하고 자기가 검사한다고 지현이가 무척 재미있어하거든요. 하지만 상황 파악이 된 지현이는 바로
"그럼, 더 해~"
쿨하게 얘기한 지현이는 빗자루를 챙겨 4,5학년 교실로 들어갑니다. 지현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그동안 청소하느라 애썼고 오늘은 바쁘니 내가 도와줄께"
라는 지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무척 고맙더라구요.
사실 아이들에게 그 사람의 입장을 알고 이해하면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고 얘기하면서도 여유롭지 못하고 바쁘게 지내는 저에게 한아름 여유를 선사해준 지현이가 제 선생님이고 규칙을 정했으면 잘 되새기면서 꾸준히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이 또 제 선생님입니다. 큰 배움을 주는 아이들이 매번 고맙습니다. 사실 그래서 아이들과 교사들은 서로 배우고 가르친다고 하는가 봅니다.
2011. 9. 18.
'꽃피는 아이들 속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참으로 피곤하구나! 내가 싹이 자라도록 많이 도왔다 (0) | 2014.04.09 |
---|---|
우리말 ‘정겹다’를 새롭게 읽다 (0) | 2014.04.01 |
스승과 제자, 그리고 부모 그 오래된 미래 (0) | 2014.03.18 |
자유학교?! 우린 자유 안에 규칙이 있어!! (2) | 2014.03.14 |
이 땅의 모든 꽃들에게 희망을 (2) | 201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