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의 결과도. 우리의 선거제도는 과연 국민의 뜻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을까? 



연동형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바꿀 우리 정치의 모습 1

- 멀고느린구름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선거제도 개편에 응답하는 것이 우선 과제



시계를 남북간의 긴박한 고위급 회담이 있기 이전으로 되돌려 보자. 정치계를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두 거대 정당의 대표들이 연일 선거 제도를 둘러 싸고 서로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우선 여당.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여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고 한다. 다음 대표 야당.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지역주의에 기반한 정치를 개혁하고자 한다. 정치인들의 공천권 다툼에 신물이 난 유권자도, 지역정치에 질린 유권자도 모두 환영할만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풍경이다. 둘 다 하면 안 되나? 이게 서로 대립되는 제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 두 제도는 서로 대립되는 제도가 아니다. 왜냐하면 하나는 공천제도(어떤 룰을 통해 누군가를 한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내세울 것인가) 영역의 것이고, 하나는 선거제도(정당을 막론하고 다양한 후보 중에 누구를 국회의원으로 뽑을 것인가) 영역의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싸우는가? 답은 간단하다. 서로의 주장을 무력화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즉, 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이 주장을 희석시키고자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조한다. 야당은 오픈 프라이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분석은 잘못되었다. 


어째서인가 하면 지금 우리 정치권에게 '강제로' 주어진 과제는 공천제도 개혁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선거제도와 관련된 역사적 판결을 내린다.(* 관련기사 링크) 현재의 선거구를 인구비례 2대 1이 되도록 조정하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여러 글들을 찾아 읽어보고서야 겨우 이해가 되었다.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A 지역구는 인구가 30명이다. B 지역구는 인구가 10명이다. 

A 지역구에서 둘리 후보가 15표를 얻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도우너 후보는 12표를 얻었지만 낙선했다. 반면 B 지역구에서는 4표를 얻은 희동이 후보가 당선되었다. 도우너 후보는 반발했다. 나는 국민으로부터 12표를 얻었는데 당선이 못 되었고, 고작 4표를 얻은 희동이 후보는 당선되다니 이건 불공평한 것 아닌가!


불공평하다. 그러나 불법은 아니다. 현행 선거법이 인구비율을 3대 1까지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헌재는 도우너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이 조항이 명백히 불공평하며, 따라서 불법인 것으로 변경한 것이다. 즉, A 지역구와 B 지역구 간의 표값의 차이의 하한선을 절반까지만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도우너 후보의 30%밖에 표를 얻지 못한 B 지역구의 희동이 후보는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 최소한 도우너 후보의 절반인 6표는 얻어야 당선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경사항을 각 후보 개인에게 적용하면 아마 선거를 치를 때마다 대혼란이 일어나고 말 것이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의 이 결정사항이 적용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A 지역구는 인구가 30명이다. B 지역구는 인구가 10명이다. 

이 경우 B 지역구는 단일 선거구로서의 기능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B 지역구는 A 지역구로부터 5명이 사는 지역을 분양 받는다. 이렇게 되면 A 지역구는 25명. B 지역구는 15명이 되어 A와 B 사이에는 표값이 2:1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구성을 전국적으로 맞추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작년 이 맘 때의 결정이었다. 




2015년 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답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가장 먼저 응답한 것은 거대 양당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였다. 양당이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뭐 총선 때 되면 어떻게 어떻게 대충 끼워맞추면 되겠지 하는 식으로 무심하게 방관하는 사이 선관위는 올해 초인 2월 24일에 놀랍도록 진일보한 선거제도를 내놓았다(* 관련기사 링크). 그 내용을 아래에 간단하게 소개한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다. 6개 권역이란 서울, 부산-울산-경남, 인천-경기-강원, 대구-경북, 광주-전북-전남-제주, 대전-세종-충북-충남이다. 


이 각 권역에서 선출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비율을 지역구 의원 2 : 비례의원 1로 배정했다. 이를 위해 현행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을 54명에서 100명으로 늘렸다. 


이 제도가 돌아가는 방식을 단순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서울 권역에서 약 60명의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다면, 그 중에 40명은 현재와 같이 지역 투표로 뽑지만 20명은 비례대표로 뽑는다는 것이다. 

* 비례대표로 뽑는다는 말은 정당의 지지율과 연동하여 후보를 배정한다는 말이다. 서울 지역에서 각 정당의 지지율이 새누리 40%, 새정치 30%, 정의당 7%로 나왔다면 지역 비례 의석 20 중 약 10석은 새누리당이, 8석은 새정치연합이, 2석은 정의당에게 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골치 아프게 지역구를 일일이 나누지 않고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지역정치 구도가 대폭 완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어째서 지역정치가 완화되는가 하는 건 선관위의 안에 따라 19대 총선을 다시 재편해본 아래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불모지라고 일컬어졌던 호남지역에서 4명의 의원이 당선된다. 민주당(현 새정치)의 경우 역시 불모지였던 경남 지역에서 20명의 의원이 당선된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극적인 지역주의 완화 효과가 나타나는데 이를 두고 야당에게 유리한 선거제도가 아니냐는 여당 지지자들의 반발이 생겨난다. 


그런데 이 주장은 좀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야당의 텃밭이라는 호남 지역을 전부 합친 의석 수는 28개이고(게다가 제주는 텃밭도 아니다), 여당의 텃밭이라는 영남 지역을 전부 합친 의석 수는 73석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 격차는 거의 1:3 구조인데 서로 맞바꾸게 되는 의석수의 비율과 유사한 수치라서 단지 지나치게 불평등했던 격차가 서로 완화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부산, 울산, 경남 같은 경우 야당의 지지율이 높게는 40%까지도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까지의 선거제도로는 이 표가 모두 사표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즉, 부산-울산-경남의 국민 중 열에 넷은 야당을 지지하고 있는데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표가 유효표가 된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선거제도는 분명히 잘못 된 것이 아닌가?



-> 다음 화 바로 가기


2015. 8. 31. 


날짜

2015. 8. 31. 11:17

최근 게시글

최근 댓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