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대안학교 '행복한학교(현재 '파주자유학교'로 통합)' 교사들의 에세이를 모은 <행복한 3.5년의 기록>에 수록된 글을 소개합니다. 글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걱정이다 걱정
- 멋진곰(前 파주자유학교 교사)
백창우 씨 노래 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걱정이다 걱정이다
난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다
집에 가면 맞기만 한다
맨날맨날 내 손엔 죽는 생각만 난다
사실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아이들이랑 이 노래를 부르면서 다양하게 가사를 바꿔 부르는 활동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같이 노랫가사를 적고 노래를 불렀다.
"여기 친구는 공부를 못해서 걱정이라고 하고, 어떤 친구는 얼굴이 너무 예뻐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데, 너희들은 무슨 걱정이 있니?"
아이들에게서 나올 말들이 슬슬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손을 들고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가 꽤 많다.
"인크레더블을 다섯 살 때쯤 봤는데 밖에 나가면 또 나올까봐 걱정이 됐어."
"1학년 때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베란다에서 잠을 자면 귀신이 나올까봐 걱정이 됐어."
"아침에 학교에 나오려면 늦게 나와서 걱정이 될 때가 많았는데, 달마(운전기사 님)가 조금 늦어도 된다고 해서 안심이 됐어."
"달마가 운전할 때 사고날까봐 걱정이 돼."
"엄마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가셨다가 안 오실까봐 걱정이 돼."
"다섯 살, 여섯 살 때니까 놀리지 마라!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을까봐 걱정이 됐어."
"엄마가 학년 모임 갔다가 늦게까지 안 오실 때 걱정이 돼."
그밖에 숙제 안 했을 때, 유희왕 카드를 깜빡 잊고 가방에 넣어왔는데 개인물건으로 들킬까봐, 컴퓨터 오래 한 것이 들킬까봐, 텔레비전 보면 안 되는데 텔레비전 보다가 엄마한테 들킬까봐, 거짓말을 했을 때 등등. 정말 많은 걱정들을 아이들이 하고 있었다.
"얘들아~,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 걱정이 해결되면 마음이 어때?"
"편안해."
"멋진곰이 걱정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줄게. 컴퓨터 때문에 걱정이 될 때는 컴퓨터를 안 하는 거야. 그러면 걱정이 해결되지. 엄마가 쓰레기 버리러 가셨다가 안 오셔서 걱정이 되면 찾으러 나가면 돼."
"에이, 그럼 재미가 없어지잖아."
라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아냐, 처음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갈 때 같이 가면 돼."
라며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다.
재미 때문에 컴퓨터를 그만 둘 수 없다면 걱정은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쨌든 자신이 하고 싶은 어떤 일 때문에 너무 욕심을 부리다보면 걱정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제대로 정리는 되지 않았다. 그리고 걱정 얘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노래가사 바꿔부르기는 하지도 못했다.
2007. 11월.
* 편집자의 뱀발 : 수필의 제목과 결말이 묘하게 이어져서 참 재밌네요^^. 멋진곰 선생님도 참 걱정이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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