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주자유학교 초등과정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신 한아름 선생님께서 지난 3월에 쓴 글입니다. 


맘껏 사랑하자, 유니콘과 페가수스들

- 한아름 



신이 내린 건강체라고 자만하고 살았나보다. 어지간하면 아프지 않고, 아파도 금방 털고 일어나는 몸이라고 생각했건만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니 결국 몸살이 났고, 주말에는 방바닥에 하루종일 문대며 널부러져 있는 날이 허다했다.

 

그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3월 적응몸살로 감기를 앓은 호슬, 한승, 노아를 제외하고 모두 펄펄 기운이 좋다. 그 기운을 유지하도록 어루만져줄겸, 아이들의 긴장도 풀어줄 겸 머리를 요기조기 만져주며 마사지를 하는데 윽윽윽 소리를 치는가 싶다가도 가르릉거리며 좋아하다가 이내 "또 해줘, 또! 아픈 것 같으면서도 진짜 기분 좋아" 하며 아우성을 친다.

 

3월 내내 또 때렸네, 때리면서 말하네, 니가 그러니까 그러지~~~ 하며 악악대던 한승이와 윤이는 지켜보는 한아름의 눈길을 의식하며 적당한 거리두기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고

 

멍~~~ 우주여행을 마치지 못하고 수업시간이 되면 넋 놓고 있던 승원이는“한아름, 수업 종 쳤어, 얼른 들어가야지, 나 집에서 다 해왔단 말이야, 공부”하며 한아름을 닦달하기에 이르렀다.

 

공동체 놀이 시간! 아이들 앞에 나와 멋진 표현을 하겠다는 아이들 틈에서 내내 손 들었는데 자기만 시켜주지 않았다고 한아름에게 으르렁대며 화를 내고 빨리 사과하라던 서준이도 한아름과 독대를 하고나서는 쉽게 오해하지 않고 이해하는 마음을 더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준비물이며, 과제물이며 챙기지 않고 한아름이 물어볼 때면 "아, 맞다, 깜박했어"하는 아맞다 여사 호슬이도 정신 바짝 차리고 "당연하지, 챙겨왔어"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수업에 들어오지 않고 계속 놀겠다고 떼를 쓰던 자유로운 영혼 현진이는 한아름과의 팽팽한 기 싸움에 ‘요거 안 통하네’ 하고 이제는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며, 주어진 과제를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려고 무던히 애쓰고 있고 대충 후다닥하고 "저 다했어요~~♬" 하고는 랄랄라~~~ 춤을 추며 지 마음대로 알아서 수업을 끝내고 바깥으로 나가려던 노아도 한아름에게 붙들려 다시 랄랄라~~~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은 뒤부터는 하나하나, 꼼꼼히 공들여 작업을 끝낸다.

 

우물쭈물 자신 없어 작은 소리로 말하다가 이내 “그냥 다른 애 하면 안돼?” 하던 원재는 영어 시간이 되면 큰 소리로 따라하고 우글 시간에는 제법 분위기 맞춰 노래하듯 외우다가 낄낄거리는 활기찬 기운으로 마음이 절로 동하고 있고 자기 공부하는 중에도 옆집, 앞집 죄~~ 신경 쓰는 우석이도 지꺼 챙겨가며 남을 돕는 적정지점을 제법 찾고 있으며 강요와 친절 사이에서 친절을 선택하는 빈도수가 늘고 있다.

 

내내 자기 작품이 없어지고, 다시 찾기를 반복하던 신지는 너무 예뻐 가까이에서 보려고 갖고 갔다는 승원이에게 선뜻 자기 작품을 내어주는 은혜를 베풀며 원망보다는 이해를 택했다.


매번 능동적일 수 없고, 또 매번 수동적일 수 없는 그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그렇게 3월 내내 열심히 싸우고, 열심히 웃어가며 수동과 능동 사이를 넘나들던 아이들! 매주 금요일 닫는 모둠 시간은 그래서 축복의 시간이다. 아이들을 격려하는 한아름의 마음! 그것을 느끼며 스스로에게 축복하고, 친구를 축복하는 작은 의식이다. 꼬~옥 안아주며 기운을 전달하는 따뜻한 시간! 그렇게 시작했는데...

  

갈수록 이 녀석들이 일렬로 줄을 서더니 저만치 멀리서 우당탕탕 뛰어 한아름 품에 덥석 점프해서 안긴다. 깔깔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퍼지는데 한아름 허리는 점점 굵어지면서 약해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한다.

 

유니콘과 페가수스들! 맘껏 사랑하고, 으르렁대며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자.

우리는 서로에게 몹시 소중한 존재들이니까.


2014. 3. 31. 



날짜

2014. 5. 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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