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들과 나는
- 봄비(파주자유학교 교사)
입학을 하고, 재학생은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고, 개학 주간. 정신없이 우왕좌왕 했던 날들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3월 끝자락에서 아이들과 한 달을 지냈다. 왠지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던 0, 1학년 담임. 그 전에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이 개학하고 3일 만에 깨져버렸다.
깨져버린 이유는 딱 한 가지. 내가 아이들을 그 전의 아이들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그것이 나를 우왕좌왕하게 만드는데 큰 몫을 했던 것 같다. 정신 차리고 아이들을 대하고 만나기 시작하였더니 역시나 아이들은 달랐다. 누구나 다르고, 매일 보던 아이들도 1년지나 새 학년이 되면 달라지는데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아이들을 똑같을 거라 보았던 내가 아이들에게 다시 교사로서 반성하라는 지침을 받게 된 것이다. 그래, 결심하고, 다시 보자! 너희에게 내가 배웠으니 이제 나도 가르쳐줘야 하는 때이다.
2주차,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갔다. 일주일을 신나게 놀아서인지 아니면 학교라는 울타리를 자신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인식했었던 것인지 반짝 반짝하게 수업을 바라본다. 0, 1학년들만의 호기심과 반짝임은 어느 학년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있는 것 같다.
첫 영어 수업부터 아이들은 까르르 까르르 넘어갔다. 그 까르르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해보니 나의 첫 초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워낙 긴장도가 높았던 나는 학교가 주는 무언의 압박감과 유달리 무서웠던 선생님의 가르침대가 나를 한 달 동안 얼게 했었던 것 같고, 엄마가 매일 데리러 오시다가 하루 오시지 않았던 날에는 집 앞에 거의 다다라서 긴장감이 풀려 바지에 오줌을 쌌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나에겐 아직도 생생하다.
그 기억을 잠시 떠올리며 우리 해바라기들의 얼굴을 다시 꼼꼼하게 보았다. 어쩜 이리도 해맑게 앉아서 알아듣기도 어려운 영어를 들으며 다 함께 웃을까...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하는 것일까. 이런 건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정답은 잘 모르겠다. 어떤 작용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나로 인한 것도 아니고, 개인의 성향 하나만으로 작용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게 첫 수업부터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4주를 보냈다. 물론, 중간 중간 서로간의 의견충돌이 있어서 싸우기도 했고, 나에게 엄한 꾸중을 들은 아이들도 있으며 나와 자존심의 대결을 펼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일들이 있어도 아이들은 마음에 크게 담아두지 않고, 바로 털어버린 후 또 다시 논다. 그것도 아주 즐겁게. 그런 아이들의 마음이 나는 부럽고, 사랑스러우며 자랑스럽다. 이렇게 자라나면 아이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자라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들면서.
어느덧 완연한 봄,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겨울바람처럼 매섭진 않다. 낮엔 따스하고 달콤한 봄바람이 코끝에 들어오는 시기이다. 우리 해바라기들은 낮이면 온통 밖으로 나간다. 아마도 이제 더 기지개를 펴고 운동장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질 것 같다. 건강한 녀석들. 너희들이 있어 즐겁고, 나는 고맙다. 4월! 또 진하게 지내보자.
201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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