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2010년 초에 파주자유학교 홈페이지에 금안당 선생님이 게시했던 것을 옮겨 온 글입니다.  


사랑해서 하는 일이 해칠 수 있고, 염려해서 하는 일이 원수로 대할 수 있다 

- 금안당 

 


'유종원의 종수곽탁타전'.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이란 책 맨 마지막에 실린 글입니다.

오랜만에 본 좋은 글인데, 그냥 덮어버리면 쉽게 잊혀질까 염려하여 남기고 지나갑니다.

유종원(773~819)은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당시의 개혁사상가였다고 합니다.


다음은 위 책의 맨 마지막에서 신영복 선생님이 종수곽탁타전을 소개하고 해석하는 내용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곽탁타의 본 이름이 무언지 알지 못한다. 곱사병을 앓아 굽히고 걸어다녔기 때문에 그 모습이 낙타와 비슷한

데가 있어서 마을사람들이 '탁타'라 불렀다. 탁타가 그 별명을 듣고 매우 좋은 이름이다, 내게 꼭 맞는 이름이

라고 하면서 자기 이름을 버리고 자기도 탁타라 하였다.

 

그의 고향은 풍악으로 장안 서쪽에 있었다. 탁타의 직업은 나무 심는 일이었다. 무릇 장안의 모든 권력자와 부

자들이 관상수를 돌보게 하거나, 또는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과수를 돌보게 하려고 다투어 그를 불러 나

무를 보살피게 하였다. 탁타가 심은 나무는 옮겨 심더라도 죽는 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잘 자라고 열매도 일찍

맺고 많이 열었다. 다른 식목자들이 탁타의 나무 심는 법을 엿보고 그대로 흉내 내어도 탁타와 같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묻자 대답하기를, 나는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가 많이 열게 할 능력이 없다, 나무

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할 뿐이다,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그 뿌리는 펴지기를 원하며, 평평하

게 흙을 북돋아주기를 원하며, 원래의 흙을 원하며, 단단하게 다져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후에는 움직이지도 말고 염려하지도 말 일이다. 가고 난 다음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심기는 자식처럼 하

고 두기는 버린 듯이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무의 천성이 온전하게 되고 그 본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이며, 감히 자라게 하거나 무성하게 할 수가 없다. 그 결실을 방해하

지 않을 뿐이며, 감히 일찍 열매 맺고 많이 열리게 할 수가 없다.

 

다른 식목자는 그렇지 않다. 뿌리는 접히개 하고 흙은 바꾼다. 흙 북돋우기도 지나치거나 모자라게 한다. 비록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랑이 지나치고 그 근심이 너무 심하여, 아침에 와서 보고는 저녁에 와

서 또 만지는가 하면 갔다가는 다시 돌아와서 살핀다. 심한 사람은 손톱으로 껍찔을 찍어보고 살았는지 죽었는

지 조사하는가 하면 뿌리를 흔들어보고 잘 다져졌는지 아닌지 알아본다. 이렇게 하는 사이에 나무는 차츰 본성

을 잃게 되는 것이다. 비록 사랑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무를 해치는 일이며, 비록 나무를 염려해서 하는

일이지만 그것은 나무를 원수로 대하는 것이다 .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달리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아이를 기르는 것도 나무를 기르듯이 아이의 천성을 따라서 그 본성이 잘 발휘되게 해주는 것,

이것이 교육이 할 일이 아닐까?  



날짜

2014. 3. 1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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