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거의 기정사실로 추정되면서 한반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팽팽한 긴장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 때와는 달리,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이 미사일 발사를 전쟁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우리 정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 국민들 또한 극소수의 극우세력들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누구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극우세력들도 개성공단 중단 조치와 미사일 발사 예고 등 북한의 전쟁 위협 제스처가 갈수록 강해지자, 북한의 자존심을 자극하던 경박한 입놀림을 자제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극우세력들의 발언은 북한의 호전적 강경노선을 합리화하는 빌미로 이용되고 있다.

 

사실 지금의 이 상황은 우리나라가 3.8선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해방이 된 1945년 이후 70여년 동안 지속되어온 상황의 연장선이다. 그래서 시대상황도 많이 다르고, 세력관계도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의 상황이 6.25 전쟁 전야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극우역할을 하던 세력이 '북침통일'을 외치던 이승만 정권이었고, 극좌는 당연히 남한 내 좌익세력을 이용해 남침통일이 가능하다고 보았던 북한의 김일성 정권이었다.

 

아마도 북한주민들은 지금도 사실과 다르게 이승만 정권의 북침 행위 때문에 6.25전쟁이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측은 남한의 북침에 대한 대응 내지는 보복을 했을 뿐이라고... 극우 세력의 내실 없는 허장성세가 극좌에게 어떤 식으로 전쟁 빌미로 이용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사실 세계사적으로 보아도 현대 이후 전쟁은 극좌 아니면 극우, 혹은 이 둘의 합작품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물론 나도 현상황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상황판단을 할 수 있는 지도자라면, 지금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건 자살행위에 다름 아님을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인들이 염려하는 것은 북한 정권 자체가 워낙 비상식적인 세습왕조 정권인 데다가,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설흔밖에 안 된 치기 어린 청년이라는 점에서 '설마'가 '혹시'가 되고 마는 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전쟁이란 게 일회적인 자살폭탄 테러도 아니고, 또 군사력 문제에서나  해방 이후와 달리 남한 내 친북 동조세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나 북한의 전쟁 도발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설사 설마가 혹시가 되어 전쟁이 일어난다 해도, 현대전처럼 중장거리 미사일이 주요 공격 무기가 되는 상황에서는 전후방이 따로 없기에 어디 따로 도피할 곳도 없다. 말하자면 걱정해봐야 소용이 없는 셈이다.  오히려 우리 국민 다수가 그러하듯이 우리는 그냥 우리 각자의 일상생활을 해오던 대로 해나가는 것이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일지 모른다.

 

야권과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대화와 특사 파견을 운운하지만, 이는 자칫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상황을 오판하게 만들 수 있는 데다가, 북한이 과시적 위협 행동을 통해 협상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것이 남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상황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2차대전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을 양해한 것이 오히려 전쟁상황을 더 확대시킨 결과를 가져온 것처럼, 유화책이나 온건책이 반드시 평화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특히나 그 유화책이 극좌나 극우 세력에 베푸는 것일 때는 말이다. 이 때는 오히려 군사적 우위를 토대로 확실한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전쟁과 혼란을 막는 지름길일 수 있다.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극우적인 전쟁불사론 또한 당연히 자제되어야 한다.)

 

앞에서 지금의 상황이 6.25  전야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지만, 대립의 틀이 유사하다는 것이지, 그 내용면에서는 70여년이라는 세월답게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가장 큰 변화는 경제력과 군사력 면에서 남한과 북한의 우위가 완전히 뒤바뀐 점일 것이다.) 아마도 외국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참 신기한 나라일 것이다. 5000년 역사를 함께 한 하나의 민족이 지구상에서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인 상황이 그렇고, 구소련과 중국, 미국과 일본이라는 압도적인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이렇게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보기 드문 나라의 하나인 것이 그렇고, 그 와중에도 개발도상국 중 경제발전에 성공한 몇 안 되는 나라의 하나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남한과 현대 사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습 왕조식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으로 극단적으로 대별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그렇고...

 

이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만큼 복잡한 나라도 없고, 우리 민족만큼 대단한 민족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주장도 틀리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70여년의 역사 동안 무수한 희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 희생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지도자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일어난 억울한 희생이었는지는 우리 현대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에 근거해서 판단되어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그러려면 특히나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이 이 복잡한 한반도 상황에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하고 냉철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2013. 4. 10. 금안당


* [대안 시선]에 업로드되는 글은 파주자유학교 전체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날짜

2013. 4. 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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