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덕분에 내가 성장할 수 있구나
- 봄비
개학하고 2주일이 흘렀다. 일요일 아침 말끔하지 않은 머리로 잠에서 깨려고 애를 썼다. 아침 겸 점심밥을 먹고, 영화를 한 편 보았다. 현실과 상상 속의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이야기의 영화였다.
그렇게 잠에서 깬 후 학교라는 제목의 폴더를 열어 예전에 만들어놓았던, 학교생활 영상을 차례로 보기 시작했다. 4년 전의 아이들과 현재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차례로 볼 수 있는 영상이다. 나의 교사 생활 성장 일지라고 해도 될 만큼 영상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사진 속의 배경은 그 때 우리가 무엇을 했고, 어떤 말들을 나누었는지 차례로 기억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이래서 사진을 찍는가 싶기도 하다. 그 때 그 순간의 아이들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혼자 피식 웃기도 하고, 감동스럽던 순간에는 혼자 울컥하며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기도 했다.
그리곤 생각한다. 함께 지내온 사람들이 정말 고마운 존재라는 것... 이 사진 속에 나 혼자만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고마움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까 하고 느껴보게 된다.
처음 만났던 때의 최고 학년 아이들은 어느 덧 시간이 흘러 8학년으로 훌쩍 커버렸고, 그 때 담임으로 만났던 1학년 꼬꼬마들은 반년 후면 행복한 과정의 최고 학년이 된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담임으로서 만났던 아이는 씩씩하게 성장하여 3학년 학생으로 충실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고, 올해 새로 만난 신입생 아이들은 한 계단 한 계단씩 나와 함께 큰 그림을 그리며 성장 중에 있다.
그들의 성장에 나는 교사로서 얼마만큼의 영향이 있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진을 보며 아이들이 나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셀 수 없이 많다 라는 것을 느꼈고, 동시에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만큼 책임을 갖고 살아야하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느끼게 되는 아침이다.
면담 자료와 평가서를 읽어보며 3학기를 준비한다. 아이들에 대해 부모님들과 나누었던 진솔한 이야기들을 되새겨 보게 된다. 교사와 의견이 일치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의견 불일치라는 것 또한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것으로 생각이 되며 다시 교사로서 준비하고, 더 담금질해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얘들아, 하루하루를 느끼는 이 순간에 스스로를 머무를 수 있도록 하자.’
그것들이 모아지면 내가 어떤 순간이 있었는지 느껴 볼 수 있는 날이 오니까, 지금 내가 너희들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이런 고마움과 성장을 알게 해준 너희들과 나를 위해 나는 내일을 준비한다.
2014.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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