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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인명사전> 보급 논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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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인명 사전 왜 비치하냐고요? 책은 책일 뿐"(오마이뉴스)

* 제목을 클릭하면 기사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에 <친일인명사전>을 보급한다고 하여 최근 논란이 잠시 일었습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광화문 민중총궐기 시위에서의 과잉진압 및 일부 시위대의 과잉 행위, 김영삼 대통령 서거 등 여러가지 굵직한 이슈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습니다. 


서울시는 예정대로 사전 보급을 진행할 예정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사업은 서울시 교육위에서 여야가 협의하여 의결한 사업이라고 합니다.(관련기사 링크) 새누리당 측에서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면서 잠시 논란이 일었던 것인데요. 


새누리당의 하태경 의원은 이번에 배포하는 사전을 <친일인명사전>이 아닌 '친일마녀사전'이라고 명명하면서 강하게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관련기사 링크) 주요 논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편찬처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좌편향적이고 대한민국 건국의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국민의 세금으로 사설단체의 책을 공교육 기간에 배포하는 건 일종의 월권 행위라는 것입니다. 


이 주장에 대해 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나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책은 책일 뿐'이라며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관련기사 링크)


친일인명사전 보급을 반대하는 쪽이 굉장히 격렬한 반면, 진행하는 쪽은 차분한 모양새입니다. 김문수 교육위원장이나 조희연 교육감의 '책은 책일 뿐'이라는 쿨한 대응도 판단의 한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반대측의 여러 주장에 비해 보급진행 측은 논거를 다소 느슨하게 대는 면도 있는 것 같네요. 


독자들께 판단에 참고가 되시라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주장에 대한 간단한 반박을 남깁니다. 


첫째, '민족문제연구소'는 1991년에 설립된 순수학술단체로서 특히 우리 일제강점기 시대의 독립운동 및 친일 반역 행위, 일본의 위안부 범죄 문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연구자료를 발간해온 학자 집단입니다. 뭐, 보수 진영에서는 요즘 대한민국 역사학자의 90%가 좌편향되어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으니, 그런 범주에서는 분명히 좌편향 단체이겠지요. 단, 그렇게 넓은 그물을 가지고 좌편향이냐 아니냐를 결정한다면 일선 학교에 배포되어 있는 90% 이상의 역사 서적들을 모두 수거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한민국의 건국 가치를 부정한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 관점의 논란이 있는 문제일 것입니다. 


둘째, 사설단체의 책을 국민의 세금으로 보급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그야말로 해괴한 논리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국공립 도서관이나 학교 등에 보급되어 있는 99%의 도서는 사설 출판사, 사설 단체 등에서 집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책'이니 문제다 라고 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이란 곳이 있었습니다.(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식민지 근대화론' 등의 사관으로 크게 논란이 되었던 단체이지요. 2008년 11월, 이 단체는 기존 교과서의 한국 근현대사가 좌편향되어 있다며 <한국 현대사>라는 우편향 시각의 대안 교과서를 발간했는데요. 이 <한국 현대사> 대안 교과서는 제가 장교로 복무하던 2009 ~ 2011년 기간 동안 군부대에 보급되었고, 관련 강사가 부대 순회 강연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전방 부대로 예비군 훈련을 갔을 때도 살펴보니 여전히 병영도서들 사이에 있더군요. 

(책 관련 참고 기사)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2015.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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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교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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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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