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짜릿하게 만든 소리

- 봄비(파주자유학교 교사)




나는 음악교육을 전공하였다. 졸업하고 음악을 가르치며 사는 직업을 선택하였고, 레슨과 반주, 학교 음악 선생 생활을 하다 파주자유학교에 오게 되었다. 파주자유학교로 오면서 나는 지겨운 음악 교과서를 벗어던지겠구나... 하고 좋아했다. 정말 지겨웠었다. 같은 구절, 같은 음을, 10개 반을 돌며 똑같이 설명하는 내가 기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음악을 가르치는 일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할 즈음 파주자유학교에 들어왔다.


와서 국어도 가르치고, 수학도 가르치고, 심지어 학교 다닐 때 가장 못 했던 미술과 체육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면서 내 스스로 너무 재미있었고, 음악 말고 다른 것을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내가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이 전공인지라 음악 수업은 주로 내가 도맡아 했다.


특히 아침 열기 때 하는 합창을 맡아 시작 했는데 첫 해에는 아이들의 반응이 그리 뜨겁지 않았다. 아이들 모두 하고 싶지 않아 보였고, 왜 아침부터 이 노래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시큰둥한 반응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시큰둥한 반응에도 나는 굴하지 않고, 수업을 하였다. 지겹게 하는 수업이 아닌 소리와 음악이 주는, 우리의 노력이 하나가 되었을 때 주는 기쁨과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통해서인지 5년 가까이 합창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하고 싶지 않아도 필수 과목처럼 되어 있는 이 시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신입생 역시 우리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동요를 하는 구나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태도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교사로서 무척 뿌듯해했고,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아이들로부터 소름 돋는 짜릿함을 맛보게 되었다. 10월에 있을 대안교육한마당 연합 공연 연습을 위해 고양자유학교를 방문했었다. 방문 전 우리 아이들은 축제 준비에 여러 가지 공연 준비를 하느라 늘 바빴다. 그래서 합창에만 몰두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혹시나 타 학교에 가서 아이들이 주눅이 들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했고, 교사로서 우리가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과 바람도 있었다. 그 욕심이 커서 그랬는지 당일 아침 마지막 연습을 하는데 유난히 음도 많이 틀리고, 박자도 자꾸만 어긋나는 아이들을 보며 초조했다.


마지막 수정을 하고 우리는 고양자유학교로 향했다. 고양자유학교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노래 연습에 들어갔다. 고양자유학교에서 선정한 노래를 우리 학교 아이들이 먼저 불렀다. 우리 아이들은 나의 반주에 맞춰 노래를 이어갔다. 마음속으로 나는 ‘제발...’ 하며 한 음 한 음을 눌렀다. 


노래가 끝나고 우리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아이들의 목소리는 완벽했다. 그리고 고양자유학교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다시 우리 학교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다. 두 번째 부르는 노래에서 피아노를 치는 내내 나의 온 몸에는 짜릿함이 감겨왔다. 어쩜 이리도 잘 하는지...우리 아이들의 소리는 그냥 하나였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의 목소리로 한 음색을 내며 합창을 하였고, 누구하나 하기 싫어하는 표정 없이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반주를 하는 내내 옆에 있던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의 노래 실력에 감탄하며 자기들끼리 이야기주고 받는다. 그 이야기를 고스란히 듣는 나는 뿌듯했고, 우리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다.

 

연습을 마치고 정자에 앉아있는데 고양자유학교 선생님이 우리 홍담이에게 “너희 연습을 도대체 얼마나 했냐?, 엄청 많이 했구나?” 라고 물으신다. 우리 홍담이 언제나처럼 담담하게답한다. “별로 많이 안 했는데요. 그냥 부른건데” 라고... 이 말을 듣고 나는 입이 귀에 걸렸다. 철없어 보여도 좋았다. 선생이 뭐 그러냐 라고 비난해도 좋다. 그래도 나는 마냥 좋았고, 우리 아이들이 뿌듯했다.

 

일정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선생님들 앞에서 나는 어린 아이처럼 우리아이들의 목소리와 실력을 자랑했다. 행복한 선생님들이 모두 같이 있었음에도 불고. 나는 마구 자랑했다. 욕심 많고, 철없고, 자랑할 게 별로 없는 나에게 이런 느낌을 전달해주는 우리 아이들. 진심으로 고맙다.


2015. 9. 29.



날짜

2015. 10. 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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