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열어보기,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 마음
심리학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여전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프로이트의 공로는 무시할 수 없는 정말 위대한 작업이었지만, 반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왜곡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지요.
맨눈으로 밖에 볼 수 없던 시절의 달은 토끼가 살고 있다고 주장해도 반박의 여지가 적었지만, 망원경이 있는 세상에서는 더이상 토끼가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관측기술 만큼이나 발달한 현대 과학이 일궈낸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꼭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설 연휴에 이 책을 읽는다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이 그리 억울하지 않을 것 입니다. 아래에 본문 중에 일부를 소개 합니다.
"누구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신화적 은유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 설화에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성적으로 지배하는 것에 대해 아들이 질투하는 모습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면서, 그런 심리적 이유 때문에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공모하여 아버지를 죽이고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해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한다고 강변했다. 프로이트가 그리는 원시 집단은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보여 주는 창조 설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는 성적 병리학의 스토리를 인류 역사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프로이트는 토템과 터부에서도 신화적 의식의 스토리를 개조하여 그 뿌리를 성적 병리학까지 추적했다. 그리고 성적 병리학이 모든 인류사를 관통한다고 믿었다. 프로이트는 모세와 일신교를 흉내 내어 신학적 의식의 여명을 성적 욕망과 사회적 제약 사이의 투쟁으로 개조했다.
인류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뜯어고친 프로이트의 이론은 사람들의 신경을 자극하여, 한 세기 동안 인간 본성의 성적 기반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프로이트는 성애를 최초로 역사화했고, 인간의 도식에서 성애를 특별한 위치로 격상시켜 심리학적 인식의 시대를 이끌어 가는 시대정신Zeitgeist으로 만들었다. 그보다 앞선 심리학적 의식의 선구자들과 마찬가지로 프로이트도 전기로 정신이나 의식의 작용과 성적 욕구의 분출을 설명했다. 그는 두뇌의 전도 경로를 설명하는 비유로 전화선을 언급하면서 “끊임없이 전류가 흐르고, 그런 흐름이 멈추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했다. ‘성적으로 흥분되고sexually charged’, ‘성욕이 발동하고turn on’, ‘이성 교제가 복잡하고playing the field’, ‘당황하는feeling disconcerted’ 등의 은유는 치료 시대의 심리학적 은어로 이미 친숙해졌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프로이트를 비롯한 심리학자들이 정신 활동을 설명할 때 사용한 전기 용어의 직접적 유산이었다.
2장에서 보았듯이, 인간의 본성이 성적으로 타락했다는 프로이트의 견해는 이후 몇 십 년 동안 많은 심리학자들의 반론에 부딪히게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발달 과정의 구강기와 항문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남근 선망, 죽음 본능 등의 비상식적인 개념들을 믿었다. 황당하다는 표현은 지나칠지 모르겠지만 별 수 없이 우스꽝스러운 견해인데도, 사람들은 지금도 정체성이나 행동을 묘사할 때 마치 구강기 성격이나 항문기 성격 같은 용어들이 인간 발달의 과학적 사실을 대변하는 것처럼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
201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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