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성장하는 아이

- 봄비(파주자유학교 교사) 




1년의 수업 일정 중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는 12월입니다. 아이들은 짧고도 긴 1년의 과정을 어떤 마음으로 보내고 있을까요? 3주 하고도 3일만 지나면 현재의 학년을 마치고, 방학을 합니다. 방학이 지나면 각자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겠네요. 새로운 학년을 맞는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까? 문득 궁금해지는 12월의 둘째 날입니다.

 

오늘은 저에게 있어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첫 번째로 아이들 요청에 의한 학급회의를 실시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 0, 1학년에서 학급 회의를 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0, 1학년 때는 어떤 사안에 대하여 회의를 거치기보다는 당사자들이 직접 그때그때 해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 특히 아이들이 요청해서 하는 학급 회의는 더더욱 드물답니다. 그래서 교사에겐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오늘이 처음 학급회의를 한 날은 아니지만 요청에 의한 학급 회의는 처음이기에 그렇습니다.)

  

학급 회의 했던 안들 중에 인상 깊었던 학급 회의 안은 첫째, 매점 용돈 인상 안 이였습니다. 전체회의에서 매점 이용에 관한 실태조사를 할 때 0, 1학년들의 용돈으로는 매점을 이용하기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며 "용돈을 인상했으면 좋겠다." 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학급 회의를 할 때 아이들은 현실적 필요에 의한 것이고, 왜 힘든지 어떤 것이 불편한지에 대해 여러 가지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곤 본인들이 용돈을 얼마까지 인상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돈을 책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서로 논의한 끝에 이뤄진 결과물이 현재 용돈의 50% 인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척 만족하였고, 그 이후 돈과 관련된 문제들이 발생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후 학급 회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늘 다시 열띤 학급회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오늘의 안건은 4, 5학년들이 단합대회로 축구를 했듯이 0, 1학년들도 축구나 달리기 시합을 하자는 의견 이였습니다. 여기에 다른 아이들이 "피구도 하자. 또는 구경만 하고 싶다." 라는 등의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여러차례 표결을 했음에도 '축구 시합'과 '구경만 하고 싶다.' 라는 의견이 반반씩 갈리며 팽팽한 접전의 상황이 되어 아이들에게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그래서 합의점을 찾은 것이 "하고 싶은 사람은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하지 말자. 그런데 하고 싶은 사람의 수로는 축구 시합을 할 수 없으니 다른 학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같이 하면 좋겠다." 라는 의견이 나왔고,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자유 시간을 갖자." 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렇게 결론이 내려지고, "하고 싶다." 라고 의견을 냈던 아이들 5명과 봄비는 다른 학년들에게 도움을 청하여 오늘 점심시간 축구 시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작된 축구 시합. 

영하의 기온에서 매서운 바람에 얼굴과 손이 빨갛게 얼어가는데도 불고하고,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고, 친선 게임 이였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학년의 도움으로 우리의 첫 번째 축구 대회는 즐겁게 치를 수 있었습니다. 경기를 도와준 2, 3, 4학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 축구 시합에 참여했던 5명의 0, 1학년 아이들... 코피가 흘러도 축구 시합은 포기 안 한다던 범찬, 완벽한 수비 실력을 보여준 홍빈, 골기퍼와 공격수를 모두 소화하던 휘온, 넘어져도 울지 않고, 파울이 되어도 낙담하지 않았던 승준, 손이 너무 추워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못하면서도 열심히 뛰어준 서준. 모두 수고했습니다.

  

회의라고 하면 "싫어, 지루해, 힘들어, 학교 오기 싫어, 회의 있는 날은 학교가 지옥이야." 라고 했던 우리 0, 1학년 아이들이 어느덧 성장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내고, 의견이 엇갈릴 때 서로에게 이로운 점이 무엇일까 고민해서 찾아내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 무조건 '하라, 익히라, 배워라.’ 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다 보면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아이들이 참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또한 오늘을 바라보며 저는 왜 이런 자연스러움을 깨닫지 못 하고  조급해하며 초조해했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많이 드는 날 이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데 말입니다.

 

목요일이면 마지막 파자 전체회의가 있는데, 이 회의에서도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이 바람은 담임의 끝없는 욕심이겠죠;)



2014. 12. 2.  



날짜

2014. 12. 5. 18:49

최근 게시글

최근 댓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