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7월 국회에서 대안학교 지원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리는 등 미인가 대안학교를 지원 또는 법제화하기 위한 시도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미인가 대안학교 법제화, 무엇이 문제인가?
- 금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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⑵ 법률안 분석 1 / 2 |
(2) 법률안 분석 2
e. '대안학교' 인가와 '대안교육기관(시설)' 등록의 차이와 유사성
앞선 글에서 신고와 등록의 차이를 살펴본 바 있지만, 「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에서 말하는 등록 요건을 더 잘 이해하려면 「대안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시행령」에 규정된 대안학교 인가 요건과 비교해보면 된다.
대안학교 |
대안교육시설 | |
관련 조문 |
제4조(설립인가) ① 법 제4조제2항에 따라 사립 대안학교의 설립인가를 받으려는 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갖추어 교육감에게 신청하여야 한다.(중략) 1. 목적 2. 명칭 3. 위치 4. 학칙 5. 학교헌장 6. 경비와 유지방법 7. 설비 8. 삭제 <2008.12.31> 9. 교사(체육장을 함한다)의 배치도·평면도 10. 개교연월일 11. 병설학교 등을 둘 때에는 그 계획서 12. 설립자가 법인인 경우에는 출연금 등에 관한 서류 13. 설립자가 사인인 경우에는 경비의 지급 및 변제능력에 관한 서류 14.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15. 교직원 배치계획서 |
제7조(대안교육시설의 등록) ① 대안교육시설로 등록하려는 자는 제8조의 요건을 갖추어 다음 각 호의 사항이 기재된 서류를 교육감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1. 목적 2. 명칭 3. 위치 4. 대안교육시설의 규칙 5. 경비와 유지방법 6. 설비 7. 교지‧교사의 확보 및 유지 계획 8. 설립연월일 9.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10. 교직원 배치계획서 11. 학생선발계획 12. 설립자의 성명(법인 또는 단체의 경우에는 법인명 또는 단체명) 및 주소 13. 그 밖에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
학력 인정 |
○ |
× |
심의기관 |
대안학교 설립운영위원회 (위원장: 부교육감, 대안교육관련 전문가 과반수) |
대안교육시설설립운영위원회(위원장: 부교육감, 대안교육관련 전문가 과반수) |
시설 기준 |
교지 및 교사는 자가 소유 (특별한 경우에는 국공유 부동산의 임대도 가능) 교사 및 옥외 체육장의 기준면적은 별도 규정 있음. |
“제8조 2항 : 대안교육시설의 시설․설비 기준은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한다.” |
설비 기준 |
학교 과정에 따라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교 교구·설비기준"에 준하여 권장하되, 학교 과정 운영에 필요한 시설은 인가조건으로 협의 |
상동(上同) |
학생 정원 최저 기준 |
규정 없음(단, 체육장 규모가 초등 120명, 중고등 60명이 최저 한도) |
총 정원 10명 이상(단, 미혼모, 특수교육, 다문 화, 탈북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제외) |
교직원(교원 포함)의 수 |
교장, (교감), 학급당 1~2명의 교사, 직원 1명 이상 |
학급당 1명 이상의 상근교원 직원 1명 이상 |
교사의 자격 |
초등과정은 교직원의 배치기준 완화 가능, 교원 정원의 1/3 이내에서 산학겸임교사 가능 (교사 자격증 요구, 금고 이상의 실형은 자격 미달. 교원의 정치행동 금지) |
제20조(교원) ① 교원의 자격은 해당 대안교육시설의 규칙으로 정한다. ② 교원에 대해서는 「교육기본법」 제14조제1항부터 제5항까지 및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를 준용한다. (교사자격증은 요구되지 않지만,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는 자격 미달. 또 교원의 정치행동 금지) |
교육과정 |
인가 신청시 제출한 ‘교육과정 운영 계획’에 따라. 단 국어 및 사회(국사 또는 역사 포함)를 교육부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상 수업시간 수의 100분의 50 이상을 운영하여야 함 |
등록 신청시 제출한 ‘교육과정 운영 계획’에 따라. 필수 교육과정은 없음. |
‘정화구역’ 등 학교 보건법 적용 여부 |
적용 |
적용되지 않음 |
위탁 교육 |
학교장간 협의에 따라 결정 |
비용만 지불하면 인가 학교장의 일방적 판단으로 위탁 교육 가능 |
학교 회계 |
공립학교는 예산 및 결산서를 학부모에게 공개 사립학교는 예산 결산서를 관할청에 제출 |
제19조(회계 운영 등) ① 등록 대안교육시설은 회계운영 사항을 학부모 및 교직원에게 공개하고, 회계 운영 관련 자료를 관할청에 제출해야 한다. |
재정 지원 |
현재로서는 교육청에 따라 인가 대안학교들에 교사 보수가 지원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공평성’ 차원에서 정교사 보수는 조만간 지원되리라고 예상. |
18조 2항 :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등록 대안교육시설에 등록한 학생의 교육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 |
다른 법률의 배제 |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 규정」 |
「초․중등교육법」 제65조제2항 및 제67조제2항 「초․중등교육법」 제13조 및 제68조제1항 |
정리해보면 (각종)학교의 하나인 대안학교는 아무리 완화된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학교 제도'라는 형식적 틀이 유지되는 한에서 설립 요건이 규정되어 있다. 즉 인가를 받으면 학력은 자동으로 인정되지만, 시설과 설비, 학교 보건법이 적용되는 학교의 환경, 교원의 자격, 교육과정 등은 기본적으로 '학교'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다. 반면에 등록 대안교육기관은 학력 인정은 받지 못하지만, 등록 조건이 학교의 틀을 어느 정도 벗어나 있다.
이 법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안학교 인가 조건과 달리 대안교육기관 등록시의 차이는 1. 교사 자격증이 요구되지 않고, 2. 학교 보건법에 의한 '정화구역' 적용을 받지 않으며(따라서 학교 설립시에 요구되는 '교육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는다), 3. 학력 인정을 받지 못하고, 4. 정원 10명 이상이면 등록이 가능하므로, 요구되는 시설 설비 규모가 훨씬 완화될 것이며, 5. 필수 교육과정이 없고, 6. 인가 학교들과 달리 재정 지원의 단위가 학교가 아닌 '학생'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인가 혹은 등록을 위해 신청 서류에 기재해야 하는 항목들은 '교육과정 운영 계획서', '경비와 유지 방법' 등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위 표 중 '관련 조문' 참조) 이는 이 법의 시행령에 정해진 '대안교육시설의 규칙'에 기재되어야 할 사항과 「초중등 교육법」시행령의 '학칙' 기재사항을 비교해보아도 알 수 있다.(아래 표 참조) 또 필요한 교직원의 수나 심의기관 등도 두 경우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재정 지원의 출처가 달라서 그런지 회계 관리는 오히려 일반 학교의 경우보다 더 강하다.
* 교원의 자격 또한 한편에서는 "해당 대안교육시설의 규칙"으로 정한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교원에 대해서는 「교육기본법」 제14조제1항부터 제5항까지 및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를 준용한다."고 하여 이중적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자.
대안교육기관의 규칙 |
학교의 규칙 |
1. 수업연한ㆍ학년ㆍ학기 및 휴업일 2. 학급편제 및 학생정원 3. 교과ㆍ수업일수 및 고사와 과정수료의 인정 4. 입학ㆍ재입학ㆍ편입학ㆍ휴학ㆍ퇴학ㆍ수료ㆍ졸업 5. 조기진급, 조기졸업 자격 부여 6. 수업료ㆍ입학금 기타의 비용징수 7. 학생 포상, 지도방법 등 학생의 학교생활 8. 학생자치활동의 조직 및 운영 9.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 10. 규칙개정절차 11. 기타 법령에서 정하는 사항 |
1. 수업연한·학년·학기 및 휴업일 2. 학급편제 및 학생정원 3. 교과·수업일수 및 고사와 과정수료의 인정 4. 입학·재입학·편입학·전학·휴학·퇴학·수료 및 졸업 5. 조기진급, 조기졸업 및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 부여 6. 수업료·입학금 기타의 비용징수 7. 학생 포상, 징계, 징계 외의 지도방법, 두발·복장 등 용모, 교육목적상 필요한 소지품 검사,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의 사용 및 학교 내 교육·연구활동 보호와 질서 유지에 관한 사항 등 학생의 학교생활에 관한 사항 8. 학생자치활동의 조직 및 운영 9. 학칙개정절차 10. 기타 법령에서 정하는 사항 |
그러니까 이 법안에는 미(비)인가 대안학교들이 대안학교로 인가 받는 데 있어 형식적 장애 요소가 되던 것들은 어느 정도 제거하면서도 그 내용적인 면에서는 '인가 학교'와 거의 동일한 수준의 통제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앞에서 이 법안에서는 신고가 의무 사항이고, 등록은 선택 사항이라고 했지만, 교육 당국의 입장에서는 신고 대안학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통제'만이 가능하다. '등록'을 해야 대안교육기관의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 등에 대한 좀더 확실한 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교육부의 기본 의도는 가능한 많은 수의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학교'의 형식적 틀을 고집하지 않는 식으로 크게 '선심'을 써서 일종의 '특별법'인 이 법안을 입안한 것이다.
* 사실 이 법안의 위치는 '특별'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 법률에서 미성년자의 교육은 모두 「초중등 교육법」으로 규정되었는데, 이 법안은 미성년자의 교육을 다루고 있음에도 「초중등 교육법」에 부합하지 않는 교육기관을 최초로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이 법은 '시행령'이 아닌 독자적인 '법률'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고, 대안교육계에서 이 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미인가 대안학교에 대한 교육당국의 고민이 여실히 엿보이는 지점이다.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법안을 입안한 교육당국의 숨겨진 취지는 대안교육의 지원이 아니라, 대안교육에 대한 규제이기 때문에, 등록의 형식 요건은 완화하지만 내용 요건은 인가 학교들과 비교하여 거의 완화하지 않는 모순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모순이 현재로서는 겉으로는 잘 알 수 없는 감춰진 모순, 이해 당사자들 정도만 파악할 수 있는 모순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 법안만을 놓고 보면 교육부측의 전술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교육부는 그동안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법제화하지 못하는 명분으로 삼았던 요건들을 이 법안으로 뺏아가버렸다. 그동안 미인가 대안학교들은 인가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이유로, 기본 법규의 비현실적 인가 요건들[시설 규정, 교원(특히 초등교원) 자격, 학교 정화구역 등]을 내세웠고, 이를 명분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는 누가 봐도 미인가 대안학교들의 현실여건을 감안하지 못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무리한 요구로 보였기에, 명분은 대안학교들측에 있었고,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교육당국이 법제화를 가로막던 현실적 장애들을 제거해주었다고 떠들기 시작하면, 대안학교들은 법제화를 하지 않는 명분을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어떤 법적 규제도 대안교육의 본질과 대립하므로, 법제화에 반대하는 것이고, 둘째는 가만히 있다가 (입법 되면) 법적 요건에 맞추어 적당히 신고-등록하는 것이고, 셋째는 법적 등록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다시 말해 이 법안 3조의 기본 이념, "대안교육의 다양성과 대안교육시설의 자율성 및 공공성은 존중되고 신장되어야 한다"에 충실하도록 교육부에 나머지 조문들의 수정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대안교육연대는 첫번째 길을 택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명분으로 위 법안이 "폐쇄를 전제로 한 등록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법안을 살펴보면 등록하지 않는다고 폐쇄한다는 조문은 어디에도 없다. 등록은 선택사항이다. 폐쇄가 문제가 되는 건 미신고일 때이다. 그러니까 대안교육연대와 산하 대안학교들은 아예 신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이건 이 법을 통째로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이다. 따라서 위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수정 요구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왜곡에 가까운 "선동적" 단정으로 얼마나 여론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사실 법제화에 무조건 반대한다면, 다시 말해 민간 교육단체가 어떤 공공적 제한도 받지 않겠다고 하면 이는 미성년자 교육의 공공적 성격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닐 것이다. 대안교육연대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대안교육기관들과 '국회'가 힘을 모아 이룬 입법안이면 찬성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앞의 '연대의 입장' 첨무파일 참조) 여기서의 국회는 물론 야당안을 말한다. 하지만 이건 더 말이 안 된다. 몇 년 동안 법안 발의만 해놓고 실제로는 통과시킬 힘을 갖지 못한 야당의 무능력은 접어두고라도, 이런 주장이면 대안교육연대의 '정치색'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역시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주장이다. 명분을 빼앗긴 대안교육연대가 계속해서 무리수를 두는 형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건 대안교육연대, 아니 산하 대안학교 대표자들이 이 법안에 반대하는 핵심 이유가 '교원 자격', 그 중에서도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이 법안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앞의 글 "경과"에서 보았듯이 3월 20일에 나온 성명서에는 연대 소속 대안학교 대표자회의가 법제화를 반대하는 3가지 이유 중 2 가지가 이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역으로 앞의 글에서 보았듯이 교육당국이 이런 '특별법'을 굳이 상정한 핵심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민간 교육단체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념 교육'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재미있는 건 대안교육연대도 교육부도 이 점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론의 어떤 역풍을 맞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 없이 법안의 타당성을 세세하게 따져봤자 공염불에 불과하므로, 위 법안이 학교 인가와 거의 같은 수준의 등록 요건을 요구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교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f.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먼저 이 글을 쓰는 이로서 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교육자도, 또 공무원도 사회 성원의 한 사람이므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정 신분의 사회구성원이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권리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충분히 민주화되지 못한 것의 반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단체의 존립이나 교육활동이라는 본래의 목적까지 위태롭게 하면서 이 권리를 고수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지, 혹은 지금 시기에 민간교육 단체가 이 권리를 주요 쟁점으로 내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공교육이 무너지는 바람에 우리의 미래 세대가 그야말로 '망가지고' 있는 판에 말이다.
* 반면에 교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현상황에서는 필요악인 측면, 혹은 플러스적인 측면도 있다. 노골적으로 말해 중립 의무는 나만이 아니라 반대입장인 상대도 지켜야 한다. 중립의무가 있으면 교육현장이나 공공영역에서 나와 입장이 다른 사람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아직 시민의식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지금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의무마저 없어진다면, 교육현장과 공공영역에 어떤 난장판이 벌어질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내 보기에 정치적 중립 원칙이 더 확실하게 견지되도록 요구해야 하는 건 오히려 '진보'(?)쪽이 아닌가 싶다.
사실 대안교육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처럼 폭력과 경쟁이 난무하는 학교 시스템, 교육 시스템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타고난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적어도 탈출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고, 대안교육이 공교육보다는 아이들의 타고난 개성을 더 잘 살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대안교육의 성과가 아직 확연히 다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잠정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대안교육이 지금것 싸워온 것은 관료주의적 사고방식과 업무처리 방식이지, 정치적 입장 차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양적으로 본다면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다수의 정통 대안학교들이 '비법적인' 상태로 존재했기 때문에, 대중과의 접촉면이 넓지 않았고, 그 선택에 많은 희생이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대안교육에서 대안을 찾으려는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그 선택에서 우선시하는 건 '인가' 대안학교들이다. 이 점에서 미인가 대안학교들은 등록 대안학교, 혹은 적어도 신고 대안학교라도 되어 합법적 형식을 갖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교육당국의 통제와 규제가 대안교육의 본질을 훼손할 정도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공교육의 교원들이 "교원노조법"이나 "국가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서 교육행위의 본질이 크게 훼손되지는 않듯이, 등록 대안학교의 교원들에게 "교육기본법" 14조가 적용된다고 해서 대안교육의 본질이 심하게 훼손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공교육 교원들이 적용받는 정치활동 금지 정도는 '노조를 통한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나 '집단행위 금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교육현장에서의 직접적인 정치선동만을 규제하는 교육기본법 14조의 조항보다 더 강도가 센 편이다. 아마도 등록 대안교육기관에 소속된 교원이라 해도 일반 학교의 교원과 달리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해당 조문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위 법안은 제20조 2항에서 "교원에 대해서는 「교육기본법」 제14조제1항부터 제5항까지 및 「교육공무원법」 제10조의4를 준용한다."고 되어 있는데, 교육기본법 14조 1항에서 5항까지는 다음과 같다. (또 교육공무원법 제 10조의 4(결격 사유)는 금고 이상의 실형이나 성폭력 범죄 행위자에 해당하므로 논의에서 생략한다.)
제14조 (교원)
①학교교육에서 교원(敎員)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
②교원은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교원은 교육자로서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학습윤리를 지도하고 지식을 습득하게 하며, 학생 개개인의 적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④교원은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하여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여서는 아니 된다.
⑤교원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른 공직에 취임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학생들 앞에서 특정 정당의 입장을 강변하거나 학교 이름을 내걸고 학생들과 함께 정치 데모에 참여하는 것은 안 되지만, 미국 알바니 프리스쿨의 교장 크리스의 말대로 교사가 아닌 개인으로서 업무외 시간에 정치활동을 하거나 정당에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특정한 정치적 입장으로 지도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만이 아니라 교육의 중립성 자체도 훼손하는 것이므로, 학생들을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다음에야 교사가 굳이 이런 일을 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 교사가 보기에는 아무리 정당하고 옳은 주장이라 해도 이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명백한 세뇌행위의 하나일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의 주목적이 종교 선교인 대안학교들 또한 이런 비난에서 비켜가기 힘들다.)
대안교육의 입장에서는 교육의 중립성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안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이지, 물고기를 잡아서 주는 교육이 아니다. 그러자면 아이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되도록 탐구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해야지, 결론을 들이밀면 안 된다. 오히려 대안학교 교사들은 결론과 주장만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경우들을 차단시켜 주어야 아이들의 판단력을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교사 스스로가 교육현장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하게 내세우면, 다른 입장에 대해서는 적대적이 될 수밖에 없고(말하자면 토론이나 검토의 대상이 되지 않고), 그러다 보면 아이들까지 편싸움에 휩쓸리게 되고 만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대안학교 교사들의 진정성을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할 교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위 조문에 반대하는 것은 이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조심스럽지 못한 교사의 태도에 여론의 불신이 생길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14조 4항은 법제화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삼기에는 빈약하다. 오히려 같은 법 14조 1항도 준용한다고 했으니, 등록 대안교육기관의 교원 신분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는 댓가로 양보할 수 있는 조항이라고 보는 건 어떨까? 솔직히 말해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학생들 교육에 무슨 큰 지장이 초래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고등학교 과정의 사회 과목 등에서 '시사' 문제를 수업의 주제로 삼아온 학교들도 있겠지만, 이는 운영의 묘만 잘 발휘하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고, 이 수업에서 교사가 의도했던 성과를 충분히 올릴 수 있다. 또 대안교육연대에서는 사회운동 등을 하다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교사가 일정기간 면직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염려하지만, 만약 대안학교에서만 '특례'를 요구한다면, 이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법안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받아들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적인 면이 분명히 있지만, 플러스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어서, 나는 이 조항을 법안 거부의 핵심 명분으로 삼는 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교육기본법은 그동안 법적으로 학교라는 지위를 갖지 못한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교육결사로서 자신의 법적 존립 근거를 구하거나 소속 학생들의 교육 받을 권리를 내세워온 주요 근거법이 아닌가? 오히려 나는 대안교육연대가 교사의 정치 활동의 자유에만 너무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대안교육이 해당 법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들까지 한꺼번에 방기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염려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g. 등록 요건의 완화가 필요하다
대안교육기관으로의 등록을 위해서 필요한 요건은, 최저 이상의 학생 정원과 필요 교직원 수 등 인적 요건과 교사, 교지, 교구, 기자재 등의 시설, 설비 요건, 그리고 교육과정 운영 계획서 등 교육 내용과 관련된 요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씩 차례로 보자.
가. 인적 요건
내가 이 법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학생 총 정원이 10명 이상만 되면 되고, 특수교육 대상자, 다문화가정 자녀 등의 경우에는 10명 미만으로도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대안교육연대에서 염려하던 '홈스쿨러'들도 비슷한 교육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대안교육기관으로 신고하거나 등록함으로써, 어느 정도 공식적 법적 지원을 받는 지위를 누릴 수 있다. (홈스쿨러 한 명, 한 명을 독자적인 교육기관으로 인정받으면 가장 좋겠지만, 우리나라 교육 당국의 인식에서 봤을 때, 이는 상당히 요원한 일이 아닐까 싶다. 또 역으로 홈스쿨러 자격을 취득하는 게 미국의 경우처럼 오히려 더 까다로울 수도 있다.) 이건 홈스쿨러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니 놔두고라도, 요컨대 지금 미인가 대안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학교들 중에는 이 요건에 미달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이 조문의 긍정성이 있다 할 것이다. 말하자면 소외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리란 것이다.
또 학급당 1명 이상의 상근 교원과 1명 이상의 교직원도 재정적으로는 좀 힘들 수 있지만 꼭 필요한 인원이다. 이는 정원이 10명인 경우를 상정해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경우를 포괄하려는 이 법안의 긍정성은 시설, 설비나 교육내용 등에서는 그다지 포용적이지 않은 것 같다.
나. 시설, 설비 요건
위 표에서 보듯이 이 법안 8조 2항에는 "대안교육시설의 시설․설비 기준은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아마도 처음에 교육시설은 자기소유를 원칙으로 한다고 발표했다가 대안학교들측의 반발이 거세니까, 해당 법안에는 등록 요건으로 "교지, 교사의 확보 및 유지 계획"만 넣고, 교육부가 책임을 시도교육청으로 떠넘기면서 이런 조문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시도 교육청이 근거로 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시,도 교육청은 어떤 기준에 근거해서 교육규칙을 정할까? 대안학교 인가 시에 요구되는 기준? 아니면 대안학교 인가 시에는 최저 인원이 60명(초등생은 120명) 정도이고, 대안교육기관 등록시에는 최저 인원이 10명이니, 대안학교 인가 시에 요구되는 기준의 1/6 정도? 그것도 아니면 이 둘 사이의 어느 지점?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어 시행령에도 세부 규정이 나와 있지 않으니, 법안만 봐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일단 확인할 수 있는 건 교육시설이 자기 소유여야 한다는 것이다.(다문화, 탈북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장기 임대도 가능.) 아마도 교육부는 '자기 소유'가 교육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니까 대안학교가 자기 소유의 건물과 체육장이 없으면 신고만 하고, 자기 소유의 건물과 체육장이 있으면 등록을 하란 이야기다.
그렇다면 건물과 체육장의 규모는 어느 정도여야 가능한가? 대안학교 인가의 경우 교사의 필요면적은 초등과정은 학생 1인당 3.5㎡이고, 중고등과정은 학생 1인당 7㎡이다. 또 옥외 체육장은 일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억지로 학생 수로 나눠보면 초등은 12.5㎡, 중고등은 33.3㎡가 최저 기준이다. 그러니까 대안학교 인가의 기준에 맞춘다면 정원 10명일 경우 건물은 35~70㎡, 체육장은 125~333㎡가 있어야 시설 요건을 갖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정원이 30명만 넘어도 필요한 규모가 왠만한 미인가 대안학교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른다.
물론 대안학교 인가시에 필요한 규모보다는 더 완화되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절대 자유재량으로 완화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령에 규정이 없으면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대안학교 인가시에도 법령에 명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안학교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무색하게도 일반학교 인가와 거의 똑같은 조건을 요구하곤 한다.) 이렇게 되면 교육부의 입법 취지와 달리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는 학교가 소수에 그치고 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차피 등록요건을 맞추기 어렵다고 여기는 대안학교들은 굳이 신고도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교육부는 신고하지 않으면 폐쇄하면 된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이는 위헌의 소지도 있어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그러니 교육부의 입장에서 이 법안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시도 교육청에 그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등록 요건의 완화가 법안 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제안하는 건 교사(건물)의 규모는 대안학교 인가시에 필요한 규모의 1/2 정도로 하고, 교지(옥외 체육장)의 규모는 정원에 관계 없이 최소 규모 100㎡ 이상으로 하거나 주변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체육장을 임대하는 경우도 허용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다.
교구, 설비 기준 또한 대안학교 인가때처럼 일반 학교의 "학교 교구·설비기준"에 맞추지 말고 대안교육기관에서 제시한 '교육과정계획"에 부합하는 교구, 설비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법안에서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등록하려는 대안교육기관들은 자신들이 행하는 교육과는 무관한 교구와 설비를 무리해서 갖추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이는 입법 정신에 어긋나게 대안교육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고 오히려 방해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다. 교육과정 운영 계획 등
사실 나는 한편에서 이 법이 시행되어 등록 신청을 했을 때 심의기관인 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위가 대안교육기관이 제출하는 '교육과정 운영 계획서'나 "대안교육시설의 규칙", "경비와 유지방법" 등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대단히 궁금하다. 왜냐하면 이건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안학교를 포함하여 학교법인이 설립 인가 신청서를 낼 때는 아직 학교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앞으로의 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교육과정을 운영해본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용역을 주어 해당 학교의 교육활동과는 무관한 사람이 서류를 대리작성 해준다. "경비와 유지방법"은 해당 학교의 재정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관계자가 작성할 수도 있지만, '학교 규칙'도 거의 대부분 외부 용역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서류들이 심의기관(대안학교 인가의 경우에는 대안학교 설립운영위원회)에 제출된다. 그러니 그 교육과정계획이 얼마나 현실가능성이 있는지, 해당 학교의 교육철학을 얼마나 제대로 구현하는지보다는 그럴 듯해보이는 게, 말하자면 형식적 요건을 갖추는 게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송 당사자보다 법무사나 변호사가 작성한 서류가 더 그럴 듯해보이고, 형식적 요건에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위 법에 따라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하려는 경우에는 실제로 몇 년 이상 교육과정을 운영해본 학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제출하는 서류에도 해당 대안교육기관에서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교육과정,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경비와 유지 방법, 그리고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규칙이 그대로 작성되어 기입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이런 실제적인 내용들은 '형식적인 요건'에 부합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심의기관인 '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위"는 어떻게 반응할까? 과연 대안교육의 특수성으로 이해하고 이를 교육과정 등으로 인정해줄까? 아니면 형식 요건에 맞도록 수정해올 것을 요구하거나 등록을 허용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에는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대안교육기관의 등록 심의기관(대안교육시설설립운영위원회)과 대안학교의 인가 심의기관(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이 그 구성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두 위원회 모두 시도 교육청 산하에 부교육감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안교육 전문가를 과반수로 하여 구성된다. 지역 교육청에서 인정하는 대안교육 전문가가 그리 많은 게 아니기 때문에, 위원들도 거의 같은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대안학교설립 운영위원회는 2009년 이후로 지금까지 약 24개에 달하는 대안학교들의 인가를 승인했는데, 그중 여럿 학교들이 대안교육과는 거리가 먼, 무늬만 대안학교인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필수교과라고는 국어와 사회(그것도 정규 수업시수의 50%) 뿐임에도 불구하고, 심의기관이 일반 공교육 학교에 준하는 형식 요건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학교측도 인가를 쉽게 받기 위해 형식 요건들을 충족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올해 실태조사를 끝내고 '사실상의 사교육 기관으로 운영하는 고가의 국제형 대안교육시설'에 대해 비난했지만, 인가 받은 대안학교들 중에 이런 학교들이 여럿 있다. 차이는 한쪽은 인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고, 한쪽은 인가를 받았다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정부와 교육청의 대안교육에 대한 몰이해가 정부 스스로도 비난하는 '사교육기관' 같은 학교에 '대안학교'라는 간판을 붙여준 셈이고, 대안교육계의 난맥상을 초래한 셈이다.
그러니 이 법에 의한 등록 신청서에 들어갈 내용들은 일반 학교 설립시에 요구되는 요건들과 전혀 다른 것, 대안교육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요건들이 들어가야 하고, 이것이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당 교육기관이 5년 이상 나름의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해왔다면, 심의기관은 그외 다른 형식 요건을 충족시킬 것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그 교육과정이 아무리 특이하게 보이더라도 말이다. 교육시설의 자기 소유와 함께 이 정도면 교육부가 염려하는 해당 대안교육기관의 공공성, 즉 '교육의 안정성'은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경비와 유지방법'이나 '규칙' 등도 심의기관에서 전제하고 있는 기준에 부합하기를 요구하기보다는 해당 교육기관의 성공적 운영 이력을 우선 평가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심의기준의 특수성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등록 대안교육기관이 등록 후에도 대안교육의 정신을 제대로 살린 교육을 계속해갈 수 있다. 또 이렇게 대안교육의 특수성을 충분히 배려해주는 입법이 되면, 교육부는 입법 취지에 맞게 더 많은 '진짜' 대안학교들을 등록으로 유도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h. 재정 지원
위 표에서 보듯이 법안 18조 2항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등록 대안교육시설에 등록한 학생의 교육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지원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으며, 그 금액도 필요 경비의 전부일 수도 있고, 일부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교육당국 차원에서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는 회계운영에 대해 규정한 19조와 모순된다, 19조 1항에는 "등록 대안교육시설은 회계운영 사항을 학부모 및 교직원에게 공개하고, 회계 운영 관련 자료를 관할청에 제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등록 대안교육기관의 의무사항이다. 그런데 교육비를 납부하는 학부모에게 회계 운영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맞지만(대다수 대안학교들이 지금도 이렇게 하고 있다), 교육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재정 지원도 받지 않았는데, 회계 자료를 관할청에 제출하는 건 모순이다. 또 일부만 지원받았을 때도 그 지원분 만큼만 보고하는 게 논리적이다. 학교 운영 경비의 상당 부분을 학부모가 납부했는데, 그 금액까지 관할청의 감사를 받는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니 18조는 "지원할 수 있다"가 아니라 "지원해야 한다"로 바뀌거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등록 대안교육기관에 등록한 학생의 교육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함에 있어 학교 학생에 대한 경비 지원에 준해야 한다."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19조는 지원받은 비용의 회계 관련 자료만을 관할청에 제출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I. 대안교육시설협의회??
법안 13조 1항에는 교육부장관이 대안교육시설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안교육시설협의회라는 것을 설치 운영하거나 연구기관 등에 위탁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2항에서 규정하는 대안교육시설협의회의 업무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 1. 대안교육 관련 조사ㆍ연구ㆍ교육 및 홍보 사업/ 2. 대안교육현장 지원/ 3. 대안교육 전문 인력 양성 및 지원/ 4. 대안교육시설의 교직원 등에 대한 연수/ 5. 대안교육 관련 시설간의 협력체계 및 정보네트워크 구축ㆍ운영/ 6. 대안교육시설 등의 운영현황 모니터링/ 7. 대안교육시설에 대한 평가 및 결과 공개/ 8. 그 밖에 대안교육시설의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
그러니까 대안교육시설협의회는 대안교육 영역에서 교육부의 손발이 되어 대안교육 현장들과 교육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또 말로는 '지원'이지만, 전문인력 양성 등 대안교육의 너무 깊숙한 영역까지 개입함으로써 지원이 아닌 사실상 통제와 규제가 될 수도 있다. 대안교육기관들의 자발성과 독창성에 의해 성장해온 대안교육이 정부 관련 기관의 일괄적 지도를 받음으로써 변질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되면 대안교육은 그 핵심적 생기를 잃고 말 것이다.
물론 나도 대안교육이 전문성을 더 강화하고, 프레네 교육처럼 대안교육기관 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단위 기관들에서 이루어진 교육적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대안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대안교육은 그 특성상 아래로부터의 자발성과 다양성에 근거해야지, 위로부터의 지도나 지시에 의해서는 그 정신을 유지하면서 발전하기 힘들다.
따라서 교육부는 대안교육기관들의 자발적 요청이 있는 특정한 경우에 한해서 지원을 해주면 되지, 굳이 이렇게 법안 조문으로 상설 지원조직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다. 오히려 이렇게 교육부 주도로 상설지원조직을 만들게 되면, 교육부가 대안교육에 개입하여 통제하려는 게 아닐까란 의심만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단위 대안교육기관의 입장에서 이 조직은 잘해봤자 옥상옥(屋上屋)의 조직으로 비쳐질 뿐이고, 잘못하면 또 하나의 상전을 두는 것으로 여길 수 있어서, 법제화에 대한 거부감만 더 키울 수 있다. 그러니 미인가 대안학교들을 최대한 법의 테두리 속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교육부는 법안의 이 조문을 삭제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상에서 「(가칭)대안교육시설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분석, 평가해보았다. 조문 하나하나를 따져가며 너무 세세하게 분석한 면도 있지만, 이는 국회가 아닌 행정부의 주무부서에서 입안한 법률이란 면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법제화의 문제는 대안교육계로서는 해묵은 숙제의 하나이다. 지난 2006년도에 초중등 교육법 안에 대안학교가 각종학교의 하나로 설정되었을 때, 대안교육계는 법제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정에 맞지 않는 인가 조건들 때문에 이 문제를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대안교육계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안학교, 특성화학교라는 학교 유형으로 인가받은 공사립 대안학교들이 많아지고, 미인가 대안학교들의 수도 급격히 늘어났으며(특히 기독 대안학교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산촌유학이나 홈스쿨러 같은 준 대안교육 영역들이 새로 생기고, 다문화가정 자녀나 새터민 자녀, 특수교육 대상자 등 사회 소수자를 위한 공사립 대안학교들도 생겨났다. 이런 양적 증가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안교육의 본래 정신이 모호해지고, 대안교육계가 전반적으로 혼란스럽고 무질서해지는 부정적 측면도 초래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대안교육계는 법제화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대안교육계는 이번 법제화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번 글에서 논의해보기로 하자.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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