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3년 여름, 대안학교 파주자유학교에서 있었던 일화를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 함양에 대해 살펴본 나팔꽃 선생님의 글입니다.
대안학교를 선택하고 싶은데 아이의 사회성이 부족해지지 않을까 우려되시는 부모님이시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 가져옵니다.
아직은 통역이 필요하지만^^ (2013)
- 나팔꽃 (파주자유학교 교사)
1
신지와 물놀이를 하고 있는데 승원이가 다가왔다.
승원이의 팔과 내 팔이 나란히 옆에 놓인 걸 보고, 신지가 신기한 듯 말한다.
“우와~~~ 승원이 살 엄청 까맣다. 나팔꽃 옆에 있으니 더 까매 보여.”
승원이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데 신지는 새롭게 발견한 사실에 몰두하여 승원이 표정은 보지 못한다.
승원이가 신지에게 물을 뿌린다.
갑작스런 물세례에 신지는 벙찐 표정과 울먹이는 눈빛으로 승원이를 바라본다.
“승원아, 신지가 네 피부가 까맣다고 하는 게 놀리는 것처럼 느껴졌니?”
하고 물어보니 승원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볼 때 신지는 그냥 신기한 것 같아 그런 것 같았는데 신지는 어때?”
여전히 벙찌고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신지도 고개를 끄덕인다.
“승원아, 속상한 마음이 들 때는 먼저 확인을 해본 뒤 그리고 나서 어떻게 할지 생각을 해보렴. 알겠지?.”
그렇게 일단락을 짓고.......
2
신지는 수영시간마다 펌프를 가져온다.
수영장 가에 고이 놓아두고 열심히 물놀이를 한다.
신지가 한 켠에 잘 놓아둔 펌프를 현진이가 들고 와서는 물총으로 사용한다.
아이들은 물건의 새로운 용도를 잘도 찾아낸다^^
펌프에 물이 들어간 걸 보고 신지는 펌프가 고장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어
화가 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열심히 펌프질을 해서 물을 빼고는
“잘 놓아두면 펌프 안의 물기도 다 말라서 쓰는데 지장이 없을 거야. 고장나지 않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고 안심시켜주었다.
하지만 행여나 고장이 나지는 않을까 신지는 찜찜한 마음이 남아있는데.....
잠시 후 서준이도 펌프를 물총으로 사용한다^^
겨우 진정을 찾아가던 신지가 이번에는 울음을 터뜨린다. 영 고장이 나버릴 것 같나보다.
서준이에게 신지가 왜 우는지 상황을 설명해주자 서준이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신지도 울음이 잦아들고,
‘혹시 고장나면 현진이와 서준이에게 고쳐오라 하던지 똑같은 걸로 사오라고 하자’
얘기해주니 한결 안심이 되는 표정이다.
지지난 목요일 수영장에서 있던 일이다.
‘상대방은 왜 그렇게 했을까?’
‘내가 잘못하거나 실수한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학교 안에서는 이렇게 질문을 하고, 각자 생각을 하게 하지, 해결방법을 먼저 얘기해주지는 않는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 서둘러 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학교 밖이고, 물놀이 중이라서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봐야 하기에
두 일 모두 즉각적으로 중재에 나섰다.
사실 문제해결이나 중재랄 것도 없다.
다만 채 이해되지 않는 상대방의 감정이나 의도, 채 알고 있지 못한 상대방의 상황을 전달해주면 된다.
“넘어져서 다쳤어요~~~”
“00이가 저한테 화를 냈어요”
쪼르르 달려와 이런 말을 해주는 아이들에게 궁뎅이를 토닥여주며 아팠겠네, 속상했겠네... 하고 감정을 이해해주면 그것만으로도 문제가 거의 종결되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즐겨보는 심리학에 관한 웹툰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비록 자연스런 능력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사실 대단히 고등한 인지과정이란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행동, 말을 통해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부단한 연습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직 통역이 필요하다.
하지만 통역을 너무 자주 해주어서는 안 된다. 그럼 연습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입학상담을 할 때, 대안학교는 아이들 수가 적어 사회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다.
상대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은 아이들은 결코 사회성이 떨어질 수 없다.
울 아이들은 일상적으로 그 연습을 하고 있다.
선생님들의 통역으로 도움을 받아가며^^
연습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다.
2013.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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