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천사 건우의 2G 사용기

- 봄비(파주자유학교 교사)




올해 5학년 신입생으로 입학한 건우 건우. 건우는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얗고, 말 수도 적고, 목소리 톤도 높지 않고, 생머리에 축구를 잘 하는 멋진 남자 아이랍니다. 여기에 건우만의 필살기인 아름다운 미소를 날려주면 봄비는 그런 건우가 너무 예뻐서 꺄악~~하게 됩니다. 1, 2학기 건우는 말을 걸면 이야기를 잘 하지만 먼저 제 자리에 찾아와 묻거나 놀거나 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건우가 3학기가 되면서 많이 달라졌습니다. 훨씬 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제 자리 근처에 와서 물건도 만져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제 자리에 있는 휴대폰이 신기했는지... (현재 저는 2G 휴대폰을 쓰고 있고, 동생이 쓰던 스마트폰을 가지고 와이파이 되는 지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원근이와 둘이 휴대폰을 만져보다가 저의 2G폰이 건우 눈에 들어왔나 봅니다. 신기한 듯 이리 저리 만져보며 프로그램들을 봅니다. 창을 띄우고서는 계속해서 손가락으로 어플 들을 터치하는 겁니다. 그렇게 몇 번을 메뉴들을 누르다가 "어?! 이건 왜 안 움직이지?" 라고 하며 계속해서 터치를 하는 겁니다. 스마트폰을 보면 어플들을 누르기도 하지만 손가락으로 페이지를 넘겨가며 살펴보는데 제 2G폰은 메뉴판이 딱 한 창에 있습니다. 넘길 페이지가 없는 그 휴대폰을 계속 넘기려고 시도하다가 건우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봄비, 이거 왜 안되?"라고 하며 제 눈앞에 대고 페이지를 넘기는 겁니다. 너무 웃겨서 저는 깔깔깔 웃으며 건우를 보게 되었습니다. 건우는 왜 웃는지 모른다는 듯 "왜. 왜"라고 물었습니다. "건우야 이건 스마트 폰이 아니야, 그냥 터치만 되는 폰이야" 라고 하자 건우는 멋진 미소를 날리며 "아,!" 라고 짧은 감탄사를 남기고 고운 자태로 유유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자리를 떠난 건우의 모습에서 또 한번 빵 터지고, 건우에게 "이거 하루 이야기 올려야 겠다. 해도 되지?" 라고 일방적인 통보 비슷한 허락?!을 받고는 건우와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뒤에도 몇 번 제 휴대폰을 만져보는 건우를 볼 때마다 그 때 생각이 절로 나서 계속 웃게 된답니다.


건우야~이렇게라도 다가와주고, 다가갈 수 있어 너무 좋다. 3학기 자~~알 지내보자, 거~어~누 거~어~누 그리고 건우야 종은이에게 받은 편지 내용엔 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단다! 무슨 말인지 알지?! 또 하나의 생각, 어느 학교에서 사춘기가 시작되는 5학년의 남자아이가 담임도 아닌 사람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이 또한 행복한 내 삶의 일부인 것 같아 또 뿌듯해진다.



2012. 9. 16. 

날짜

2012. 11. 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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