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목표, 아이들의 목표 사이에서...
1, 2학기에는 0학년과 합반 수업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 학교에 적응기간을 주느라 3학기에 비해 자유시간이 아주 많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3학기에 자유시간이 많이 적어지지도 않았습니다.)
무튼 본격적인 인지 교과를 시작하는 1학년 아이들도 수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수업이 활동 수업과 창의 수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아이들은 공부에 큰 부담이 없습니다.
사회 수업도 밖에 나들이 나가 실컷 놀다오고, 우리말과 글 수업도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조금 학습 부담을 느끼는 수업이라면 스스로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수학 시간일 것입니다.
자기 주도 학습을 하고 있는 수학 시간을 3학기에는 조금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고자 하여 여름 방학에 교사 스스로 수학 목표를 정하였습니다.
3학기 들어 수학카드의 개별 목표량을 정해주고, 그 시간 내에 마칠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진도 자체가 쉽다보니 정해준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스스로 하길래, ‘오, 얘네들 2학년 것까지 막 나가면 어쩌지?’라고 혼자 생각하며 수학 카드를 출력 할 때마다 ‘너무 빠르면 곤란한데...새싹반 애들한테 미안해지는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 모두 1단원 수학카드를 순식간에 마치고 2단원 수학카드를 시작하였습니다.
(앞서 들었던 생각은 저의 엄청난 착각이었습니다.)
2단원에 묶음수가 나오고 10이 넘어가는 수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날라 다니니 아이들도 날라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급기야 10을 넘어서다 못해 100까지의 수가 나오니 아이들은 혼란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점점 수학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표정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하루는 “왜 대체 30을 서른이라고 하는 거야, 50은 왜 혼자서만 한 글자로 쉰이라고 하는거야. 헷갈리게 말이야” 아이들의 불만이 여기저기 나오기 시작하였고, 10이 넘어가 더하기 빼기가 나오는 단원이 되자 “휴~나는 수학을 원래 좋아했었는데 조금씩 힘들어져, 그래도 잘하지 봄비?”라고 묻는 아이들이 속출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수학 시간이 다른 수업 시간보다 길게 한다라고 느끼는 현상까지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이들의 그런 불평불만에 굴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이건 1학년이라면 누구나 하는 거야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너희들은 도움 없이 스스로 이만큼 하는 거는 진도와 관계없이 너무 너무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며 달래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씩 채워가며 수학 수업을 하고 있는데 수요일 관찰 나들이를 나가지 않는 날, 딱! 하루! 자유 시간 1시간을 빼서 수학 수업을 하였습니다.
0학년들은 노을과 함께 블록으로 수업을 하는지 옆 반에서는 우당탕 블록 소리가 들리고, 새싹반 교실에서는 우리말과 글 수업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수학 카드를 꺼내는 봄비를 보자 아이들이 속닥거리기 시작합니다.
“차라리, 우리도 우리말과 글 수업을 하면 정~~~~말 좋을 텐데”. “맞어 맞어, 그런데 봄비는 절~~~대 안 할꺼야”라고 이야기 하는 아이들,,,
하루 더 그것도 한 시간 더 했다고 저를 바로 적으로 만들어버린 아이들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였습니다.
내가 정해놓은 양이 그렇게 힘든가....이것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하나, 아님 말아야하나....고민되는 하루입니다.
그래도 얘들아, 내가 늘 이야기 하지만 너희들은 참 잘하고 있는 중이란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마도 너희가 청미래에 갈 나이가 되면 알지 않을까?!...
나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줘라....
2012. 11. 21. 파주자유학교 교사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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