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선생님 어디 없냐고요?
-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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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오늘 보도된 서울신문의 기사를 아침에 읽고 우려스런 마음이 들어 글을 쓴다. 기사는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남자 교원이 14%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이로 인해 남자 아이들의 여성화가 우려되고, 체육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주로 남자 교사의 영역(?)인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해결책도 직접 제시를 하고 있는데, 그 방안이라는 것이 참 안이하다. 초등교원임용 시에 '군 가산점제'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남자교사에 대한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자가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보도를 내고 싶어 다급했던 것인지, 초등교육에 대한 기초적인 데이터조차 참고를 못한 것 같다.
우선, 우리나라의 여교사 비율은 OECD 가입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높지 않다. 미국 여교사 비율 89%, 독일 84%, 프랑스 82%이다. 서울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전국으로 범위를 높이면 우리나라의 여교사 비율은 약 78% 가량으로 위에서 예를 든 국가보다 10% 가량 낮은 것이다.(* 2012년 기준. 그림 참고)
<2013 서울시 교육청 블로그 자료>
* 이미지 출처 = http://seouleducation.tistory.com/m/post/674
우리보다 여교사 비율이 높은 위 나라 중에 내가 아는 한 남성교원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만약 제가 모르고 있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초등학교의 높은 여교사 비율이 이후 어떠한 우려할만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이런 지표 확인의 문제뿐 아니라, 이 기사에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하는 양상을 보았을 때, 기자의 심각한 성인지 능력 부족이 드러난다. 첫째,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고 해서 그 감성(젠더성)마저 모두 여성성을 띠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여성도 아니무스(남성) 지향과 아니마(여성) 지향으로 나뉘어진다. 마찬가지로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고 해서 모두가 사회적 통념에 따른 남성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쉽게 예를 들어 나는 남성이지만 초등학교 담임을 하던 시절, 아이들과 소꿉놀이를 즐겼고, 인형극을 하거나, 함께 요리를 하는 등의 활동을 매우 좋아했다. 반면 여성이지만 밖에서 아이들과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고, 나보다 훨씬 우렁차고 시원스럽게 말하며 선이 굵게 활동하는 교사도 있었다. 결국, 이런 것은 젠더성의 문제이지 생물학적 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초등 수준의 체육 수업을 남성이 더 잘 진행한다는 것도 편견에 불과하다. 초등 6학년은 논외로 친다고 해도 5학년 정도까지만 해도 아무리 남다른 성장을 보이는 아이더라도 조금만 단련된 여성교사에게는 힘에서 밀린다. 아이가 제 아무리 까불어봤자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 여교사는 전국에 수두룩할 것이다.
학생의 생활지도가 남성 교사의 영역이라는 발상은 가장 성차별적인 발상이다. 아직까지도 한국 교육이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의 개념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발상이기도 하다. 누가 봐도 '위력으로 아이들을 제압하는 것'을 생활지도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구체적으로 얘기할 필요도 없이 그건 '생활 단속'이지 '지도'가 아니다.
이와 같이 초등학교에서의 여교사 비율을 제한하여야 할 근거가 도무지 희박한 상황에서 제시되는 개선안은 더욱 비상식적이다. 남성 지원자에게 '군 가산점제'를 부여한다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전혀 개선안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현재 초등학교에 남성 교원이 부족한 이유는 애초에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여성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탈락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군 가산점제'가 병사로 군대에 자원할 수 없는 여성과 장애인들에게 불평등한 제도라는 것은 오히려 차후의 문제다.
더군다나, 이미 전국의 대다수 교대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때 남성할당제를 적용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이미 각 교대에서는 선발 인원의 30~40%를 남학생으로 하도록 내규를 마련해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교원 채용 시에 남성에 대해 추가 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초등교사가 되려는 남성들은 교대 선발 시에 남성이 40%에 달하는 할당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을 여성계에서 반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특혜를 받고 대학에 입학하고서도 그 4년의 결과로 초등교원으로 임용되지 못한다면, 그건 명백한 개인의 능력 부족 혹은 의지 부족으로 봐야 한다. (교대 출신의 남성이 반드시 초등교사가 되려는 열망이 정말 있다면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채용이 되고자 하지 않을까.)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역이용하겠다는 것 또한 기묘하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일반 사업장에서 여성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에 그것을 개선하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돕고자 생겨난 제도이다. 즉, 특정 성별의 구직자를 채용하지 않으려는 채용자에게 그런 차별을 두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일반 초등학교는 어떻게든 남성을 채용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동일한 점수라면 거의 남성이 채용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남성을 암묵적으로 우대해서 채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시 한 번 남성을 더 채용하도록 권고한다는 것이 과연 납득할 수 있는 제도인가.
남성 교사의 부족 문제는 제도를 편법적으로 고쳐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제도가 아닌 문화의 문제이며, 남성들 각자가 초등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재고하고, 적극적으로 교원이 되고자 노력하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문제인 것이다. 남성이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감내해야할 어떠한 불평등한 조건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이 건을 조사해보다가 확인한 기막힌 사실이 하나 있는데, 이것도 잠깐 소개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초등교원의 여교사 비율이 78%에 달하는데, 교장은 86% 이상이 남성이라는 것이다. 글쎄, 누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할 상황일까.
2014. 12. 16.
* 참고자료 = 2009년 이화여대 학보에 게재된 초등교원 남성 할당제 관련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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