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아파서 대출(대리출석)하러 왔어요." 대학생을 초등생 취급하는 부모들(조선일보)
기사 제목만 보아도 탄식을 내뱉는 독자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소위 '캥거루족'이라고도 일컫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세대의 문제가 교육현장에서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사실, 기사화 되는 것이 한참 뒤늦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요즘 학생들의 부모 의존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제가 2000년을 전후로 대학을 다닐 무렵에도 대학 지도교수에게 아침에 전화를 걸어 애가 아파서 결석을 하게 되었으니 좀 봐달라고 부탁하는 부모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정도의 일이 큰 화제가 되고 농담의 소재가 되었었는데, 어쩌면 그 일은 신호탄에 불과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예 대출을 해주고, 아이 대신 레포트를 써주고, 면접의 자기소개서까지 대신 써주는 부모들이 부지기수라고 하니까요.
대학도 부모가 선택하고, 아이의 직장도 부모가 선택하는 시대. 아이는 자기결정권을 잃어버린 채,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하고 초등학생 수준의 삶을 살게 되고 맙니다. '캥거루족'은 요즘 청년세대의 도전 정신 부족이라고 질타할 수도 있겠지만("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며), 어쩌면 그 근원적인 원인은 부모 세대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요.
청년세대의 자각이 먼저냐, 부모의 반성이 먼저냐로 싸울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양측 모두 함께 이 시대의 자화상을 바로 보고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 멀고느린구름
201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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