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이들에게 방학을 돌려주실 겁니까?

- 멀고느린구름 



[한재갑 교육칼럼]아이들에게 방학을 돌려주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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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갑 교육전문가의 뉴시스 칼럼을 링크합니다. 방학은 물론 저녁도 주말도 사라진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보충학습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아닌 여유 있는 '소녀소년의 삶을 살 수 있는 시간'으로서 방학을 보내도록 해주자는 취지의 글입니다. 필자의 취지에는 저 역시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라는 직함을 달고서 쓴 글에 비해 알맹이는 좀 부족한 글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서 방학이 사라진 책임을 전적으로 부모에게 전가하고 있고, 부모가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뀔 것처럼 낙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아이들에게 방학이 사라진 것에 부모의 책임이 물론 일부 있겠지만 전적인 것은 아닙니다. 교육을 입안하고 교육정책을 펴나가는 사람들의 생각 속에 아이들에게 방학을 돌려줄 의향이 있는지부터 먼저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 위한 경쟁,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한 입시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고, 학력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은 세상에서 부모의 용기와 결단만을 호소하는 것은 공허한 훈계일 뿐입니다. 


초등학교의 사정은 좀 나을지 모르지만, 중고등학교만 해도 아무리 부모가 마음 먹는다고 한들 학교에서 학력 신장을 목표로 교사들이 내주는 방학과제만으로도 아이들은 여유가 없습니다. 물론 놀 아이들은 놀겠지요. 하지만 역시 방학과제를 해야한다는 중압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일정한 중압감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면 사람은 창조력을 잃습니다. 방학이 휴식과 재창조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사람은 많은데, 여건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방학이 그저 보충학습을 위한 시간에 불과하다면 엄밀히 말해 방학을 페지하고 계속 수업을 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방학이 존재해야 한다면 방학은 방학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작게는 개별 학교와 부모, 크게는 각 시도 교육청과 부모 공동체 간의 합의를 이뤄야 합니다. 각 단위별로 공청회를 열어 방학의 의미와 지향점을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을지 서로 합의하고, 학교와 부모 공동체가 공동으로 협력해 나가야할 것입니다. 


당장 교육부의 소관인 입시제도를 변경할 수는 없습니다. 급박한 입시정책의 변화는 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중고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입시제도가 그에 맞추어 스스로 변화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모든 시절이 그렇듯, 어린 시절 역시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의 어린 시절에는 빛나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숲 속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뭇 잎 새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던 기억, 혼자 마을의 이쪽에서 저쪽까지 하염없이 걸어가 보았던 기억, 친구들과 어울려 설레는 이웃 동네로 설레는 모험을 떠나봤던 기억, 도서관에서 먼지 묻은 세계문학전집을 한 권 한 권 꺼내보았던 기억.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자라난 뒤, 그 아이들의 가슴 속에 자습실에서 혹은 집에 앉아 국영수를 공부했던 기억 외에 그 무엇이 남게 될까요? 


저는 교사 시절 아이들에게 숙제나 과제를 내주지 않는다는 소신을 갖고 실천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학교를 나선 아이들에게 자유와 상상력을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학교를 나선 이후의 공부는 학교의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부는 꼭 정규 교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공부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장난감을 조립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그저 하릴없이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것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무한한 공부의 연속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익혔으면 했습니다.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공부가 고통이라고 암시합니다. 그리고 대학만 들어가면, 취업만 하면 그 고통이 끝난다고 독려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너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더 이상 성찰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부는 인생을 통해서 계속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다만, 무엇을 공부할지 네가 선택하고,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좋은 결과를 위해 노력하되 즐거움이 고통이 될 정도로까지 노력하지는 말라고 가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아이들에게 방학을 돌려준다는 것은 '잠깐 숨돌릴 틈을 준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육주체 간의 상호 합의를 통한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어내 '네 스스로 마음껏 숨을 쉬어도 좋다'는 의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학창시절이 마치 모두 방학인 것처럼 여겨지게 하는 그런 교육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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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교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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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7. 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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